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 수집가 맥스 I LOVE 그림책
케이트 뱅크스 지음,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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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낱말 수집가 맥스 │ 케이트 뱅크스 글 │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 흔히들 수집하는 우표나 엽서, 과자 스티커, 공중전화카드 등은 물론 머리카락과 몽당연필 등도 모아본 적이 있다. 그중 아직까지 소중히 갖고 있는 것도 있고 이미 어디론가 공중분해되어 버린 것들도 있다. 웬만한 것들을 모아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이책의 맥스처럼 낱말을 모아보겠다는 생각은 미처 해보지 못했다. 신문, 잡지, 전단지 등등 주변에 온통 널려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볼 수 있는 것들이 낱말 아닌가. 더구나 그걸 모아서 어디에 쓰려고?






처음부터 맥스도 낱말을 수집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멋진 우표와 동전을 수집하는 형들에게 맥스는 자신에게도 우표와 동전을 나눠주길 부탁하지만 차갑게 거절당한다. 그러자 맥스 자신도 무언가를 수집하기로 결심을 한다. 무엇을 모으면 좋을지 혼자 곰곰이 고민하던 맥스는 형들과 달리 세상에 널렸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낱말'이라는 신선한(!) 아이템에 주목한다. 비록 형들은 그런 맥스를 비웃었지만.






수집 대상을 결정한 맥스는 곧 가위를 들고 주변의 신문, 잡지, 전단지 등의 낱말들을 오려내며 낱말 수집을 시작했다. 짧은 낱말, 긴 낱말, 기분을 좋게 하는 낱말, 좋아하는 음식 낱말, 자주 쓰는 낱말, 좋아하는 색깔 낱말 등을 모으는 것은 물론 사전을 펼쳐서 잘 모르는 낱말들을 찾아 적기도 했다. 수집한 낱말들은 금세 책상을 다 채우고 방바닥에도 여기저기 수북하게 쌓였다.

맥스가 낱말들을 정리해 나란하게 늘어놓자 각각의 낱말들이 모여 하나의 문장을 만들었다. 형들이 수집한 우표나 동전은 어떤 순서로 늘어뜨려도 전혀 상관없었지만, 맥스가 수집한 낱말들은 순서를 살짝만 바꿔도 좀전과 전혀 다른 의미의 문장이 되었다. 이구아나를 먹던 악어가 반대로 이구아나에게 잡혀 먹기도 했다. 제각각 살아움직이는 듯한 낱말에 맥스는 더욱 매료되었고 맥스의 손에 수집된 낱말들은 계속 쌓여 방을 넘어 거실까지 점령해갔다. (그걸 가만 놔둔 부모님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는 나의 현실적 시선이란;;)






낱말이 충분히 모인 듯 하자 맥스는 수집한 낱말들을 몇 개 골라 그것들을 쭉 늘어놓으며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맥스를 비웃던 두 형들은 차츰 맥스가 낱말로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맥스가 적당한 낱말을 고르느라 고민하는 사이 슬쩍 끼어들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낱말들로 맥스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낱말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이야기 세계를 맛본 형들은 처음의 완강했던 태도와 달리 자신들이 수집한 우표와 동전을 맥스가 수집한 낱말들과 맞바꾼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 만들기 놀이에 동참한다.






<낱말 수집가 맥스>는 낱말을 수집하는 아이라는 재밌는 설정으로 제각각 따로 존재하는 듯 보였던 낱말들이 연결되어 문장을 만들고, 또 그 문장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맥스가 수집한 수많은 낱말들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그뜻을 음미하며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다시 재조합해 하나의 생각을 이루는 과정들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해 글짓기의 다양한 재미와 매력을 보여주며 글짓기가 생각만큼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평범한 아이였던 맥스는 낱말을 수집하면서 살아 움직이는 낱말을 경험하고 자신만의 이야기 만들기에 빠져들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거나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이 또한 이책의 맥스를 보며 글짓기의 재미를 조금이나마 맛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림 자체가 매력적이진 않았지만(그런데 아이들은 또 이런 그림들 좋아한다는 거~~), <낱말 수집가 맥스>는 글짓기의 재미를 익살스런 그림으로 잘 표현해낸 멋진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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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127
존 버닝햄 지음, 조세현 옮김 / 비룡소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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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와르도 :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 존 버닝햄 글ㆍ그림 │ 조세현 옮김 │ 2006. 2월 


