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의경의 우주콘서트
태의경 지음 / 동아시아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별자리를 찾곤 했다. 그 당시 아는 별자리라곤 북두칠성 밖에 없었지만 그걸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뻤던지! 그러다 대학에 들어와 얼떨결에(?) 별 보는 동아리-아마추어천문관측회에 가입했다. 그리고 나는 온갖 deep sky 사진들과 천체서적이 널려있는 동아리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밤이 되면 동아리방 앞마당에서 별을 보며 술판을 벌였으며(비록 술은 안 먹지만;;), 주말만 되면 라면 몇 봉지 넣은 가방과 망원경을 짊어지고 밤산행을 했다. (덕분에 별도 보고 운동도 했으니 도랑치고 가재잡은 격이랄까. ㅎㅎ 물론 내려올 땐 어김없이 다리가 풀려 제어가 안되지만 말이다; ^ ^;)

일주일의 수업이 끝나는 금요일 밤만 되면 별관측을 위해 힘겹게 올라갔던 산꼭대기에선 밤새 목에 경련이 일 정도로 고개를 젖히고 별자리를 찾았었고, 강한(?) 선입견을 발휘해 망원경 속의 희미한 천체들-성단ㆍ성운ㆍ은하의 형체를 찾아내느라 눈을 부라렸으며(특히 성운은 정말 찾기 힘들다; orz), 망원경에 카메라를 고정시킨 채 딥스카이 사진을 촬영하는 선수(?)들 곁에서 별자리를 찾으며 밤이슬을 맞기도 했으며, 까만 밤을 길게 가르는 별똥별들의 깜짝 출연에 마구마구 환호하기도 했다(놀라기에 바빠 미처 소원을 빌지 못했다; orz). 때때로 산을 오르느라 흘린 비지땀이 무색해지게 구름이 밤하늘을 잔뜩 뒤덮은 날이면 가끔씩 나타났다 사라지는 별들 아래서 그 나름의 운치를 즐기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때 도란도란 수다 떨며 구워먹던 군고구마의 맛은 아마 평생 잊혀지지 않으리라.


(대학시절, 별자리 관측의 필수품(?)이었던 이태형 님의 별자리책들과 나란히 한 '우주콘서트' ^ -^)

이렇듯 '별' 하면 너무나! 할 말이 많은 나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책이 나왔다. 세 번째 콘서트 시리즈인 <우주 콘서트>가 바로 그것! 천문학이란, '우주'라는 공허한 느낌으로 인해 어떤 환상을 떠올리게 함과 동시에 그 쓰임새가 실생활에서 피부로 직접 느끼기가 어려워 특유의 전문성을 물씬 풍겨대는 학문 중 하나다. 그래서 천문학 관련서적도 그 분야 전문가들이 출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와!'하고 반가워 했다가 '어?'하고 다시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이 책은 천문학자가 아닌 아나운서 태의경 씨가 쓴 책이기 때문이다.

어라? 아나운서가 웬 우주이야기?? 아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으니. 물론 요즘은 전문영역이 따로 없을 만큼 다른 분야에 책을 내는 일이 활발하지만 대중과 그리 친밀하지 않는, 극히 전문적인 영역으로 치부되는 천문학에 대한 편견 때문에 아나운서가 쓴 천문학 서적은 쉽게 수긍이 안 됐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을 접고 이 책을 읽다 보면, 여러 갈래로 뻗어지는 천문학의 곳곳에서 막힘없이 펼쳐지는 박학다식한 그의 내공에 놀라고, 천문학~하면 느껴지는 그 거리감이 무색할 정도로 편안하고 친근한 문체로 대중에게 다가오는 그의 입담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과연~ 그는 결코 '아무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의 추천사의 말처럼 별 내림을 받은 '별 아나운서'였다! 


<우주 콘서트>를 읽다 보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선 이 책이 다루는 다양한 영역에 놀라고, 저자의 깊이있는 지식에 놀라며, 쉬운 문체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의 글솜씨에 놀란다. 천체에 대한 막연한 이야기로 두루뭉수리하게 묶어낸 책이 아닐까 했던 우려는 이 책을 조금만 읽다보면 흔적없이 사라진다. 오히려 전문가 특유의 딱딱함이 묻어나지 않아 훨씬 편안한 책이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이 나같은 일반 대중에게 좀 더 살갑게 다가오는 것이리라.

