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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어 줄게 ㅣ 걸음동무 그림책 3
마거릿 와일드 지음, 김현좌 옮김, 테리 덴톤 그림 / 걸음동무 / 2009년 5월
평점 :

- 마거릿 와일드(글), 테리 덴톤(그림) | 김현좌 (옮김) | 해솔 | 2009.05
매년 5월이면 찾아오는 MBC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이 올해도 안방극장을 통해 큰 감동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올해 방영된 5편 중에는 특히 배우 송옥순 씨의 입양을 통한 가족 이야기가 포함되어 눈길을 끌었다. 두 번째 아이를 유산한 후 입양을 결정한 송옥순 씨나 이미 자신들의 아이가 있음에도 두 명의 아이를 공개 입양해 화제가 된 차인표ㆍ신애라 부부 등을 보면 예전보다 입양에 대한 편견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불임으로 고통받는 부부가 해마다 늘어가는 요즘에도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관념상 '남의 자식을 들이는' 입양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 중 하나다.
누구의 자식인지, 소위 '뿌리'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우리가 입양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동안 우리의 아이들은 눈동자도 피부색도 다른 세계 각지로 입양되었다. 고아 수출국 1위라는 불명예 뒤에는 입양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생각이 많이 개방되었다고는 하나 '자기 핏줄'에 대한 집착은 아직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불임 부부도 아닌, 이미 자신들의 아이가 있는 유명 연예인들의 공개 입양은 새로운 충격이었다.
마거릿 와일드의 그림책 『엄마가 되어 줄게(2009,해솔)』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에서 '입양'을 소재로 이야기를 꾸렸다는 점이 무척 신선했다. 더구나 가볍지 않은 내용을 다루면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친근한 캐릭터로 자연스레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이 이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아기를 무척 좋아하는 빨간 암탉이 있다. 거위네, 쇠물닭네, 오리네, 칠면조네 등 온동네 아기들을 보살피며 돌보기를 좋아하지만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밤이 되면 쓸쓸하게 혼자 남는다. 빨간 암탉에게는 잘 자라고 인사를 하거나 뽀뽀를 해줄 아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덤불 속에서 막 낳은 따듯한 알을 하나 발견한다. 빨간 암닭이 여기저기에 물어보지만 알의 부모는 끝내 나타나질 않는다.

홀로 남겨진 알을 걱정하는 빨간 암탉을 보던 거위와 쇠물닭과 오리와 칠면조는 빨간 암닭에게 직접 알을 돌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한다. 처음엔 망설이던 빨간 암닭은 곧 알을 품는 이십 일 동안 둥지에서 밤낮으로 정성껏 알을 돌본다.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알을 자신의 알처럼 품는 빨간 암탉에게 농장의 친구들은 그 알이 황새나 흑고니, 또는 갈매기나 부엉이의 알이어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친구들의 물음에 빨간 암탉은 자신이 품고 있는 알이 누구의 알이든 간에 여전히 사랑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

누구의 알인지 모르지만 빨간 암탉이 그 알을 자신을 아기로 받아들이고 정성껏 보듬어 키우는 과정을 통해 빨간 작가는 '입양'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기의 정체가 황새든 흑고니든 갈매기든 부엉이든 간에 그 알을 사랑하고, 아기가 알을 깨고 나와 자신과 만날 때를 간절히 기다리는 빨간 암탉의 조건없는 사랑은 자신이 직접 낳은 아기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고 그 사랑이 숭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거릿 와일드의 그림책 『엄마가 되어 줄게』를 읽으면서 예전에 개봉했던 김태용 감독의 영화 『가족의 탄생』 떠올랐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모여 이루어진 가족이지만 혈연으로 구성된 다른 가족 부럽지 않은 진한 사랑과 돈독한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진 그 가족의 모습이 알에서 깨어날 아기가 누구든 너를 사랑할 거라고 말하는 빨간 암탉과 겹쳐졌다. 남이지만 더이상 남이 아닌 그들의 모습에 가슴 뭉클해진다.


입양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한순간에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시켜 갈 수는 있다. 조금은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하다보면 언젠가 입양으로 이루어지는 가족 관계 또한 자연스러운 가족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까닭에 아이들로 하여금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픈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이런 책들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