나름 칩거(?)하는 동안 이래저래 책을 좀 질렀다. 그래봤자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동안 꽤나 자제를 해왔기에 간만에 수북하게 택배 상자가 의외의 포만감을 전해주었다.
벼르던 책장 정리를 대충 끝낸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다시 책들 간 자리다툼(?)의 고민에 빠지게 되었지만 말이다.




내가 지르는 책들은 신간이 대부분이라 보통 그때그때 한두 권씩 구입하는 편이다.
예전과 달리 도서정가제로 신간은, 내가 유독 약한, 할인쿠폰 적용이 안 되니 일정 금액 이상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난 경품, 사은품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 다만 할인쿠폰에만 연연할 뿐.. ^^;;

여러 서점의 여러 택배 중 굳이 알라딘 책택배를 따로 포스팅하는 건, 
평소와 달리 내겐 흔치않은 '사은품을 노린 모듬지름'의 택배이기 때문이다. ㅎㅎ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나는 사은품이 아닌 할인쿠폰에 주로 낚이고 지른다;; ^^;)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커다란 공기충전제 3개로 윗부분만 덮은 채 도착했다.
한때 알라딘의 책포장에 감탄하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나쁘지 않은 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




주문한 책들 중 한 권은 예약주문이었던 터라 출간 후 따로 배송되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따로 안내문을 넣어준 정성은 쌩유다~ :)




그리고 내가 '노린' 사은품 - 락앤락 차통과 물통!!
지난번 「스펀지2.0」에서 생수병 재사용은 세균의 온상이라는 놀라운 방송을 보고
외출용 물통을 따로 장만해야겠다 싶었던 차라 이 아해들이 탐났다.
그리고 찜해두었던 책들을 주섬주섬 담기 시작했다. ^^;

그제 홈플러스 가는 길에 물통 파트를 지나면서 살펴보니 요 두 녀석을 합쳐 대략 8천원이 좀 안 되는 듯.
택배에서 얘네들을 꺼내면서 나름 흐뭇했는데 들고다니기엔 생각보다 크기가 좀 크더라능;;





사인본 예약판매도 마다하고 당장 읽을 수 있을 때 사려던 어나벨, 결국 질렀다. ^^;
이책 사은품으로 노트? 메모장? 여튼 그런 게 딸려왔는데 세로로 제본되어 있어 조금 난감했다.
그렇다고 낱장으로 뜯어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받을 땐 좋으나 정작 쓸 일은 없을 듯하다능.
이왕이면 쓰기 편하게 가로 제본으로 해주징!!




주문한 책들 중에서 유일한 구간이자, 그림책이자, 충동구매인 앤서니 브라운의 팝업북.
알라딘 특별 반값할인에,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이름에, 그리고 팝업북이라는 데 혹해 .. 고민하다가 질렀다.
팝업북이라 반값할인해도 9천냥이라는 만만찮은 가격인데, 펼쳐보고는 조카 선물줘야 고민중이다.
근데 조카가 너무 많아서 한놈만 줄 수도 없는 입장이라(-_-) 그냥 내가 소장할지도;; ㅋ





그렇게 도착한 책들. 예약주문 한 권 빼고 5권이 도착했다. 사은품도 함께. ㅎㅎ
어떻게 벼르던 소설로만 주문하다 보니 문동과 창비 책들로만 구성됐다능;;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 문학동네

인터넷서점 알라딘 블로그에 연재되었고 출간 이후에도 현재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말뚝박고 있는 신경숙 님의 화제작.
전에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이책을 발견하고 집어왔으나 사야겠다는 생각에 안 읽고 반납한 뒤(핑계;;) 지금에서야 데려왔다.
전작 《엄마를 부탁해》를 눈물콧물 다 빼면서 읽은 터라 이책도 기대 중이다.
너무 많이 아는 책이라 요 정도에서 생략;; ^^;





싱커 / 배미주 / 창비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에 이은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전회 수상작들이 워낙 인상적이라서 이책 역시 자연스레 눈길이 가게 된다.
배미주 작가의 장편소설인 《싱커》는 과학 판타지 소설로,
지구가 빙하로 뒤덮인 미래 지하에 거대도시를 건설해 살아가는 인류의 이야기란다.
창비 청소년 문학상의 선택이 이번에도 내 취향과 잘 맞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제 1회, 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





연어이야기 / 안도현 / 문학동네

지난번 KBS의 「책 읽는 밤」을 보다가 안도현 시인이 나오신 걸 봤다.
그리고 그 방송 때문에 《연어 이야기》를 주문했다.