이 책에는 추천사를 쓴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의 말처럼 세 가지 우주 - 스페이스(space : 인간이 장악할 수 있는 우주 공간), 유니버스(universe : 별ㆍ은하ㆍ우주로 채워진, 천문학의 대상이 되는 우주 공간), 코스모스(cosmos : 유니버스에 대한 인간의 요구 사항이 많이 들어간 주관적 우주)를 적절히 배합하여 다루고 있다. 우주선, 우주인 이야기(space)에서 메시에 마라톤, 블랙홀(universe) 등을 거쳐 고흐의 그림속 별이나 베들레헴의 별 이야기(cosmo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만날 수 있는 우주이야기를 펼쳐놓아 한 판 신나게 연주하는 <우주 콘서트>는 읽는이로 하여금 우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별을 사랑한 화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별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우주 콘서트>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지만, 특히 고흐의 그림 속에 담겨있는 별들의 이야기와 동방박사를 베들레헴으로 인도했던 별에 관한 이야기 등은 미처 생각지 못한 관점에서 접근해 풀어내는 이야기인 지라 가장 흥미진진했다. 유난히 그림 속에 별이 많이 등장하는 화가, 고흐. 그냥 그 느낌이 좋아 그의 그림을 좋아했었는데, 그가 상당한 천문학적 지식의 소유자였으며 그의 그림 속의 별들이 천문학적 지식을 토대로 빛을 발하고 있었을 줄이야! 이런 기본지식을 습득하고 다시 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무척 새롭게 보였다. 또한 성경에 기록된 동방박사를 예수님께로 이끈 베들레헴 별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 밝혀진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보태어 별의 정체를 추적해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이런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던 걸 보면 나는 cosmos적 우주에 가장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 ^ (...라고 생각했으나 다른 부분도 어찌나 관심이 많은지; ^ ^;)

< 우주콘서트 147쪽에 나오는 '연오랑세오녀' >
태의경 아나운서가 호미곶에서 만났다는 바로 그 동상이다. (책엔 사진이 없길래; ^ ^;)
이 사진은 직접 찍은 것인데, 얼떨결에 찍힌 분들 신상보호 차원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 ^;;


universe적인 우주
를 다룬 성단, 성운, 은하, 혜성 등의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는데, 그 이면엔 별과 함께 보낸 나의 대학시절 동아리의 경험들이 큰 역할을 했다. 태의경 아나운서가 어떤 천체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면 나는 나의 기억회로를 더듬어 예전 기억들을 찾아내고, 망원경, 쌍안경, 그리고 맨눈으로 바라보던 하늘의 기억이 그렇게 <우주 콘서트>와 함께 춤을 추었으니 말이다. ^ ^


천문학자 메시에가 별이 아닌 천체들을 정리해 놓은 목록인 메시에 목록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왜 게성운이 M1이 되었는지 그 사연을 처음 알았다. 실제로 망원경을 통해선 희미한 덩어리로만 보이던 M1(게성운)이 메시에 목록이 탄생하게 된 초석(?)이 되었을 줄이야! ^ ^; 메시에 목록을 만든 메시에의 말처럼 아마추어들이 작은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한 천체들을 정리해 놓은 목록이 메시에 목록인데, 오리온 대성운(M42,M43)과 플레이아데스 성단(M45) 같은 천체는 워낙 커서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황소자리 근처에 7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플레이아데스 성단(우리말 이름은 좀생이별)은 밤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개 성단이란 애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크고 아름답다. 시력이 좋은 사람은 그 갯수까지 셀 수 있을 정도니 겨울밤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대상으로 시력검사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 ^

망원경 관측에서 화려함을 뽐내는 성단에 비해 성운은 사진이 훨씬 아름답다. 오랜 시간 빛을 모아 탄생한 사진에서는 곱디 고운 색채를 뽐내는 성운이지만 실제 관측할 때는 그냥 희뿌연 덩어리들로만 보이고 그것 또한 형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매번 눈을 부릅뜨고 찾아야 한다. 또한 밤하늘에는 은하들도 많이 있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안드로메다 은하(M31)'는 작은 망원경에서도 그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한다. 공상만화에서 자주 접하던 안드로메다 은하를 실제로 봤을 때의 그 경이감이란! ^ ^


바로 그~ 전설(?)의 혜성, 이케아세키 혜성 사진. ^ ^!