<에드와르도 :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는 오직 '존 버닝햄'의 그림책이라는 이유로 선택한 책이었다. 역시나 나의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는 존 버닝햄!! 그는 어른들의 꾸지람 또는 칭찬의 말 한 마디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단순한 그림과 몇 문장 안 되는 간략한 글을 통해 보여준다. 이책은 '평범한 아이'였던 에드와르도가 어른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 한 마디로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준다.

에드와르도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아이다.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예쁜 행동도 하지만 가끔은 물건을 발로 차거나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거나 동생들이나 동물들을 괴롭히거나 때리기도 한다. 방 정리에 서툴어서 여기저기 물건들이 널려있을 때도 있고, 씻는 걸 귀찮아해서 자주 까먹기도 한다. 내 조카들과 비추어 볼 때 에드와르도는 정말이지 평범한 아이, 그 자체다.


그러나 에드와르도가 하는 그런 행동을 본 어른들은 '세상에서 가장 버릇없는 / 시끄러운 / 심술쟁이인 / 인정머리 없는 / 뒤죽박죽 엉망인 / 더러운 아이!'라고 질책을 한다. 야단을 맞으면 맞을수록 에드와르도는 점점 더 버릇없고 시끄럽고 심술쟁이에 인정머리 없는 지저분하고 더러운 아이가 되어간다. 그런 에드와르도를 보고 어른들은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라고 규정지어 버린다.


어느날 에드와르도가 발로 찬 화분이 흙 위에 떨어졌다. 그걸 본 아저씨는 야단은커녕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나며 다른 식물도 함께 심어보라며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해준다. 그 칭찬의 말에 힘입어 에드와르도는 정원에 다른 식물도 가꾸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에드와르도의 정원 가꾸는 솜씨에 감탄했다.

똑같은 행동을 했음에도 꾸지람이 아닌 칭찬의 말 한 마디가 돌아오자 에르와르도는 변한다. '정원을 잘 가꾸는 / 어린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 동물을 잘 돌보는 / 방 정리를 잘 하는 / 깔끔하게 잘 씻는 아이'라는 칭찬을 듣자 하자 에드와르도는 자신에게 주어진 칭찬들보다 더 잘하려고 점점 더 노력하고, 어느새 모두에게 사랑받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아이'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존 버닝햄의 <에드와르도>는 평범한 아이 에르와르도를 통해 어른들이 무심코 던지는 비난이나 칭찬의 말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방안을 어지르거나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던 조카들에게 버럭 화를 내며 야단쳤던 것이 생각나 많이 뜨끔했다. 물론 가끔 보는 이모의 꾸지람을 금세 잊을 만큼 엄마와 아빠의 사랑과 칭찬을 평소에 듬뿍 받고 있겠지만.

같은 행동이더라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똑같이 물건을 차고 동물을 괴롭혔지만, 편견이 담긴 시선으로 비난을 퍼붓자 점점 더 심술쟁이가 되어가던 에드와르도는 긍정적 시선으로 칭찬과 격려를 해주자 이내 착한 아이가 되어간다. 아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시선이 평범한 아이인 에드와르도를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로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아이'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라는 부제는 그런 작가의 생각을 더 명확히 드러내준다.

