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의 거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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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산드라의 거울 1,2 │ 베르나르 베르베르 │ 임호경 옮김, 홍작가 그림 │ 열린책들
  



얼마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책 《카산드라의 거울》이 출간됐다. 그리고 정말 오랫만에 그의 책을 다시 만났다. 베르베르를 처음으로 알게 된 책이 언니의 추천으로 읽었던 그의 데뷔작 《개미》였으니 그와 재회하기까지 어느새 적잖은 시간이 흐른 셈이다. 베르베르의 책 중에서 읽은 게 《개미》 밖에 없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 책이 전해준 신선한 충격 때문에 나는 베르베르를 생각할 때면 자연스레 《개미》를 같이 떠올리게 된다. 더불어 세밀한 관찰력과 치밀한 묘사, 놀라운 상상력으로 무장된 박학다식한 작가라는 베르베르의 이미지까지도.

다시 만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지식들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펼쳐내는 그의 이야기는 여전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초반의 지루함 역시 그대로였다. 《개미》에서 또다른 세계와의 연결이라는 열쇠를 보여주기 전의 조용한 되풀이처럼 《카산드라의 거울》에서는 카산드라의 정체와 대속 주민들의 면면을 파악하기까지 펼쳐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조금 지난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어느 순간 가속도가 붙으면서 앞으로 내달린다. 그리고 곧 베르베르가 선사하는 진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5초 후 사망 확률'을 알려주는 기묘한 시계를 지닌 의문의 청년이 210미터 높이의 몽파르나스 타워 옥상에서 뛰어내리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곧 이책의 주인공 카산드라 카첸버그에게 시선을 돌린다. 17세의 자폐증 소녀 카산드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고대 트로이의 카산드라가 받은 저주처럼 미래를 보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그녀가 말하는 불안한 미래를 믿어주지 않는다. 어느날 꿈에서 본 테러 사건을 예언하다 이를 저지시키려는 기숙생과 난동을 부린 후 학교를 도망쳐 나온다. 자신을 찾는 경찰을 피해 [시쓰장(시립 쓰레기 매립장)] 울타리 안으로 숨어든 그녀는 곧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오는 들개 무리에 둘러싸이지만, 짐작했듯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을 죽일 수는 없는 법, 대부분의 주인공들처럼 카산드라 역시 절체절명의 순간에 짠~하고 나타난 구원자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난다.

쫓기는 신세에 갈 곳마저 없는 카산드라는 자신을 구해준 오를랑도를 따라 시쓰장 깊숙한 곳에 은폐된 마을 [대속(代贖)]에 이르고, 그곳에서 마을의 또다른 주민이자 노숙자인 에스메랄다, 김, 페트나와 대면한다. 세상과 완전히 분리된 자신들의 구역에 갑작스레 나타나 불길한 예언까지 쏟아내는 이방인에게 대속의 주민들은 격하게 당황하고 만장일치로 그녀를 마을에서 내친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점차 그들은 카산드라를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마침내 그녀의 꿈이 말하는 예지를 쫓아 테러 진압을 위해 나선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테러를 막아낸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전재산에 육박하는 벌금과 악취를 풍기는 노숙자를 향한 세상의 차가운 시선 뿐이다. 네 명의 노숙자들은 다시 냉소적으로 변하지만 카산드라는 암울한 미래를 바꾸기 위한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카산드라의 거울》은 미래를 보는 자폐증 소녀 카산드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러 사건들을 통해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세상의 똥구멍'이라 불리는 시립 쓰레기 매립장(시쓰장)에 쌓인 온갖 종류의 쓰레기산은 현대인의 이기주의가 낳은 환경 문제를 건드리고, 자신의 아이까지 실험 대상으로 삼는 카첸버그 부모를 통해 과도한 지성과 과학이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한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익명의 목숨을 담보로 삼는 테러가 끊이지 않거나 정의로운 일을 행하고도 겉모습으로 인해 찬사는커녕 오히려 비난을 받는 부당한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기도 한다. 대속의 노숙자들이 비공식 미래전망부를 세우고 가능성의 나무에 '그리고 만약'의 잎사귀를 달기 위해 토론하는 부분에서는 그들의 입을 통해 현대 사회의 온갖 부조리한 이슈들을 토해내며 일침을 가한다.

또한 베르베르는 카산드라와 함께 하는 대속의 노숙자들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는 규범과 관습에도 어퍼컷을 날린다. 온갖 쓰레기들이 내뿜는 악취로 인해 세상과 완전히 분리되는 시쓰장의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노숙자들의 마을 대속은 그들만의 유토피아다. 학교나 직장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교통 체증에 시달리며 지각이나 해고 걱정을 할 필요도 없으며, 실컷 늦잠을 자거나 한껏 게으름을 피워도 괜찮다. 가래침을 뱉고 욕지기를 하며 거리낌없이 트림과 방귀를 방출하며 본능에 충실해도 나무라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 똥은 자기가 치운다'라는 마을의 표어 아래 그들은 각자의 임무를 자발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공동체를 유지시킨다.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세상에서 버림받은 땅에서 그들은 오히려 가장 자유롭다.