나도 직접 관측했었던 Hale-Bob 혜성 (꼬리가 두 갠데 파란색이 이온 꼬리다. ^ ^)
(그당시 찍었던 사진은 스캔의 귀차니즘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명작을 빌려왔다; 출처모름;;)

헬리혜성이 세상에서 가장 큰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을 지나 나도 몇 개의 혜성을 직접 관측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Hale-Bob 혜성인데, 두 개의 갈라진 꼬리를 가진 Hale-Bob 혜성을 보느라 밤을 새우기도 했었다. 다른 천체와 달리 혜성은 늘 볼 수 있는 천체가 아니기에 더욱 애틋하고 경이롭게 다가오는 듯 하다. <우주 콘서트>를 읽다가 놀라운 혜성을 발견했는데 보름달 보다 밝았고 대낮에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는 1965년 관측된 '이케아세키 혜성'이 바로 그 주인공! 책 속 사진에 길게 늘어뜨린 꼬리가 장관이었다. 낮에도 보이는 혜성이라! 상상만 해도 근사하다! 그러나 이 혜성은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간 나머지 그 인력에 산산조각 나 버렸단다. 이렇게 아쉬울 때가! ㅠ


2004년 천체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권오철님의 '학암포의 저녁무렵'
사자자리 유성우를 촬영한 거란다. (신문기사에서;) 멋지다!
너무 아름다워 갠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는데 인터넷을 뒤져 출처를 찾았다; ^ ^;

밤하늘의 신나는 우주쇼 중에 별똥별이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책에 언급된 것처럼 우리나라에선 8월의 페르세우스 유성우11월의 사자자리 유성우가 대표적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98년엔가(정확한 연도가 기억이 안난다; orz) 극대치를 맞았던 사자자리 유성우였다(그 이후로도 극대치라는 이야기가 몇 번 더 나왔었으니 어느 해가 가장 최대였는진 잘 모르겠다; ^ ^;). 정말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별똥별들을 본 건 처음이었다. 한 순간에도 여러 개의 별똥별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내려 하늘을 가르고 빛을 뿜어냈고, 때때로 아주 커다란 유성도 깜짝 출연해 십여초가 넘는 긴 시간 동안 밤하늘을 밝혔다. (그런 월척 유성은 보기만 좋을 뿐만 아니라 탄성만 내지르다 사라지는 아기 별똥별과 달리 그런 큰 유성은 아~!하고 놀란 뒤 소원까지 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ㅎㅎ) 아름다운 빛들로 수놓인 그날의 밤하늘은 아마 내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아직 유성우를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여름에 '별똥별비'의 매력에 한 번 푹~ 빠져보시길 권한다! ^ ^!



 space적 우주를 다룬 부분에서는 우주선, 우주인, 우주여행, 우주개발, 인공위성, 민간우주여행 등 '우주'라는 단어의 어감에 가장 근접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갈망과 노력, 그리고 비약적으로 발전해 가는 성과들을 읽으며 아직도 요원해 보이는 우주여행이 그리 멀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괜시리 가슴 설레기도 했다. 세계적 우주인 사관학교인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 훈련 센터(GCTC)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는데 과연 우주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뜨겁게 언론을 뜨겁게 달구던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는데, 그들도 그곳에서 훈련을 받은 후 최종선발을 거쳐 우주인으로 탄생할 것이라고. 우주인 이야기를 하며 흥분하는 저자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받으며 나 또한 우주로 향하는 우주인의 짜릿함을 상상 속에서나마 느껴본다. ^ ^