우연한 칭찬의 말 한 마디가 '세상에서 가장 말썽쟁이'였던 에르와르도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아이'로 바꾸어 준 것처럼, 사소한 잘못을 비난하기에 앞서 먼저 작은 칭찬을 건네고 스스로 잘못을 깨달을 기회를 준다면 우리 아이들도 에르와르도처럼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지 않을까.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은 우리 아이들도 춤추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에드와르도>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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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꿈틀이 (팝업책) - 재미있는 팝업책
쉴라 버드 글, 코린 비틀러 그림, 서남희 옮김 / 보림큐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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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벌레 꿈틀이 │ 쉴라 버드 글 │ 코린 비틀러 그림 │ 보림큐비 


아기를 낳았거나, 곧 나을 예정이거나, 가진 사람들이 갑자기 주변에 많아진 까닭에 선물할 아기 그림책들을 찾다가 이책을 발견했다. 요즘은 선물할 일이 생기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 책으로 선물을 해결하는지라 아기 그림책이나 어린이책들도 많이 찾아보게 되는데, 특히 최근엔 백일이나 돌선물로 줄 책을 많이 찾다보니 보림출판사의 그림책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애벌레 꿈틀이> 또한 아기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을 출간하는 보림출판사의 임프린트인 보림큐비에서 나온 책이다. 책을 받아들고는 애벌레가 너무 귀엽고 앙증맞아서 선물하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 천으로 만들어진 애벌레가 상하지 않게 비닐로 곱게 포장되어 있다.


☞ 책장을 넘기면 땅 속 구멍에선 애벌레 꿈틀이가 쏙~, 
그 위엔 꿈틀이의 천적이 짠~하고 나타난다. 처음엔 두더지!


☞ 그다음엔 고슴도치..


☞ 그리고 개구리도 나오고,


☞ 잔디 깍는 기계도 등장한다.


☞ 나무 위에선 까치가 날개를 퍼덕이고,


☞ 생쥐도 짠~ 


☞ 땅 위로 쏙~ 나온 꿈틀이 눈에 보이는 꿈틀거리는 저 알록달록한 몸은 다른 애벌레?
이야, 멋지다! 소리를 지르고 보니 그건 꿈틀이의 꼬리였다! (첨엔 뱀인줄 알았네;;) ㅎㅎ


<애벌레 꿈틀이>는 0~3세 유아들을 위한 팝업북이다. 땅 위로 올라온 애벌레 꿈틀이가 두더지, 고슴도치, 개구리 등을 만나는 이야기인데, 만나는 상대가 주로 천적들이다보니 나름 스릴있는(?) 모험이야기다. 책장을 넘기면 구멍에서 꿈틀이가, 책 위로는 다른 동물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주변엔 여러 식물과 벌, 개미, 잠자리 등의 곤충들도 만날 수 있다. 꿈틀이와 동물들이 만나는 단순한 재미에서부터 동식물들이 어우러져 함께 사는 자연의 모습과 그 사이에서 형성되는 천적 관계까지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배울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아기들 책답게 그림도 무척 귀엽고, 색깔도 정말 알록달록하니 곱고, 애벌레인 꿈틀이조차 앙증맞게 생겼다.


☞ 꿈틀이 인형의 앞/옆/뒤..의 모습. 보라색 몸통에 세련된(?) 빨간 줄무늬를 새겨넣었다.
튀어나올 듯한 저 눈과 빙긋이 웃는 입이 귀여운 애벌레! 손가락을 넣어서 세워서 찍었다.


모험을 떠나는 애벌레 꿈틀이는 천으로 만들어져 책 뒤에 손가락을 넣어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다. 구멍에서 나와 땅 위의 모습을 구경하? 책을 읽는다면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는 책읽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팝업북의 장점일 것이다. 꿈틀이 인형도 무척 귀여워서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 책 뒷면의 모습. 책 뒤에 구멍이 꿈틀이 몸통과 연결되어 있어 
저기로 손가락을 넣으면 꿈틀이를 꿈틀거리게 할 수 있다. ;)



☞ 책 뒤로 손가락을 넣은 모습. 꿈틀이 머리 바로 밑에까지 밖에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다.
머리가 무거운 건 꿈틀이는 든 게(?) 많은 박식한 애벌레? ㅎㅎ