《연어이야기》의 전편 격인 첫번째 이야기 《연어》.
한때 일시품절이 걸린 걸 봤었는데 두 번째 이야기 출간 이후 다시 판매중이다.
예전엔 언니의 책으로 읽었는데 이번에 이책도 같이 주문했다. 

그리고 소장중인 그림책으로 만난 《그림책 연어》.
《그림책 연어》는 《연어》 이야기를 축약해 한병호 님의 유려한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 이렇게 일명 '연어 시리즈' 세 권을 모두 소장하게 됐다. :)





주병국 주방장 / 정연철 그림,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문학동네어린이의 보름달문고 시리즈 38번째 책.
알라딘 책메일의 책소개를 보다가 그만, 혹!해서 질러버렸다. 아주 유쾌할 듯도 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과 노니는 집》, 《거짓말 학교》 등도 모두 보름달문고라 나름 기대중.
물론 내가 읽었던 저책들은 모두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





이상한 놀이공원 / 앤서니 브라운 / 미세기

'앤서니 브라운의 유일한 팝업북'이라는 문구에 그만 혹해서 질러버렸다.
구간으로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 현재 알라딘에서 반값할인으로 판매중.
언제까지 반값으로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알라딘에서만 반값할인 중이라는 거! ㅎㅎ

앤서니 브라운의 다른 책들처럼 이책 역시 원숭이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상한 놀이공원이 배경이다.
책을 펼치면 코끼리 코 끝에서 원숭이가 튀어나오고(가장 다이나믹했던 부분!) 여기저기 숨어있는 동물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이들이 보면 좋아할 듯. 이미 때가 묻은 어른에게는 조금 심심할지도.

하지만 앤서니 브라운을 좋아하거나 팝업북을 좋아하거나 또는 둘 다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가운 듯하다.
이책 연령에 맞는 아이를 둔 부모님이라면 구입을 한번 고려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아이들은 디게~ 좋아한다! ㅋ)
구매 의사가 있다면 반값할인 때 질러두는 것도 좋을 듯.
지시장에서 또 언제 배아픈 가격을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글두 팝업북이라 삼구무배 정도는 아닐 테니 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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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 마종기 시작詩作 에세이
마종기 지음 / 비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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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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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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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엄마의 은행 통장 │ 캐스린 포브즈 │ 이혜영(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어처구니없게도 처음엔 《엄마의 은행 통장》이란 책제목만 보고는 이책이 재테크 서적인줄 알았다. 《4개의 통장》, 《은행의 사생활》처럼 요즘 인기있는 재테크 서적의 제목에서 흔히 만나는 단어가 '은행'이나 '통장'이라 이책 역시 제목만 보고 혼자 지레짐작을 해버린 것이다. 책소개를 읽어본 후에야 소설이라는 걸 알고는 엉뚱한 오해에 겸연쩍어 혼자 히죽 웃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내 오해와는 상관없이 이책은 예전에 읽었던 《노란 코끼리》처럼 마음이 훈훈해지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따듯한 책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은행 통장이라고 하니 내손으로 만든 첫 통장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친구따라 간 우체국에서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된 통장을 하나 만들었다. 통장 첫장에 박혀 있던 내 이름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얼마 되지도 않는 용돈과 심부름값 등 한푼두푼 모은 돈을 들고 열심히 우체국을 드나들었다. 점점 늘어나는 통장의 숫자들을 보는 재미와 뿌듯함에 가끔씩은 부모님 몰래 문제집값과 학교 우유 급식비까지 빼돌리며(?) 저축에 열을 올렸고, 덕분에 1년 후 내 통장에는 꽤 큰돈이 모였다. 그걸 보며 순전히 내 힘으로 모았던 돈이었기에 뿌듯했고, 또 괜시리 마음이 든든했던 기억이 난다. 은행 통장에는 그런 힘이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것을 버틸 수 있는 든든함 같은 힘. 《엄마의 은행 통장》의 카트린의 가족에게도 은행 통장은 그런 의미였다.

모두가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 카트린의 가족에게도 그들의 마음을 지켜주던 엄마의 은행 통장이 있었다. 평소에 조금씩 모아 두었다가 비상시에 사용하는 '작은 은행'과 시내에 있는 '큰 은행'이 그것이다. 웬만한 일들은 집에 있는 '작은 은행'으로 해결했고, 정말 어쩔 수 없는 비상 사태를 대비한 마지막 보루로 시내의 '큰 은행'을 남겨두었다. '큰 은행'은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힘이 되었고, 그러한 '예금 통장'이 있었기에 카트린 남매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에도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 작가가 된 카트린이 첫 원고료로 받은 수표를 엄마에게 내밀며 은행에 예금하시라고 말씀드리자 엄마는 카트린에게 조용히 이야기한다. 처음부터 은행 통장 같은 건 없었다고, 돈이 없어서 아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이다.