아참! <우주 콘서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영화를 통해 살펴 본 우주이야기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로 만나는 우주이야기는 참~ 맛있었다. 가장 대중적인 매체 중의 하나인 영화는 우주에 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을 담아내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보다는 한층 발전된 상상력을 결부시킨 우주의 모습을 그려낸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아폴로 13호, 토탈리콜, 미션 투 마스, 레드 플레닛, 콘택트, 딥 임팩트, 아마겟돈 등을 통해 영화를 볼 당시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솔솔찮았다. 그중 조디 포스터가 열연했던 영화 '콘택트(Contact)'는 꽤나 매력적이었는데, 태의경 아나운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는다고 해서 무척 반가웠다. 우주를 소재로 하면 대게 전쟁이 주를 이루는 다른 영화와 달리 굉장히 정적이며 철학적인 느낌을 물씬 풍겨나서 짧지 않은 러닝타임 내내 푹~ 빠져서 봤던 영화였다. 생각난 김에 다시 감상해 봐야겠다. ^ ^





(개기일식이 일어나면 대낮이 이렇게 깜깜해지니.. 고대인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너무 아름답다!)

저녁을 먹고 펼쳐든 <우주 콘서트>에 빠져들어 우주여행을 하다보니 어느새 한밤중이 되어버렸다.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여전히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언제나 내가 봐주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렇게 날 반긴다. 그날 밤 나는 <우주콘서트>와 함께 별과 함께 한 내 행복한 기억 속으로 추억여행을 떠났고, 상상으로나마 우주인이 되어 미래여행도 즐겼다. 덤으로 미처 알지 못했던 맛난 우주 지식들을 간식 삼아 먹어대면서. ^ ^

처음엔 노랗다 못해 붉은 달이 가득 찬 표지가 그닥 맘에 들지 않았는데, 손에 닿는 기분좋은 종이의 질감과 선명하게 아름다움을 뽐내는 별사진들과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맛나게 들려주는 태의경 아나운서와의 동행을 시작하자 표지의 불만 따윈 금방 잊혀졌다. 그녀의 출중한 지식과 입담은 독자들에게 무척이나 신나고 설레며 짜릿한 콘서트를 선사한다.



2004년 5월 5일에 일어났던 개기월식.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버렸던;;; -.-;;)
(출처 : 연합뉴스 - 기사는 삭제됐는지 찾을 수가 없다;;)

세상사에 시달리고 찌들려 흐느적거릴 때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 보자. 커다란 체구의 오리온이 반짝이고 청백색의 청아한 시리우스가 제 빛을 뽐내고 좀생이별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강렬한 아름다움을 내뿜는 겨울밤. 별을 바라보는 잠시 동안이라도 세상의 근심,걱정 같은 온갖 시름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몇 만 광년이란 어마어마한 거리에서도 자신의 빛을 잃지 않고 오롯이 밤하늘을 지키는 그 별들처럼 지구별의 우리도 우리의 빛을 지켜나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우주 여행에 당신도 함께 하길 권해 본다. 자~ 준비 되셨는가. 이제 곧 당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우주인 태의경과의 즐거운 시간을 한껏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하시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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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
장태호 지음 / 종이심장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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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 '펭귄'.
이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인가.
같이 있어도 절대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 것 같은 이 두 존재를 하나로 묶어내며 눈길을 끄는 책이 있었으니 바로 장태호의 여행에세이 <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 >이다.

정사각에 가까운 책크기에 두툼한 종이로 구성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아프리카의 황홀한 자연사진과 여행자 '테오'의 감성적인 글귀들이 어울어져 눈이 즐겁고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멋드러진 여행에세이다. 또한 '아프리카의 펭귄'이란 제목에서부터 눈치챌 수 있듯이 기존의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깨며 우리를 놀라게 한다. 비록 이 책에서 말하는 '아프리카'란 아프리카 대륙을 구성하는 많은 아프리칸 국가들이 아니라 '단지' 백인들이 평정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에서도 '케이프타운'에 거의 한정되어 있지만 말이다;;