다만 손가락이 애벌레의 몸통까지 밖에 안 들어가서 머리 부분은 손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애벌레의 머리에 든 게(?) 많아서 그런지 몸통까지 닿는 손가락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내기엔 조금 한계가 있었다. 또한 손가락이 들어가는 길이도 짧아서 어른인 나는 조금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는데, 아이들 손가락 길이에 맞췄기 때문인가 보다. 생각해보니 엄마가 읽어줄 때도 있겠지만 아이 혼자 책을 보며 직접 갖고 놀 경우도 적지 않을 터이니 아이들 손에 맞추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팝업북이라 처음 출간될 땐 가격의 압박이 없진 않지만 지금은 구간할인이 대폭 들어가 가격도 아주 착해졌다. 아이와 함께 놀이하듯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 권쯤 장만해두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직접 사기에 조금 부담스럽다면 선물로 찜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인들의 아기에게 선물하면 이쁨받을 만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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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어 줄게 걸음동무 그림책 3
마거릿 와일드 지음, 김현좌 옮김, 테리 덴톤 그림 / 걸음동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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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거릿 와일드(글), 테리 덴톤(그림) | 김현좌 (옮김) | 해솔 | 2009.05 


매년 5월이면 찾아오는 MBC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이 올해도 안방극장을 통해 큰 감동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올해 방영된 5편 중에는 특히 배우 송옥순 씨의 입양을 통한 가족 이야기가 포함되어 눈길을 끌었다. 두 번째 아이를 유산한 후 입양을 결정한 송옥순 씨나 이미 자신들의 아이가 있음에도 두 명의 아이를 공개 입양해 화제가 된 차인표ㆍ신애라 부부 등을 보면 예전보다 입양에 대한 편견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불임으로 고통받는 부부가 해마다 늘어가는 요즘에도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관념상 '남의 자식을 들이는' 입양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 중 하나다.

누구의 자식인지, 소위 '뿌리'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우리가 입양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동안 우리의 아이들은 눈동자도 피부색도 다른 세계 각지로 입양되었다. 고아 수출국 1위라는 불명예 뒤에는 입양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생각이 많이 개방되었다고는 하나 '자기 핏줄'에 대한 집착은 아직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불임 부부도 아닌, 이미 자신들의 아이가 있는 유명 연예인들의 공개 입양은 새로운 충격이었다.

마거릿 와일드의 그림책 『엄마가 되어 줄게(2009,해솔)』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에서 '입양'을 소재로 이야기를 꾸렸다는 점이 무척 신선했다. 더구나 가볍지 않은 내용을 다루면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친근한 캐릭터로 자연스레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이 이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아기를 무척 좋아하는 빨간 암탉이 있다. 거위네, 쇠물닭네, 오리네, 칠면조네 등 온동네 아기들을 보살피며 돌보기를 좋아하지만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밤이 되면 쓸쓸하게 혼자 남는다. 빨간 암탉에게는 잘 자라고 인사를 하거나 뽀뽀를 해줄 아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덤불 속에서 막 낳은 따듯한 알을 하나 발견한다. 빨간 암닭이 여기저기에 물어보지만 알의 부모는 끝내 나타나질 않는다.


홀로 남겨진 알을 걱정하는 빨간 암탉을 보던 거위와 쇠물닭과 오리와 칠면조는 빨간 암닭에게 직접 알을 돌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한다. 처음엔 망설이던 빨간 암닭은 곧 알을 품는 이십 일 동안 둥지에서 밤낮으로 정성껏 알을 돌본다.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알을 자신의 알처럼 품는 빨간 암탉에게 농장의 친구들은 그 알이 황새나 흑고니, 또는 갈매기나 부엉이의 알이어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친구들의 물음에 빨간 암탉은 자신이 품고 있는 알이 누구의 알이든 간에 여전히 사랑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 


누구의 알인지 모르지만 빨간 암탉이 그 알을 자신을 아기로 받아들이고 정성껏 보듬어 키우는 과정을 통해 빨간 작가는 '입양'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기의 정체가 황새든 흑고니든 갈매기든 부엉이든 간에 그 알을 사랑하고, 아기가 알을 깨고 나와 자신과 만날 때를 간절히 기다리는 빨간 암탉의 조건없는 사랑은 자신이 직접 낳은 아기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고 그 사랑이 숭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거릿 와일드의 그림책 『엄마가 되어 줄게』를 읽으면서 예전에 개봉했던 김태용 감독의 영화 『가족의 탄생』 떠올랐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모여 이루어진 가족이지만 혈연으로 구성된 다른 가족 부럽지 않은 진한 사랑과 돈독한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진 그 가족의 모습이 알에서 깨어날 아기가 누구든 너를 사랑할 거라고 말하는 빨간 암탉과 겹쳐졌다. 남이지만 더이상 남이 아닌 그들의 모습에 가슴 뭉클해진다. 



