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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나네집 만만한 인테리어
최윤정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 희나네집 만만한 인테리어 | 최윤정 | 링거스그룹 | 2010.04
가끔 방송이나 잡지 등을 통해 유명인들이 공개한 화려한 집을 구경하게 될 때가 있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근사한 그네들의 집을 둘러보다 보면 부럽기도 하고 때론 질투가 나기도 한다. 너무 화려하거나 사치스러워 눈살이 찌뿌려질 때도 있긴 하지만, 갖고 싶다는 소유의 욕망을 접고 멋진 것을 함께 즐긴다는 초월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누군가의 잘 다듬어진 멋진 집을 구경하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는 일이다. 집공개를 조건으로 인테리어나 가구 등의 협찬이 따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는 그것도 일종의 쇼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말이다.
누군가로부터 협찬을 받거나 또는 직접 유명 디자이너를 고용할 능력이 있어 멋드러지진 집안을 꾸며도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건 애초에 나 같은 서민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고 미리 좌절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약간의 손재주만 있다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투자할 의지만 있다면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멋지고 사랑스런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것을 몸소 증명해 보이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이 애용하는 비장의 무기가 바로 인테리어 DIY와 리폼이다.
《희나네집 만만한 인테리어》의 저자이자 네이버의 리폼 & DIY 부문 파워블로거인 희나맘도 그중 한 명이다. 지금은 DIY와 리폼 인테리어의 달인이자 수많은 이웃을 거느린 파워블로그이며 인테리어책까지 내는 저자가 되었지만, 누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그녀 또한 처음부터 달인은 아니었다. 신혼 초 방문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아 칠했던 페인팅을 시작으로 인테리어에 첫발을 내민 그녀는 수시로 집안의 이것저것들을 고치고 손보면서 리폼의 요령들을 익혔단다. 그렇게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경험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았고, 마침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을 때 멋진 집을 위해 그간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어 행복했단다.
책의 첫머리에는 저자가 직접 손품을 팔아 꾸민 인테리어와 리폼 가구들의 사진이 실려있다. 잡지 속 연예인들의 집처럼 휘황찬란하지는 않지만 구석구석 그녀의 손길로 매만져진 집은 오히려 더 빛이 났다. 벽면은 물론 바닥, 가구, 각종 소품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아 보이는 그 작업들을 모두 직접 해냈다니 그저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이의 방에서는 엄마의 마음이, 안방에서는 아내의 사랑이, 거실과 부엌 등에서는 가족을 향한 그녀의 관심이 구경하는 내게도 듬뿍 느껴졌다. 그것들을 모두 똑부러지게 해낸 그녀의 솜씨에 살짝 시샘이 나기도 했다.
《희나네집 만만한 인테리어》는 크게 기초편과 응용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초편에서도 리폼 도구 사용법, 목재 다루는 법, 사포 활용법, 시트지 붙이는 법, 실리콘 사용법, 쇼핑 노하우처럼 초절정 기초적인 내용과 타일 시공이나 콘크리트 벽 뚫기, 페인팅 방법, 가구나 방문 손잡이 교체법, 조병 설치, 도배 시공, 스텐실 리폼이나 데코스티커 등 인테리어의 가장 기본적인 작업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마음은 이미 달인이지만 인테리어 DIY나 리폼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해본 것도 없는 왕초보인 내게는 평소 품고 있었던 의문들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기초편이 가장 재미있었다.
기초편의 기본 지식을 웬만큼 익혔다면 이제 응용편으로 넘어가면 된다. 응용편에서는 저자의 집을 실례로 들어 아이방과 침실, 거실, 부엌, 베란다 등 집안의 여러 공간들에 대한 인테리어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책상이나 식탁, 서랍장 같은 가구를 만들거나 리폼하는 법, 집안 곳곳에 놓여있는 크고 작은 소품들에 대한 제작팁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아이방에는 직접 프레임을 짜서 만든 침대와 책상, 서랍장과 연필꽂이 등 아이에 대한 저자의 사랑을 그대로 드러났는데, 그중에서도 마음껏 낙서할 수 있게 베란다에 가벽을 세워 마련한 칠판 페인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분필의 가루날림이 좀 걱정스럽긴 하지만 언젠가 꼭 따라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집안 인테리어 중에서는 저자의 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는 패널로 만든 스타일 벽이 가장 탐났다. 패셔너블한 느낌에 비해 시공하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아 아마 나외에도 많은 이들이 눈독을 들이는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그와 함께 데코타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현관 바닥과 심플하면서도 센스있게 연출한 현관 벽면, 거실 벽면 한쪽을 채우는 친환경 루바 패널 벽 등이 내 눈길을 잡아당겼다. 식탁, 책상, 와인바, 서랍장, 액자 등등 뭐든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저자의 솜씨와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따듯한 집안 풍경에 빠져들어 지루한 줄 모르고 책장을 넘겼다. 각 아이템은 과정샷과 함께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게 해두어 좋았다.
책을 보는 동안 내내 당장 하고 싶다,와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두 마음 사이를 오가느라 분주했다. 자르고 붙이고 조립하는 사진을 보면 나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없는 의욕이 불쑥불쑥 솟다가도, 온갖 다양한 도구와 장비 그리고 과정샷을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무엇보다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그간의 경험이 되살아나 분출되던 아드레날린을 어느새 잠재운다. 저자도 그런 내 마음을 눈치 챘는지 이렇게 이야기한다. '걱정과 두려움은 일단 모두 접어두세요. 모든 일이 그렇듯이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답니다. 처음부터 전문가처럼 할 수 있을 거라는 욕심은 버리세요'라고.
그렇다. 시작이 반이라고 뭐든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저자가 그러했듯이 우리도 직접 만들고 고치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자도 어렵지 않도록 상세한 설명은 물론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다양한 충고와 활용팁들도 곳곳에 함께 곁들여 놓았다. DIY & 리폼의 재미는 서툴고 조금은 어색할지라도 내손으로 조금씩 바꿔가는 기쁨과 뿌듯함이 아닐까 싶다. 그런 즐거움을 하나둘 경험하다 보면 누가 아는가. 어느새 우리도 리폼의 달인이 되어 있을지. 《희나네집 만만한 인테리어》는 그 시작이 더 즐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길잡이 같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