《엄마의 은행 통장》에는 모두 17개의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의 이야기는 이책의 첫 번째 에피소드이자 소설이 지향하는 바를 확연히 보여준다. 작은 소녀였던 카트린은 일상의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언제나 엄마가 있다. 온화하지만 확고한 신념이 있고 가족들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긍정의 힘을 가진 엄마가 있다. 욕구를 자제하지 못해 사탕을 훔쳐먹은 아이를 야단치기에 급급하기보다는 그 부끄러운 기억으로 평생 창피해 하며 자신을 학대하지 않게 마음을 보듬어주는 엄마, 사이가 좋지 않아 티격태격하는 이모와 이모 할머니의 오해를 풀고 화해하게 만드는 엄마, 아픈 딸과 남편을 보며 발을 동동 굴리다 그들을 위해 힘껏 용기를 내는 엄마, 그리고 항상 가족을 사랑하고 타인에게 배려깊은 엄마가 말이다.

"하지만, 엄마. 전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아, 엄마, 전 너무 창피해요!"
"창피한 것은 좋은 거야. 네가 다시는 그런 짓을 안 하도록 만드는 것이 창피야. 하지만 카트린, 창피와 슬픔을 느낄 때, 그런 것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것이 바로 웃음이라는 걸 모르겠니? (중략) 이젠 너도 웃을 수 있지? 그리고, 네가 한 이 일이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는 것을 믿을 수 있니? 네 가슴 속에서 '도둑'이라고 항상 외치는 목소리 없이 살아 나갈 수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전, 맙소사..."
"바보 같았지. 그리고 무척 나쁜 짓을 했어. 그리고 네가 먹은 캔디 값은 치러야 한단다. 하지만 너는 불량한 것은 아니었어."
(187쪽, ‘창피와 슬픔을 이겨내는 법’ 中)


카트린 가족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며 끌어들이는 사건을 바탕으로 이어가는 짤막한 이야기들은 참 따듯하다. 너무 따듯해서 꼭 동화를 읽는 느낌이다. 그러나 제각각 이야기를 품는 옴니버스 형식이라 짧은 분량에 하나의 사건을 풀어내려다 보니 가끔 구성이 너무 단조롭거나 엉성할 때도 있고, 때론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가 너무 교훈적이라 조금 식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이책이 씌여진 시기가 경제대공황과 제 1차 세계대전을 겪던 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재앙과 같은 일들을 연이어 겪으며 심신이 피폐해져 있던 미국인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기엔 이런 따듯한 이야기가 제격일 테니 말이다.  

이민 1세대의 가난한 가족이 엮어가는 소박한 이야기들을 통해 삶의 따듯함과 사람에 대한 믿음,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아내는 《엄마의 은행 통장》은 소녀 카트린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성장소설이다. 동시에 언제나 사랑하는 가족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그녀의 엄마, 그리고 우리 모두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누구보다 용감해지는 카트린의 엄마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곁에 계신 나의 엄마가 겹쳐졌다. 엄마가 우리 가족을 위해 시도때도 없이 용기를 내셨던 수많은 순간들도 함께. 조금은 엉성하고 조금은 단조롭지만 그안에 마음을 데워주는 훈훈함이 있는 《엄마의 은행 통장》은 점점 메말라가는 어른들을 위한 작은 동화집이다. 가정의 달 오월을 맞아 그 따듯함을 한 번 느껴보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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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나네집 만만한 인테리어
최윤정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 희나네집 만만한 인테리어 | 최윤정 | 링거스그룹 | 2010.04 


가끔 방송이나 잡지 등을 통해 유명인들이 공개한 화려한 집을 구경하게 될 때가 있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근사한 그네들의 집을 둘러보다 보면 부럽기도 하고 때론 질투가 나기도 한다. 너무 화려하거나 사치스러워 눈살이 찌뿌려질 때도 있긴 하지만, 갖고 싶다는 소유의 욕망을 접고 멋진 것을 함께 즐긴다는 초월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누군가의 잘 다듬어진 멋진 집을 구경하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는 일이다. 집공개를 조건으로 인테리어나 가구 등의 협찬이 따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는 그것도 일종의 쇼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말이다.

누군가로부터 협찬을 받거나 또는 직접 유명 디자이너를 고용할 능력이 있어 멋드러지진 집안을 꾸며도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건 애초에 나 같은 서민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고 미리 좌절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약간의 손재주만 있다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투자할 의지만 있다면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멋지고 사랑스런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것을 몸소 증명해 보이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이 애용하는 비장의 무기가 바로 인테리어 DIY와 리폼이다.