입양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한순간에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시켜 갈 수는 있다. 조금은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하다보면 언젠가 입양으로 이루어지는 가족 관계 또한 자연스러운 가족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까닭에 아이들로 하여금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픈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이런 책들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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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아기 시 그림책
윤석중 지음, 홍성지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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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로 시작하는 노래 「옹달샘」.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만한 그리고 불러봤음직한 너무나 친숙한 동요다. 얼마전 우연히 만난 이영경 님의 시 그림책 《넉 점 반》(창비어린이,2004)을 통해 윤석중 님의 동시를 새삼 다시 찾아보게 되었는데, 어렸을 때 그렇게 많이 불렀던 「옹달샘」 또한 윤석중 님의 동시였다는 걸, 또한 우리가 부르며 자랐던 동요들 중 많은 곡들이 그분의 동시에 곡을 입힌 거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너무 익숙해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궁금해진 마음에 윤석중 님의 동시로 만들어진 동요들을 찾아봤다. 그리고 하나하나 제목을 들을 때마다 어마나! 정말! 와우!라는 감탄사를 연발할 수 밖에 없었다. 부모님 앞에서 재롱부리며 불렀던 「엄마 앞에서 짝짝꿍」을 비롯해 우리들의 어린날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퐁당퐁당」, 「고향땅」, 「앞으로」, 「새나라의 어린이」, 「기찻길 옆 오막살이」, 「낮에 나온 반달」, 「달 따러 가자」 등등 추억의 동요들이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다. 동요는 아니지만 그날만 되면 빠지지 않고 불렀던 「어린이날 노래」, 「스승의 날 노래」, 「졸업식 노래」까지 모두 윤석중 님의 손끝에서 태어난 노래들이었다.


그리고 얼마전 돌을 맞았던 막내 조카에게 선물할 유아 그림책을 고르느라 인터넷 서점을 뒤지다가 문학동네 어린이에서 나온 아기 시 그림책 《옹달샘》을 만났다. 윤석중 님의 동시 그림책이라 먼저 반가웠고, '옹달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새벽 토끼가 눈 비비는 앙증맞은 표지 그림과 알록달록한 색감에 저절로 눈길이 멈췄다. 표지 그림의 토끼 표정만 봐도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아기 시 그림책 《옹달샘》은 일단 외형상 튼튼한 보드북이라 아기들이 꼬물꼬물거리는 손으로 만져도 찢어지거나 구겨질 염려를 할 필요가 없어 좋다. 책은 한 바닥에 동시 한 구절과 그 내용을 보여주는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동시의 내용을 풀어놓은 그림들은 아기들의 눈높이에 맞춰 깜찍하고 아기자기하고, 그림들을 채우고 있는 알록달록한 원색의 색감도 무척이나 유쾌하다. 보기만 있어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귀엽고 앙증맞은 그림책이라 조카 안 주고 그냥 내가 갖고 싶을 정도였다. 고백하자면 이런 그림책 완전 내 취향이다! :)


아기 시 그림책 《옹달샘》은 간결하지만 재미있는 내용의 국민 동시 「옹달샘」을 깜찍한 그림으로 풀어낸 사랑스런 그림책이다. 책을 볼 때 아기와 함께 그림을 보며 시를 읽어주어도 좋지만, 우리집 돌잡이 조카의 경우 그냥 읽어주는 것보다 노래를 불러주며 보는 걸 훨씬 더 즐거워했다. 간단한 율동까지 해주면 금상첨화다.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책이라 꼬꼬마 아기가 있는 지인에게 간단히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


옹달샘

- 윤석중 -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달밤에 노루가 숨바꼭질하다가
목마르면 달려와 얼른 먹고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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