전직 외인부대원인 오를랑도, 왕년에 에로 영화배우였던 에스메랄다, 아프리카에 온 흑인 주술사 페트나, 탈북자 출신의 컴퓨터 천재 김예빈, 그리고 비운의 미래 예언자 카산드라까지 대속 마을의 주민들은 모두 세상에 쫓기거나 버림받거나 소외된 이들이다. 같은 세상에 존재하고 있지만 그 존재 자체가 너무나도 미미해 제대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테러를 진압해 세상을 구하고 암울한 미래를 바꾸기 위해 움직이는 이들 또한 그들이다. 그들을 보며 보잘 것 없는 존재들이지만 어쩌면 세상을 움직여 가는 이들은 바로 이런 작은 존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카산드라의 거울》은 한국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출간 전부터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비운의 예언자 카산드라와 함께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는 대속 마을의 노숙자 4인방 중 컴퓨터 천재이자 입만 열면 속담이나 격언을 꿰어내는 김예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섣부른 짐작은 금물.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추측과 달리 김예빈은 앞머리 한 가닥을 파란색으로 물들인 건장한 17세의 소년이다. 책에서 베르베르는 카산드라를 비롯해 다니엘, 카첸버그, 필리프 등 온갖 이름의 어원을 파고들며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만 정작 김예빈이란 한국 이름의 늬앙스는 미처 고려하지 못한 모양이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서는 예빈이란 이름을 중성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더불어 김예빈은 대한민국이 아닌 조선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 즉 북한 출신의 탈북자다.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던 한국인이 아나키스트적 성향의 탈북자라는 점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에 소외되고 불만을 가진 이들이 모인 대속 마을의 노숙자 멤버로 김예빈은 꽤 적합한 내력의 인물이기도 하고, 데뷔작 《개미》 이후 지금까지 한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베르베르의 한국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캐릭터이기도 하기에 점점 그에게 애정을 갖게 됐다. 후반부로 갈수록 김예빈의 매력이 더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최근 연평도 포격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긴 했지만 북한 역시 우리 민족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모든 것을 확률로 계산해 내는 천재 수학자이자 미래를 아는 능력까지 지녔지만 다니엘은 자신의 노력이 암울한 미래를 결코 바꾸지 못한다는 비관적인 생각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세상을 등진다. 그러나 카산드라는 그러지 않는다. 자신의 오빠와 달리 그녀는 미래를 보는 특별한 능력 만큼 그에 대한 책임 또한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하는 것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다'라는 처칠의 격언을 되새기며, 78%라는 지배적인 확률의 비관적인 미래에 포기하지 않고 비록 1.3%의 낮은 확률에도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카산드라와 그녀의 노숙자 친구들의 그런 믿음과 행동들은 유토피아를 향한 확률을 1.5%로 끌어올린다. 베르베르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카산드라를 통해 앎에 그치는 것이 아닌 행동하는 지성, 그것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미미할지라도 옳은 것을 향해 나아가는 행동하는 용기를 강조한다. 카산드라와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의 작은 용기와 믿음이 유토피아를 향한 작은 발걸음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거울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의식하게 해주는 도구'라는 카산드라의 깨달음처럼 《카산드라의 거울》은 미래 세대를 생각하지 않는 우리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한다. 집시 점성술사 그라지엘라는 '미래를 들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해내지. 예언이 실제로 실현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그것이 바로 멋진 이야기의 힘이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 역시 카산드라의 예지몽을 통해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미래의 가능성을 향한 낙관적 믿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책을 통한 베르베르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물론 행동하는 지성이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 맞아. 밖에는 여러가지 위험도 있어. 하지만 삶이란 그 위험들을 감수하는 거야. 삶은 모험이고, 실패하고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이야. 모험을 하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너희는 좀비로 머물게 돼.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지지 않으면 너희는 영원히 노예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단 말이야! (2권 149쪽)


《카산드라의 거울》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전개와 카산드라 내면의 독백이 교차되는 독특한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인물의 내부와 외부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이야기는 교장 필리프에게 잡히고 도망치고 그에게 얻은 단서로 잃어버린 과거와 몰랐던 오빠의 존재를 찾아가고 대속 마을 노숙자들과 갈등하다 화합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 쏟아지는 온갖 언어학적 기원과 세상에 대한 비판과 수많은 정보들이 산만하고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카산드라가 예지력을 갖게 되는 과정과 그녀의 가족사는 여전히 흥미롭다. 결말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카산드라의 거울》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베르베르의 마르지 않는 기발한 상상력과 그것을 통해 세상에 대해 던지는 작가의 메시지가 흥미로운 판타지 소설이었다. 다만 한국어판에만 삽입되었다는 삽화의 효용성은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여전히 의문이다. 