《희나네집 만만한 인테리어》의 저자이자 네이버의 리폼 & DIY 부문 파워블로거인 희나맘도 그중 한 명이다. 지금은 DIY와 리폼 인테리어의 달인이자 수많은 이웃을 거느린 파워블로그이며 인테리어책까지 내는 저자가 되었지만, 누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그녀 또한 처음부터 달인은 아니었다. 신혼 초 방문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아 칠했던 페인팅을 시작으로 인테리어에 첫발을 내민 그녀는 수시로 집안의 이것저것들을 고치고 손보면서 리폼의 요령들을 익혔단다. 그렇게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경험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았고, 마침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을 때 멋진 집을 위해 그간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어 행복했단다.

책의 첫머리에는 저자가 직접 손품을 팔아 꾸민 인테리어와 리폼 가구들의 사진이 실려있다. 잡지 속 연예인들의 집처럼 휘황찬란하지는 않지만 구석구석 그녀의 손길로 매만져진 집은 오히려 더 빛이 났다. 벽면은 물론 바닥, 가구, 각종 소품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아 보이는 그 작업들을 모두 직접 해냈다니 그저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이의 방에서는 엄마의 마음이, 안방에서는 아내의 사랑이, 거실과 부엌 등에서는 가족을 향한 그녀의 관심이 구경하는 내게도 듬뿍 느껴졌다. 그것들을 모두 똑부러지게 해낸 그녀의 솜씨에 살짝 시샘이 나기도 했다.

《희나네집 만만한 인테리어》는 크게 기초편과 응용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초편에서도 리폼 도구 사용법, 목재 다루는 법, 사포 활용법, 시트지 붙이는 법, 실리콘 사용법, 쇼핑 노하우처럼 초절정 기초적인 내용과 타일 시공이나 콘크리트 벽 뚫기, 페인팅 방법, 가구나 방문 손잡이 교체법, 조병 설치, 도배 시공, 스텐실 리폼이나 데코스티커 등 인테리어의 가장 기본적인 작업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마음은 이미 달인이지만 인테리어 DIY나 리폼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해본 것도 없는 왕초보인 내게는 평소 품고 있었던 의문들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기초편이 가장 재미있었다.

기초편의 기본 지식을 웬만큼 익혔다면 이제 응용편으로 넘어가면 된다. 응용편에서는 저자의 집을 실례로 들어 아이방과 침실, 거실, 부엌, 베란다 등 집안의 여러 공간들에 대한 인테리어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책상이나 식탁, 서랍장 같은 가구를 만들거나 리폼하는 법, 집안 곳곳에 놓여있는 크고 작은 소품들에 대한 제작팁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아이방에는 직접 프레임을 짜서 만든 침대와 책상, 서랍장과 연필꽂이 등 아이에 대한 저자의 사랑을 그대로 드러났는데, 그중에서도 마음껏 낙서할 수 있게 베란다에 가벽을 세워 마련한 칠판 페인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분필의 가루날림이 좀 걱정스럽긴 하지만 언젠가 꼭 따라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집안 인테리어 중에서는 저자의 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는 패널로 만든 스타일 벽이 가장 탐났다. 패셔너블한 느낌에 비해 시공하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아 아마 나외에도 많은 이들이 눈독을 들이는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그와 함께 데코타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현관 바닥과 심플하면서도 센스있게 연출한 현관 벽면, 거실 벽면 한쪽을 채우는 친환경 루바 패널 벽 등이 내 눈길을 잡아당겼다. 식탁, 책상, 와인바, 서랍장, 액자 등등 뭐든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저자의 솜씨와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따듯한 집안 풍경에 빠져들어 지루한 줄 모르고 책장을 넘겼다. 각 아이템은 과정샷과 함께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게 해두어 좋았다.

책을 보는 동안 내내 당장 하고 싶다,와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두 마음 사이를 오가느라 분주했다. 자르고 붙이고 조립하는 사진을 보면 나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없는 의욕이 불쑥불쑥 솟다가도, 온갖 다양한 도구와 장비 그리고 과정샷을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무엇보다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그간의 경험이 되살아나 분출되던 아드레날린을 어느새 잠재운다. 저자도 그런 내 마음을 눈치 챘는지 이렇게 이야기한다. '걱정과 두려움은 일단 모두 접어두세요. 모든 일이 그렇듯이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답니다. 처음부터 전문가처럼 할 수 있을 거라는 욕심은 버리세요'라고.