책을 넘기면 첫 장부터 하늘이, 구름이, 바다가.. 그 모든 자연이 예사롭지 않다. 어쩜 이렇게도 멋진 자연이 있단 말인가! 수없이 감탄하고 감탄하며 사진속 풍경들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런 황홀한 사진속 풍경들이 실제로 펼쳐진 도시가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이다. 이 책은 간략히 말하자면 '케이프타운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라고 칭할 수 있다. 케이프타운의 모습과 주변의 자연과 관광지,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담아 알려줌과 동시에 친절하게도 뒷부분에 따로 지면을 마련하여 그곳에서의 생활을 위해 알아야 하는 것들이나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어학원, 학교 같은 온갖 세세한 정보가 실려있다. 케이프타운의 홍보대사라고도 할 수 있겠다. ^ ^;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 속에는 허섭한 모양새와는 달리 해변가의 만찬과 흥취를 즐길 수 있는 랑가방 레스토랑, 케이프타운의 아담한 일종의 사막(언덕이라 칭함이 더 어울리지만) 아틀란티스 샌듄의 샌드보드, 둥그렇게 솟아있는 팔락마운틴과 영화속 한 장면같은 돼지농장과 와인농장,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번지점프 코스라는 블루크랑스 브릿지, 세계사에서 그 이름을 날리던 희망봉 등 책 곳곳엔 케이프타운의 사랑스런 모습이 생생한 사진들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 중 나를 매료시킨 건 싼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싱싱한 과일들 이야기였다. 과일하면 사족을 못쓰는 나로선 입안 가득 고이는 침만 꼴깍대며 삼키는 수 밖에;; 또한 갓 잡아올린 참치의 붉은 살을 찍은 사진과 그 맛을 묘사하는 부분에선 아~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었다. 난 회도 좋아한단 말이닷!!! 나도 그 맛을 맛보고 싶다. ㅠ ㅠ 어쨌거나 오염되지 않은 풍요로운 자연의 축복을 받고 있는 케이프타운의 모습이었다. 부럽다. 쩝;;

더불어 아~ 여기가 정말 아프리카구나!라고 느꼈던 부분은 케이프타운 근처의 크루커에서 야생의 동물들과 함께 한 '사자왕 쟈카' 이야기였다. 동물원에서 유리창으로 된 기차를 타고 구경하는 동물들이 아닌 실제로 야생에서 사는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곳, 그곳은 진정 아프리카 땅이긴 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아프리카 펭귄'. 정말 아프리카에 펭귄이 있을 줄이야! 케이프타운의 볼더스비치에는 실제로 펭귄이 서식하고 있단다. 그 펭귄을 좀 더 가까이 찍고 싶어 다가갔던 '테오'를 쫓기게 했다던 늠름한 황제펭귄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괜시리 웃음이 난다. 이것 참, 아프리카에서 사자도 코끼리도 아닌 펭귄에게 쫓기다니. ㅋㅋㅋ


이 책의 배경인 남아프리카의 도시 케이프타운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프리카와는 꽤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오히려 아프리카라기 보단 유럽의 어딘가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잘 닦인 도로와 잘 갖춰진 시설, 잘 정돈된 멋진 집들과 그것들을 차지하고 있는 백인들이 존재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흑인들의 땅 아프리카지만 남아공은 예외다. 넬슨 만델라에 의해 인종차별이 어느정도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익에 관계된 주도권은 백인들이 쥐고 있어 흑인들의 생활은 어렵고 팍팍하단다. 흑인지정구역이라는 하라레의 존재가 그렇다.

 아프리카에 속해 있으면서도 아프리카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남아공은, 백인들의 이기주의와 흑인들의 슬픈 역사가 느껴져 멋진 외양에도 불구하고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래서 테오가 전해주는 멋진 풍광과 재미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도 가슴 한 켠이 서늘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도 흑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뒷부분에 약간의 공간만을 마련해 담고 있다. 길진 않지만 깊이 안타까웠다.


 너무나 읽고 싶었기에 큰 기대를 하고 펼쳐들었던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
여행의 설렘과 이국적 풍경과 그곳 사람들의 모습의 다양한 모습과 먹거리,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여행을 꿈꾸는 당신에게 '케이프타운'이란 곳을 하나 더 추가하는데 만든다. 이렇게 멋진 곳을 소개받아 나 역시 너무나 기뻤다. 생생한 사진들은 나의 상상을 눈으로 확인하게 만들어줬고 비록 몸은 대한민국에 발 붙이고 있지만 마음만이라도 케이프타운의 하늘 아래 있을 수 있게 해줬다. 