→ 예약판매로 주문한 책의 앞부분에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사말과 사인 인쇄본.
'미래에 대한 단 한 사람의 비전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 그가 남들의 경청을 얻어낼 수만 있다면.
그리고 기꺼이 책임지려고만 한다면'
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사인도 참 멋지다.  
근데 재밌는 건 베르베르가 이글을 쓴 날짜가 바로 내 생일이었다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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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뚜르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0
한윤섭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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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에서 만나는 분단의 이야기를 아이들 시선에서 잘 풀어낸 잘 만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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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던 만화 두 권과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과 작가의 작품 등 청소년 문학을 들였다.
데려온 책들 중에 청소년 문학과 만화만 따로 골라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 게 옳겠구나. 여튼.. ^^;
그렇게 주문한 책들을 같이 찍다보니 문학동네책이 좀 많다. 문학동네를 편애하는 건 사실이지만,
문학동네어린이 문학상 책들이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니, 결론은 어쩔 수 없다는 거~ ㅎㅎ




 

봉주르, 뚜르 / 한윤섭 글,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책과 노니는 집 / 이영서 글,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얼마전에 출간된 《봉주르, 뚜르》는 제 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제 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었던 《책과 노니는 집》이 너무 좋았던 터라 
그뒤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매해 챙겨 보는 편이다.
《봉주르, 뚜르》를 주문한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지 그 이유 때문!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다. ㅎㅎ

같이 주문한 《책과 노니는 집》은 벌써~ 소장하고 있는 책인데,
얼마전부터 구간에 들어갔는지 반값할인에 500원 쿠폰까지 얹어주는 파격할인을 하길래
좋은 책은 사두면 또 좋은 사람에게 가는 법이라 한 권 같이 주문했다.
아직 이책을 만나보지 않으셨다면 이번 기회에 꼭!! 장만하시라고 권해드린다. 완전 강추책!! ^^


 

난 쥐다 / 전성희 글, 소윤경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거짓말 학교 / 전성희 글, 소윤경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같이 주문한 《난 쥐다》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거짓말 학교》의 전성희 작가의 신작 소설.
참고로 《거짓말 학교》는 작년 제 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전성희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라는 이유로 《난 쥐다》 역시 바로 영입했다능!
이번 소설에서는 쥐가 주인공인데, 흠, 어떤 이야기일지 기대된다. ㅎㅎ




요건 문동어린이책들과 함께 따라온 사은품들.
내겐 그다지 유용한 것들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덤으로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

앙증맞은 미니 색연필 세트는 《난 쥐다》에 딸려온 사은품으로,
전성희 작가의 전작인 《거짓말 학교》를 구입해도 함께 받을 수 있다.
뚜껑 부분에는 연필깎이도 달려있다능. ㅎㅎ

뚜르 노트와 포스터 달력 3종 세트는 《봉주르, 뚜르》 출간 기념 사은품으로,
《봉주르, 뚜르》를 포함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들을 구입하면 같이 주는 것들이다.
그런데 문동은 왜 메모장을 가로가 아닌 세로넘기기로 만드는 걸까.
지난번 《어나벨》 메모장도 그렇더니 이번에도 세로넘기기 형태;; 아, 이거 좀 불편한뒈~  




(귀차니스트의)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합체샷!! ^^;
책장 속 보름달문고 네 권이 바로 그책들로, 《책과 노니는 집》도 볼 수 있다.

문동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은 아니지만 보름달문고의 《주병국 주방장》도 갖고 있는데
자리가 없어 잠시 다른 곳에 두고는 단체샷에서 그만 깜박 해버렸다능;; ^^;;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 김려령 글,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안녕, 스퐁나무 / 하은경 글, 이형진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김려령의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제 8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고,
하은경의 《안녕, 스퐁나무》는 우수상 수상작이란다.
문동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 출간될 때마다 왜 대상작은 있는데 그외 상은 없는 걸까 궁금했는데,
그전엔 우수상 수상작도 타이틀을 걸고 출간되었었나 보다. 근데 요즘은 왜 대상작만 보이는걸까? 궁금~

앗! 그러고보니 8회부터 11회까지의 수상작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능! ^ㅅ^


 

참고로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의 김려령 작가는 다음해
내가 완전 사랑하는 《완득이》로 제 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능~
《완득이》로 인해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도 내 소장목록에 포함됐다. ^^


 

참고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은 1회 수상작인 《완득이》를 시작으로
《위저드 베이커리》, 《싱커》로 이어지고 있는 중~  :)





 

빵과 장미 / 캐서린 패터슨 / 문학동네

평소 청소년 문학을 즐겨 읽는 편인데 취향이 비슷한 이웃님의 추천으로 만난 책.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선인 원더북스 시리즈로 이책을 통해 문동 원더북스를 처음 알게 됐다.
1912년 로렌스의 파업을 바탕으로 이민 노동자들의 파업과 
파업기간 동안 그들의 자녀를 돌봐준 타지역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란다.
빵 뿐만 아니라 장미도 필요하다는 그들의 구호에 더욱 관심이 간다.