그렇다. 시작이 반이라고 뭐든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저자가 그러했듯이 우리도 직접 만들고 고치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자도 어렵지 않도록 상세한 설명은 물론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다양한 충고와 활용팁들도 곳곳에 함께 곁들여 놓았다. DIY & 리폼의 재미는 서툴고 조금은 어색할지라도 내손으로 조금씩 바꿔가는 기쁨과 뿌듯함이 아닐까 싶다. 그런 즐거움을 하나둘 경험하다 보면 누가 아는가. 어느새 우리도 리폼의 달인이 되어 있을지. 《희나네집 만만한 인테리어》는 그 시작이 더 즐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길잡이 같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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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산책 - 바람과 얼음의 대륙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고경남 지음 / 북센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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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못해 경이로운 남극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로 꽉~ 채워져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남극을 간접체험하게 하는 책, <남극산책>.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너무 얇고 작아서 실망했던 마음들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금세 눈 녹듯이 사라졌다. 뒤뚱뒤뚱 열심히 걷고 있는 펭귄, 천만근의 졸음을 혼자 짊어진 듯 맛나게 자고 있는 해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새하얀 눈으로 뒤덮힌 땅, 멋진 빛을 내뿜는 하늘, 그리고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빙벽들 사진들까지.. <남극산책>은 남극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모습들과 짧지만 깊이 있는 글이 함께 어우러져 멋진 한 권을 완성했다.

제주에서 태어나 명문대 의대를 나와 남들이 부러워하는 순탄한 인생을 살아오던 저자는 일상의 쳇바퀴 속의 어느날 자신을 찾고 싶은 마음이 깊어졌고 때마침 남극 세종기지의 모집공고를 봤다. 그리고 세종기지 의료담당으로 남극에 발을 내딛었다. 자신의 삶에서 처음으로 감행한 모험이었고, 누구나 쉽게 하지 못하는 모험이었다. 그러나 그는 1년의 세월을 세종기지에서 보내고 다시 서울로 되돌아 오면서 그 모험이 결코 무모하거나 헛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독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남극의 멋드러진 사진들을 남긴 것만으로도 그의 모험은 멋진 결정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남극산책>을 통해 만나는 남극의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남극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풍경들부터 미처 생각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잔뜩 실려있다. 온통 새하얀 남극에 꼿꼿하게 자리잡고 있는 빨간 세종기지, 항상 눈으로 덮여 춥기만 할 것 같은 남극에서 발견하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그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의 모습들은 새로운 남극이었다. 무엇보다 남극의 경이로운 빙벽의 모습이 단연 압권이었다. 가까이에서 빙벽을 보고 나면 다른 어떤 것도 감탄하지 않게 된다는 저자의 말은 사진을 보는 순간 동의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벅찬 감동과 경이로움이 전해져 오는데 그 광경을 실제로 보는 이의 마음은 어떠할지 어떻게 상상한단 말인가. 빙벽을 보는 순간 정말이지 남극에 가보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또한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펭귄의 사진들은 보는내내 웃음을 머금게 했다. 남극을 대표하는 동물이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동물 중 하나가 바로 펭귄일 것이다.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는 모습은 마치 걸음마를 막 배운 아이의 걸음걸이와 흡사해 더욱 귀엽고 친근하다. <남극산책>에는 다양한 펭귄의 모습들이 담겨있는데 때때로 인간과 너무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 놀라기도 했다. 새끼를 향한 펭귄들의 헌신적 사랑 뿐만 아니라 적자생존의 험난한 여정들도 보여진다. 털이 보송보송한 귀여운 새끼의 사진과 함께 미처 성장하기도 전에 스쿠아에게 살울 뜯기며 죽어가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겨있다. 펭귄들의 삶에서 우리네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한다.

<남극산책>은 남극에서 1년을 보낸 저자가 그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집약적으로 표현해낸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 사진들에는 남극을 향한 그의 사랑과 남극을 떠난 그의 향수가 동시에 느껴진다. 간결하고 깊이있는 글들은 사진과 어울어져 책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제 저자는 남극이 아닌 서울 땅에 발을 딛고 있다. 그러나 서울 한 복판에서 슈베르트 음악을 들으면 남극의 유빙이 떠오른다고 한다. 일상이 지겨워 떠나지만, 막상 떠나면 무료하기만 하던 그 일상이 그리워지는 여행의 아이러니. 저자 또한 그 아이러니를 책의 말미에 털어놓는다. 어쩌면 그건 여행과 일탈을 감행하는 모든 이들의 아이러니일 지도 모르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남극을 둘러볼 수 있는, 그러나 남극의 숨겨진 속살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책 <남극산책>.
무더운 여름, 당신을 남극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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