그러나 책을 조금만 쫙~ 펴면 책장이 뜯어질 것 같은 제본은 조금 아쉽다. 종이가 두껍기에 너무 펼치면 혹시나 속지가 튕겨져 나올까 걱정되어 상당히 조심스레 책을 넘겨야 했다. 제본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을..
내가 요새 인도나 이라크 등의 주제를 다룬 여행에세이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비교적 순수관광에 대한 이 책의 감상적인 글들이 처음엔 살짝 당황스러웠다, 곧 적응했지만;; ^ ^;; 오랫만에 보는 감상적 전개의 글이라 오히려 신선하기도 했고. 또한 이 책은 여행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사진집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을 듯 하다. 책의 절반까진 아니라도 그 가까이 그곳의 사진들이 차지하고 있다. 불만있냐고? 당연히 없다. 그런 멋진 사진을 보는데 누가 싫어할까!! ^ ^


이 책을 보고 난 후 나도 아프리카의 그 황제펭귄을 만나러 가고 싶어졌다!
테오씨, 책임지세욧!!!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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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나의 여행
임영신 지음 / 소나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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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무자비한 폭격이 계속되고 그에 대한 보도가 티비를 가득 채울 때, 간혹 나오던 인간방패로 이라크에 들어간 평화운동가들이 인질로 잡혀 석방교섭중이란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일본인과 우리나라 사람 각각 몇 명이 억류당했다가 풀려나는 과정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서 솔직히 그들은 왜 위험한 분쟁지역으로 스스로 들어가는지 이해 못했었다. 이라크와 상관없는 외국인으로서 전쟁을 막기 위해 인간방패가 되기 위해 이라크로 들어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이라크로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마음을, 의도를 늦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 샬람, 샬람… 앗살라 말라이쿰…. 평화를, 평화를… 부디 당신에게 평화를….

 평화운동가 임영신, 그녀는 두 자녀와 남편과 어머니를 남기고 전쟁이 시작되기 전 이라크로 들어간다. 그리고 '전쟁전'이라는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일상'을 살고 있는 이라크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다. 미국의 경제제제로 백신같이 꼭 필요한 약조차 구하지 못해 죽어가는 어린이 병원의 아이들과 지난 전쟁의 흔적을 온 몸으로 품은 채 힘겹게 살아가는 가족을 통해 이라크의 아픔을 접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또다시 시작될 전쟁에 대한 공포와 위험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그들의 따뜻한 온정과 차 한 잔 함께하는 평화로운 일상들도 만나게 된다. 전쟁으로도 없앨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그네들의 모습.

 - 우는 것으로 평화가 오진 않습니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에 울 수 있을 때 평화는 시작됩니다.

 '평화의 도시'라는 뜻을 가졌다는 '바그다드'. 언제쯤 그 곳에 평화가 깃들까. 미국의 일방적 폭격으로 전쟁은 끝났지만 그로인해 파괴된 도시와 다친 사람들로 전쟁후 이라크는 더더욱 분주하다. 모든 것들을 잃어버린 힘겨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전쟁의 아픔 속에서 피어나기를 멈추지 않는 희망의 씨앗들, 그들이 엮어내는 삶의 노래는 어느새 내 눈을 붉게 물들인다. 

 - 어머니, 이 꽃을 보세요. 그 폭격 속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피어났어요. 저 폭격으로도 이 꽃이 피는 걸 멈출 수 없는 거예요. 어머니, 여기 이 생명의 힘을 좀 보세요. 저 꽃에 피어난 희망을 좀 보세요!   ( 91쪽 수아드 아주머니의 말 中)

  

이 책은 '이라크 전쟁 / 피스보트(peace boat) / 평화단체나 다른 분쟁지역에 대한 평화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이야기 뒤에 이어진 평화의 배'피스보트'와 함께 시작된 평화여행은, 베트남, 인도, 스리랑카, 에리트레아, 터키 등 보다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전해들을 수 있어 좋았다. 또한 평화여행에 동참하는 여러 젊은이들의 모습이 무척 대견스럽고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이제껏 그들과 같은 시야를 갖지 못한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저자의 눈을 통해 경험한 평화의 배, 그 언젠가 나도 그 곳에 동참하여 평화에 대해 보다 넓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비록 만만치 않은 경비가 가장 큰 걸림돌이긴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 꼭지에 언급된 분쟁지역으로의 평화여행은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곳에서 여전히 전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중에서 이 책의 마지막 여행지였던 '피킷'이 가장 인상깊었다. 필리핀 만다나오 섬의 북부 코타바토에 있는 분쟁의 땅, 피킷. 그곳에 진정한 평화에 대한 '이해'가 담겨있었다. 상대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을 키우는 대신에 서로 용서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힘쓰는 그들,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는 것을 막고 평화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려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진정 아름다워 보였다.