Snowcat in New York / 권윤주 / 열린책들

'혼자놀기의 달인' 스노우캣의 카툰에세이.
구간으로 넘어간지는 벌써 오랜지나 할인을 많이 하지 않는 열린책들의 특성상 
가격이 그리 만만하진 않아 찜만 해두었는데, 이번에 반값이라는 파격할인에 힘입어 냉큼 데려왔다.
예전 스노우캣 홈피를 통해 권윤주 작가의 뉴욕 이야기를 엿듣곤 했었는데,
이책에 그때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어 옛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ㅎㅎ




역시나 귀차니스트의 단체샷;; ㅎㅎ
단체샷이라고 해봐야 《Snowcat의 혼자놀기》, 《Snowcat in Paris》 두 권과
이번에 들인 《Snowcat in New York》의 단출한 구성이지만. ^^;
올해말쯤 《지우개》가 구간으로 넘어가면 일련의 미니 세트가 완성될 듯도 싶다. ㅎㅎ


  

snowcat의 다른 카툰에세이들.
《지우개》 출간소식을 들은지 얼마전인 것 같은데 벌써 일년하고도 5개월이 지났다뉘..
시간 참, 겁나게 빠르다;;

 

귀차니스트이자 혼자놀기의 달인인 하얀고양이로 적잖은 반향을 일으킨
snowcat의 첫 책인《Snowcat의 혼자놀기》는 벌써 3번째 재출간됐다.
내게 있는 건 쏭이 생일선물로 준, 왼쪽의 2001년에 출간된 첫번째 책이다.
이후 2005년 오른쪽의 파스텔 표지로 다시 출간되었다가 2009년 위의 노란색 표지로 다시 재출간됐다.
재출간의 과정을 겪지 않고 오랫동안 그대로 밀고 나가기는 힘든 걸까. 궁금하다. ㅎㅎ





 

대한민국 원주민 / 최규석 / 창비

《100℃》 이후 최규석 작가의 책을 꾸준히 만나오고 있는데,
얼마전 《울기엔 좀 애매한》을 주문 뒤 마지막 남은 이책을 들이고야 말았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난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대한민국 원주민》은
이미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최규석 작가의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규석 작가들 책 중에 아직 이책을 만나보지 못했다고 하자 많은 분들이 강추했던 책이기도. ^^




최규석 작가를 처음 만난 《100℃》와 뒤이어 데려온 《습지생태보고서》,
그리고 얼마전에 들인 《울기엔 좀 애매한》과 《대한민국 원주민》까지 모두 모였다.
이제 그의 데뷔작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만 모셔오면 최규석 콜렉션 완성도 멀지 않은 듯. :)






아이고,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다. 시간도 많이 들었고;;
여튼 위에서 소개한 책들은 비록 분류는 청소년과 만화로 되어 있지만,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좋은 추천책들이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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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분 두피 마사지 - 두피 건강과 탈모 예방을 위한
이태후.정지행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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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3분 두피마사지 | 이태후, 정지행 | 비타북스 | 2010 


탈모하면 학창시절 아침 조회 시간에 뜨거운 햇살을 반짝반짝한 이마로 반사하던 빛나리 선생님이 생각나는 유전적인 남성형 탈모가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탈모는 어느새 청소년부터 2,30대 젊은이들, 여성 등 남녀노소를 초월한 현대인들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얼마전 티비의 건강 프로그램인 「생로병사의 비밀」의 탈모 특집 '한 올의 절망' 편을 봤었는데, 방송에 등장한 탈모 환자의 연령층과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심각했다. 그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면서도 그런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두렵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어느날 뜬금없이 엄마가 그러신다. 네 머리밑이 어째 훤한 것 같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며 깜짝 놀라 양손에 거울을 들고 요리조리 비추며 열심히 살펴봤더니 헉! 정말이다. 현저히 적어진 머리숱 사이로 하얀 두피가 힐끗힐끗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언제부턴가 자고 일어나거나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좀 많이 빠진다 싶긴 했지만. 머리 묶을 때 현저히 줄어든 숱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거울을 보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주변의 친구나 언니들이 한결같이 머리숱 걱정을 하는 걸 보니 탈모에 대한 두려움이 비단 나만의 걱정은 아닌 모양이다. 



탈모 환자들처럼 한웅큼씩 머리털이 빠지거나 반짝반짝 두피가 드러나는 그런 탈모의 수준은 아니지만, 이대로 방치해 두다간 멀지 않아 그것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에 잔뜩 조바심이 나서 탈모에 좋다는 것들을 이것저것 찾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의 권유대로 우선 가장 기본사항이라는 샴푸를 바꿨다. 몇년 전에 갑작스레 찾아온 원형탈모로 고생하셨던 엄마를 위해 사두었던 나름 고가의 한방샴푸나 기능성 샴푸를 같이 사용하다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해 얼마전부터는 천연화장품 과정을 이수해 직접 천연 재료로 만든 천연삼푸와 헤어토닉을 사용하고 있다.

최대한 두피에 자극이 적고 양모에 좋다는 재료로 만든 천연샴푸와 토닉을 쓰면서 두피 상태가 전보다는 한결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이것만으로는 2% 부족하다고 느낄 때쯤 눈에 확 띄는 책을 발견했다. <하루 3분 두피마사지>라는 제목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이책! 보는 순간 마음 속으로 '그래! 바로 이거야! 두피마사지!'를 외쳤다. 탈모 예방에 두피마사지가 좋다는 말은 누누이 들어왔지만 사실 어떻게 하는 건지 제대로 몰라 답답하곤 했는데 나의 이런 고민을 눈치챈 듯 이렇게 시의적절하게 두피마사지 방법이 담긴 책이 나와주다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두 한의학 박사가 함께 저술한 <하루 3분 두피마사지>는 제목처럼 탈모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두피마사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책은 크게 6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의 두 꼭지에는 탈모의 원인과 유형, 동반 증상 등 탈모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과 자신의 탈모 정도와 유형을 알아볼 수 있는 자가 진단법이 실려 있다.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는 3장에서는 책제목에 부합하는 이책의 가장 핵심 내용인 두피마사지법인 '3분 두피 경혈 마사지, 3분 두피 체조, 3분 두피 호흡과 장 운동'을, 4장에서는 혈액순환을 도와 탈모를 도와줄 수 있는 증상별 전신운동법인 기체조를 소개한다. 마지막 마무리로 접어드는 5장에서는 브러싱이나 샴푸 등 두피별 관리법에 대한 여러 팁들을 다루고, 마지막 6장에서는 탈모 예방을 위한 올바른 식생활을 제안한다. 



<하루 3분 두피마사지>는 기본적으로 후천성 탈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탈모를 유발하는 원인과 자신의 탈모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이 비교적 쉽고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듯한 느낌에 막연히 탈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독자들도 자가 테스트를 통해 어렵지 않게 자신의 두피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경혈을 이용한 두피 마사지법 뿐만 아니라 두피 체조와 장 운동법 같은 다양한 두피 마사지 방법과 두피 뿐만 아니라 온몸의 혈액순환을 도와줄 수 있는 전신 기체조 방법 등을 유형별 증상별로 소개하고 있어 좋았고, 동작 사진과 함께 쉬운 설명을 곁들여 따라하기 쉽게 구성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로마테라피에 관심이 많이 갖고 있어서 책 중간중간에 언급하는 아로마 오일에 대한 내용도 나름 유익했다. 

다만 두피 마사지 방법이 조금 더 다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했다. 하지만 마사지법 종류가 너무 많아도 그것들을 모두 다 따라하지 못할 걸 알기에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 책에 소개된 것만이라도 꾸준히 잘 따라한다면 충분히 효과를 볼 거라고 하니 열심히 노력중이다. 참고로 전신 기체조에 소개된 운동법들은 요가할 때 나오는 기본적인 동작들이 대부분이라 책장을 넘기면서도 꽤 친숙했다. 기본은 어딜가나 통하는 모양이다. 



책의 앞부분에 저자가 탈모증이 동반하는 3가지 주요 증상으로 소화장애나 식욕부진, 안면부 열감, 어깨-턱-목으로 이어지는 부위의 긴장과 통증을 꼽는 내용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이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다름아닌 그 3가지 증상이 모두 내게 해당되었기 때문이었다. 소화장애나 식욕부진은 그렇다쳐도 언제부턴가 느껴지던 얼굴의 열감이 탈모랑 상관있을 줄이야. 이책을 읽는 동안 불규칙한 생활 패턴으로 인한 수면부족과 만성피로, 소화장애와 운동부족을 내 두피 상태의 원인을 나름 찾아낼 수 있었다.

저자는 <하루 3분 두피마사지>를 통해 두피마사지로 두피의 혈행을 좋게 하고 피로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탈모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전체적인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강조한다. 과도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수면부족 등으로 깨어진 신체 리듬이 탈모를 일으키는 가장 기본적인 원인인 만큼 올바른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과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 몸의 밸런스를 균형있게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탈모 예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간과하기 쉽지만 두피도 피부다. 영향을 공급하는 두피 상태가 좋아야 모발도 건강한 건 당연하다. 얼마전에 충격적인 정보를 접했는데, 두피가 상하면 얼굴 피부도 그만큼 빨리 늙는단다. 두피가 건강해 팽팽하게 당겨주면 얼굴 주름도 늦게 생긴다고. 내 만성적인 피부 트러블의 원인 중 하나는 어쩌면 상태가 좋지 않은 두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탈모가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생기는 질환인 만큼 탈모 치료의 가장 근본은 몸의 건강 유지지만, 이미 진행이 시작된 탈모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두피 상태의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할 수 있다.

<하루 3분 두피마사지>는 건강한 모발을 위한 333법칙을 이야기하는데, 그건 바로 3분 마사지, 3분 복식호흡, 3분 두피 체조다. 두피의 혈행을 좋게 해 두피 상태를 개선하고 두피 체조와 복식호흡을 통해 몸 속 기순환을 좋게 해 탈모를 개선하자는 거다. 여기에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영양섭취, 충분한 수면 등은 부록이다. 탈모는 현대인들에게 또다른 고민을 안겨주고 있지만 불치병은 아니다. 이책에서 권하는 것처럼 꾸준히 적절한 마사지와 운동을 통한 두피 상태 개선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물론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예방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333법칙을 통한 하루 3분 투자로 건강한 두피와 모발을 가꾸어보자. 노력하는 자에게 복이 있는 법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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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놀러다니기 좋은 가을날인 10월 중순 주말,
한창 등산과 걷기 여행에 푹 빠져 있는 친구 맹과 양동마을을 찾았다.