 - 우리가 서로 증오하는 것으로는 이 전쟁과 수탈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게 알고 있지요. 때문에 전쟁이 또 온다 하더라도 우리는 평화지역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평화는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으로만 지켜질 수 있는 거니까요.
우린 평화를 믿어요. ... ... ... 당신은 평화를 믿나요? (270~271쪽)


  한국전쟁이라는 아픔을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우리들. 지금 '평화'가 간절히 필요한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곳,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가 아닐까 한다. 사람들이 망각하고 있을 뿐 우리에게도 '평화'는 너무나 간절한 것이 아닌가. 평화의 시작은 알고보면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내가 아닌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 그의 잘못을 용서하고 포용할 줄 아는 관용, 그것이 바로 평화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더불어 작은 냇물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를 만들어 내듯이, 작고 미약하지만 우리의 작은 평화들이 모이고 모여 이 지구촌을 평화로 물들일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꿈꾸어 본다.

<평화는 나의 여행>을 읽으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그들과 나의 평화에 대해 보다 깊게 생각해볼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단순한 기행문으로든, 사회운동의 한 일환으로든 이 책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면 한다. 더불어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원하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가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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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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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나 역시 이 책의 제목을 첨 들어을땐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를 떠올렸다. 그만큼 그의 유명세와 함께 영화로도 소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오리의 도쿄 타워는 영화로 먼저 봤는데 나한텐 별로 안 맞는 얘기였던지라 책은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아 아직 못 읽어봤다. 가오리의 도쿄타워와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는 제목만 같을 뿐 상징성이 다른거니 아무 상관없겠지만 말이다.

지하철에서 울면 곤란해질 거라는 카피는 살짝 과장된 것 같다. 물론 뒷부분으로 넘어가면 저 말에 동감한다. 엄마의 암이 발견되고 회생불가능이란 사실을 알고부터는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러나 그 앞부분, 그러니깐 그의 성장기를 다루는 부분은 약간 지루하다. 너무 잔잔한 일본 영화를 볼 때 느껴지는 그런 나른한 지루함이라고나 할까. 릴리 프랭키의 자신의 이야기인지라 공감가는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그의 성장사를 읽는 동안 눈꺼풀이 수시로 내려오는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런 역경?을 딛고 나면 그 뒤에 눈물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나역시 그러했다.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는 의미심장한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마사야의 인생에서 어머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인데 비해 아버지는 정말 때때로, 간혹 등장했다가 어느새 사라진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있지만 거의 존재감이 없다고나 할까. 그도 그럴것이 도무지 이름뿐인 아버지는 잠시 얼굴을 비쳐주는 것 외엔 그 어느 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생활비며 양육비는 물론이고 교육비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가끔 와서 얼굴 보여주며 밥이나 한 끼 먹거나 자신의 사업?에 아들을 데리고 가는게 고작이다.

그러나 그런 존재감 가벼운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그의 인생에 절대적이다. 어릴 때 쪽방에서부터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병원집까지 마사야는 늘 엄마와 함께 했다. 어머니가 없는 삶은 생각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방황의 길에 들어선 아들은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점점 어머니와의 연락이 뜸해진다. 건네는 말수도 줄어든다. 그러면서 여전히 타락의 삶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어느날 정신을 차렸을때 어머니는 어느새 노인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몸엔 병마가 찾아왔다. 왜 그동안 그런 어머니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극한의 상태에선 후회하고 반성하지만 어머니의 상태가 나아지고 다시 일상이 찾아오면서 여전히 곁에 계심이 고맙고 사랑스런 일이지만 가끔씩 귀찮거나 짜증나는 감정이 다시 피어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날, 어머니가 정말 그의 곁을 떠났다. 언제나 어떤 일에도 웃던 어머니가.