양동마을까지는 차로 가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지만, 얼마전에 맹이 동료쌤께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위덕대 후문(?)에서 출발해 사뿐사뿐 걸어가면 양동마을까지 대략 3시간 코스라는 것!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운동도 하며 가을 정취도 즐기며 수다도 떨 겸 걷기 여행을 하기로 했다.

위덕대에서 난 아스팔트 대로를 한참을 걸어 숲길로 접어들어 얼마간을 걸으면 인계댐이 나온다.
여기에 이런 댐이 있었던가, 꽤 오랜 세월을 살았음에도 걸으며 보는 세상은 모든 게 새삼 새롭다.
멀리까지 보이는 물과 홀로 서 있는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경치가 눈을 시원하게 한다.
이때부터 디카를 챙겨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대로변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만난 나팔꽃 무더기.
예전엔 우리집 앞마당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나팔꽃이나 분꽃 등 여러가지 꽃들을 만났던 것 같은데,
이젠 나팔꽃 보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오랫만에 보는 나팔꽃이 그래서 더 반가웠다.



인계댐을 지나 조금을 더 걸으니 어랏! 초가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설마.. 벌써 양동마을? 하며 조금씩 걸어들어가니, 어익후! 벌써! 양동마을 도착이다.
아, 뭐냐? 3시간 코스라더니!! 30분 만에 도착해버리는 이 황당함이란!!

그런데 우리는 나중에야 알았다.
그 3시간 코스란, 양동마을까지 가는 거리가 아니라 양동마을을 구경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예전에 왔을 때는 그냥 유명하다는 몇몇 기와집만 슬쩍 돌아보고 가느라 몰랐는데,
흐느적거리며 마을 곳곳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양동마을이 정말 크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3시간을 돌아다녔지만 양동마을 전부를 다 돌아보진 못했다. 물론 천천히 다녔지만. :)




우리가 걸어온 위덕대에서 인계댐을 거쳐 양동마을로 들어오는 길은  
주차장과 관광안내소가 있는 양동마을의 입구와는 완전히 정반대인 곳으로 이어진다. 
마을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양동마을 탐험을 시작한 덕분에 
보통 때라면  안 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구석진 곳부터 눈도장을 찍을 수 있어 좋았다.





마을로 들어서서 얕은 언덕을 올라 가장 먼저 들어가본 집이 상춘헌이었다.
그날 양동마을에서 돌아본 한옥 중 손에 꼽히는 멋진 집이었는데,
특히 자연과 어울어진 소박한 앞마당과 곡선의 낮은 돌담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 예술이었다.

양동마을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돌담이었는데,
높이가 낮은 돌담이 산지형을 따라 구불구불 만들어내는 유려한 곡선의 미가 너무 멋졌다.
디카가 없어 너무 아쉬웠는데 폰카도 생각외로 사진이 잘 나온 듯해 다행이다. ^^;




더불어 상춘헌의 매력으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안채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마당에서 살짝 열린 문을 열고 들어가면 ㄷ자형의 안채가 나오는데,
가을볕이 들어 더욱 한가해 보이는 안채 마당에는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는 꽃풀이 소복하게 심어져 있다.
얼핏 봤을 때 샐비어랑 비슷하게 생긴 꽃이었는데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마치 꽃병에 꽂아둔 듯 소복한 큰 키의 화초와 한숨 늘어지게 낮잠이라도 자고 싶은 따듯한 마루가
가을 하늘과 어울려 너무 아름다운 한옥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더불어 나는 '아, 디카!!!'라는 비명을 내내 입에 달고 다녀야 했다. 흑,




안채 마당에서 또다른 쪽으로 난 문으로 나오면 벽을 타고 새파란 잎들이 하늘을 향해 있다.
잎은 수세미 같은데 표면이 온통 올록볼록한 터프한(?) 열매는 아무리 봐도 수세미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그런데 요게, 수세미가 아니라 여주 열매,라는 거란다. - 다음 자연박물관 정보보기!
무지한 저에게 좋은 정보 알려주신 비휴님, 고맙습니다! ~(__)~

여튼 하늘 높은 가을과 단정한 한옥과 소박한 뜰의 자연이 어우러진 상춘헌은
양동마을의 여러 집 중에서 가장 살아보고 싶은 집이었다. ^^


양동마을 홈피의 설명에 따르면 상춘헌은,
조선 영조 6년(1730년)경에 동고(東皐) 이덕록(李德祿)공이 건립하였고,
그의 증손으로 예조참의(禮曺參義)와 대사간(大司諫)을 역임한 창애 이정덕(李鼎德)공이 동편 사당을 증축하였으며,
그의 손자도 문과 급제를 했다. 그 후 후손인 이석찬(李錫纂)공의 호를 따라 상춘헌(賞春軒)이라 부르며
사랑채의 마당 동편에 계획적인 조경으로 동산을 꾸며 놓았다... 고 한다.





상춘헌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근암고택을 들렀다가 다시 내려와 쭉 걸어가다 보면 서백당이 나온다.
양동마을 안내책자에 빨간색으로 꼭 가볼 한옥집으로 표시된 4곳 중 하나인데, 역시 그럴만한 곳이었다.

월성 손씨 종갓집인 서백당의 사랑채 마당에는 무려 600년 수령의 거대한 향나무가 있는데,
엄청난 몸집을 지탱하는 나무 기둥과 밑둥의 모습도 보는 이를 압도했다.
나무의 결 하나하나에 수많은 세월이 담겨있을 거라 생각하니 살짝 엄숙해지기도.




윗쪽의 사당 입구에서 내려다 본 서백당의 600년 수령의 향나무 모습.
줄기가 옆으로 뻗어 나무 한 그루임에도 마치 몇 그루의 나무들이 함께 모여있는 것 같이 보인다.
600년을 한곳에서 살아온 향나무에게서 자연의 경이로움이 전해지는 듯했다. 


  ☞ 상춘헌 & 서백당 자세히 보기 - 클릭! 





서백당을 나와서는 마을의 여기저기 골목길과 변두리 산길을 돌아다녔다.
중간에 무슨 산장? 쉼터? 그 근처에서 맹이 싸온 군고구마로 점심 요기를 하고 잠시 쉰 후
다시 마을 실개천으로 나왔다가 심수정과 이향정이 있는 하촌 쪽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꽤 돌아다녔음에도 별로 피곤하지 않더라는. ㅎㅎ

그런데 기록을 안 하고 돌아본 데다가 다녀온지 시간이 좀 지난 여파로 경로가 좀처럼 기억이 안 난다;; ㅠ
디카가 있었다면 기록하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찍었을 텐데,
내킬 때만 폰카로 막 찍었더니 나중에 사진 속 풍경이 어딘지 찾는데 한참 헤매야 했다.
이 사진 속 한옥은 마루에 잠깐 걸터앉아 쉬기도 했었는데 여기가 어딘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 옅은 기억과 찍힌 시간, 경로를 봤을 때 아마 심수정인 것 같은데.. 뭐, 아님 말고;; ㅋ

  ☞ 심수정, 자세히 보기 - 클릭! 





심수정에서 강학당을 거쳐 마을회관 쪽으로 돌아오던 길에 빨래가 널려있는 초가집을 만났다.
초가집과 빨랫줄에 널린 빨래가 왠지 이질적이면서도 꽤나 잘 어울려 보여 잠시 발길을 멈추고 바라봤다.
맑고 쾌청한 가을 날씨라 저 빨래들은 아주 뽀송뽀송하게 잘 마를 듯. :)




마을회관에서는 양동마을 부녀회에서 자리를 펴고 국수도 팔고 떡도 팔고 있었다.
떡은 직접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수도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떡만들기가 더뎌졌다.
떡이 꽤 맛있어 보여 한 팩 사오고 싶었지만 도통 완성될 기미를 안 보여 포기하고 마을 입구 쪽으로 향했다.

마을회관 맞은 편에는 양동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집인 향단이 보인다.
향단의 조금 앞(왼)쪽에 있는 기와집 건물은 관가정이다.
향단과 관가정은 서백당, 무첨당과 함께 양동마을 안내책자에 빨간색의 필수코스로 기록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입구를 지나 관광안내소를 거쳐 마을 입구 좌측의 언덕에 동남향으로 자리잡고 있는 관가정에 들렀다.
높은 곳에 자리잡은 양반네 집인 만큼 맞은 편의 얕은 언덕과 그 밑의 초가들이 죄다 보이는,
마당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 아주 근사한 집이었다.

양동마을 홈피에 올라와있는 설명에 의하면 관가정은,
청백리이자 조선 성종으로부터 중종조에 걸친 명신 우재(愚齎) 손중돈(孫仲暾)선생이
손소 공으로부터 분가하여 살던 집이나,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고 비어 있다.
격식을 갖추어 간결하게 지은 우수한 주택건축으로 한 눈에 들어오는 형산강과 경주를 품어 안는 경관이 일품이다.
관가정(觀稼亭)이란 곡식이 자라는 모습을 보듯이 자손들이 커가는 모습을 본다는 뜻이다.
특히 아래쪽에 배치된 하인들의 거처인 가립집(초가)4~5채가 잘 보존되고 있는 모습을 볼수 있는데, 지금은 손씨 후손들이 살고 있다.
... 고 한다. ^^


관가정 뒷쪽에 위치해 있는 향단은 양동마을 곳곳에서 그 이름을 접할 수 있는
회재 이언적 선생이 어머님을 위해 지은 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집은 보통의 한옥들과 달리 아주 폐쇄적인 구조로 되어 있어 연구 대상에 자주 오른다고.
허나 예전에는 개방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우리가 찾은 날에는 주인이 기거한다며 문이 닫혀있어 내부를 구경하진 못했다.
엄청 독특한 구조와 무척이나 폐쇄적인 구조라길래 얼마나 독특한 구조이길래, 얼마나 폐쇄적이길래 하고 엄청 궁금했는데, 늠 아쉬웠다! 

  ☞ 관가정 & 향단, 자세히 보기 - 클릭! 




다른 사람들과 달리 마을 안에서 바깥쪽으로 돌아 주차장을 찍고 관광안내소를 지난 우리는
관가정과 향단을 보러 가던 도중 간단한 주전부리를 파는 집을 발견하고는 잠깐 들어갔다.
집주인이 직접 만든 3가지 맛의 유과와 식혜, 산딸기 주스 등을 팔고 있었는데,
2500원 산딸기주스보다 1천원짜리 식혜가 더 맛있었다능! ㅎㅎ

엄마를 위해 유과도 한봉지 샀다. 선물용으로 포장된 것은 8천냥, 그냥 봉지에 담아파는 것은 5천냥.
직접 만드신 유과라 그런지 많이 달지 않으면서도 참 맛있어서
단 것 좋아하시는 엄마는 물론이고 과자라고는 잘 안 드시는 아부지도 맛나게 드셨다능.
담에 양동마을 가면 그때도 또 사와야 할 듯. 한켠에는 직접 키우신 고구마도 팔고 팔고 있었다능. ^^





관가정과 향단을 돌아본 후 한참을 걸어걸어 무첨당에 도착했다.
이미 서너 시간을 걸어다녔던 터라 이때쯤에는 살짝 지쳐있었으나 그래도 필수코스라 마지막으로 가보기로 했는데,
어째 둘 다 무첨당 입구를 못 보고 지나치는 바람에 한참을 더 돌아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무첨당은 한참을 걸어 들어온 보람이 느껴질 만큼 좋았다.
한옥의 오래된 나무들이 풍겨내는 분위기도 그랬고 가을볕 아래의 그 여유로움이 그랬다.




무첨당의 오른쪽 벽에는 흥선대원군이 집권 전에 이곳을 방문해 썼다는 좌해금서(左海琴書)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좌해금서(左海琴書)는 ‘영남(左海)의 풍류(琴)와 학문(書)’이라는 뜻이라고.
서체가 특이하다 싶었는데 일반 붓이 아닌 죽필(竹筆)로 쓴 글씨라고 한다. (사본이란다)

무첨당은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이자 문신이었던 회재 이언적 선생의 종가 별채로 세운 건물로,
'무첨당(無添堂)' 해 은 이언적 선생의 다섯 손자 중 맏손자인 이의윤(李宜潤)공의 호이며 조상에게 욕됨이 없게 한다는 뜻이란다. 

  ☞ 무첨당 자세히 보러가기 - 클릭! 



사진은 못 찍었으나 무첨당 옆에는 ㅁ자 모양의 살림집 한옥이 있었는데,
유독 한 채의 기와에만 소나무 모양의 작은 생물들이 밀집해서 자라고 있었다.
때마침 시티투어로 온 문화해설사님이 다른 관광객들에게 설명을 하시길래 여쭤봤더니
잘 모르시는지 어물쩍 다른 말로 둘러대곤 나가버리셨다;; 쩝.

다음날 맹의 문자에 의하면 그날 우리가 본 신기한 그것은 바로 '와송'이란다.
지붕의 기와 위에서 자라는 모양이 소나무 잎이나 소나무 꽃을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 와송, 더 자세히 보기 - 클릭!






무첨당을 끝으로 다시 양동마을 상촌쪽으로 들어가 인계댐을 거쳐 위덕대 후문쪽으로 걸어나왔다.
위덕대에 거의 다와 가는 길목에 억새들이 예쁘게 피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억새를 보니 화왕산이 생각나는구나. 언제 화왕산도 한번 가봐야 하는데.. (낼 가기로 했다! ㅋㅋ)



경주 양동마을에 도착해 대략 3시간이 넘도록 여기저기 다녔는데도 마을을 완전히 다 돌아보지 못했다. 
길을 잘못 들어 조금 헤맨 것도 있었지만, 새삼 양동마을이 참 크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예전엔 차 타고 와서 입구에 있는 유명한 집 몇 채(주로 관가정과 향단)만 쓱~ 보고는 별 거 없다고 실망했었는데 말이다. ㅋ
느긋하게 천천히 걸으며 돌아보니 곳곳에 숨겨진 이런 멋진 한옥과 경치들이 많은데,
지금도 여전히 그걸 못 보고 그냥 수박 겉핥기처럼 돌아보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 듯해 안타까웠다. 


알고있듯이 지난 7월, 경주 양동마을은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 덕분인지 확실히 예전보다 마을 전체가 좀 더 단장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수혜로 확실히 예전보다 양동마을을 찾는 사람들도 엄청 늘었고.

그러나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문제도 생기는 법. 곳곳에 쓰레기도 보였고,
무엇보다 관광객들이 늘다보니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에 따른 불편이 커질 듯하다.
그나마 마을 깊숙이 있거나 높은 지대에 있는 집들은 덜하지만,
마을 입구나 길목에 자리잡은 집들은 지나가는 관광객들 때문에 꽤 스트레스를 받는 듯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경주 양동마을을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 마을 관리나 단장 등의 필요가 커진다면
아마 양동마을도 하회마을처럼 입장료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니 미리 가보시는 것도 어떨런지? ㅎㅎ
화창한 가을 날씨에 600년 동안 내려온 우리 조상들의 멋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ㅅ^




 + 경주 양동마을 홈피 - http://yangdong.invi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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