방황하는 청춘인 그의 모습에서 무기력한 나의 모습이 보이고, 병마에 힘들어하는 어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게 없어 괴로워하는 그에게서 지금 나의 불효를 발견했다. 이 이야기는 릴리 프랭키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곧 우리들과 우리들의 부모님 간의 이야기이다. 끝없이 베푸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그 고마움을 모르는 우리들. 나중에 후회하고 가슴을 뜯어봐야 그건 아무 소용없는 일인걸 알면서 우리들은 오늘도 불효자로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었다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자.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흘렸던 눈물을 닦고 지금 당장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리자.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자.







이건 뒷담화지만.. 이 책을 다 읽어도 끝내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가 말하는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무섭다'의 진정한 의미는 뭘까?
마지막엔 알려줄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할머니의 농락(?)인 걸까? 아님 계속 숨겨진 의문이??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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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생각한다 - 과학 속 사상, 사상 속 과학
이상욱.홍성욱.장대익.이중원 지음 / 동아시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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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온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황우석 박사의 사건을 떠올릴 때면 마음이 참 씁쓸하다. 국민적 영웅에서 순식간에 희대의 사기꾼으로 추락한 황 박사. 그가 정말로 연구결과를 조작한건지 아님 마녀사냥에 억울하게 누명을 쓴 건지에 대한 진실여부는 여전히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터라 왈가왈부하기 조심스럽지만, 그가 일부 인정한 배아연구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란은 나로 하여금 철학이 사라져가는 과학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불치병 환자치료를 위해 윤리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치료기술을 개발하는게 먼저라는 입장과 아무리 그런 공공의 목적을 위할지라도 생명을 다루는 과학에서 윤리적 문제는 쉽게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의 충돌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나는 생명을 위한 과학기술인 만큼 그 과정도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과학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과학을 하는 사람의 가치관-철학이 아닐까 싶다.

 

처음 <과학으로 생각한다>에 관심을 가진건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과학 콘서트>나 <시크릿 하우스>처럼 생활속의 과학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재밌는 과학이야기를 다룬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과학으로 생각한다>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과학 속 사상, 사상 속 과학'이란 부제처럼 이 책은 과학과 사상,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엔 과학자 뿐만 아니라 수많은 철학자와 사회학자 등이 등장하여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를 보여준다. 그런 연유로 <과학으로 생각한다>는 앞에 언급한 두 책처럼 우리가 쉽게 접하는 생활에서의 과학 이야기라기 보단, 우리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전반적인 과학에 대해 들려주는 책이다. 또한 과학과 인문학이 어떤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며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솔직히 나의 부족한 과학지식 수준에서 읽어가기엔 <과학으로 생각한다>는 그리 쉬운 책은 아니었다.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풀어 설명하고 있지만 나란 인간이 워낙 물리학과 철학이랑은 친하지 않은 터라 물리학적 과학이론이나 심도 깊은 철학적 관념을 언급하면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 그래도 이과생이라 철학보단 물리학 설명이 좀 더 나았다는;; 땀삐질;; ^ ^;; 오! 너무 심오한 철학이여! orz 

그렇다고 이 책이 어렵고 딱딱한, 펼쳐만 놓아도 잠이 오는 전문서적은 아니다. 일반인들을 위한 약간 수준있는(?) 과학 교양서라고나 할까. 뭐, 그정도니 미리 겁 먹을 필요는 없다. ^ ^ 저자들의 친절하고 쉬운 설명들은, 그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과학 이론이나 원리들을 쉽게 풀어내기도 하고 과학을 바로보는 전혀 새로운 시선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책의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는 집중해서 몇 번을 읽고 음미해야 하는 부분들이 적지 않지만, 그런 지식의 향연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자신을 만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과학으로 생각한다>는 크게 6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근대와 현대 과학의 토대를 마련하고 또다시 새로운 과학혁명을 이룩한 과학자들을 다루는 1장 / 과학자와 철학자의 관계를 심도있게 다룬 2장(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 진화에 대한 이야기에 한층 깊이를 더한 3장 / 과학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관점을 다룬 4장 /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5장 / 과학전쟁과 페미니즘적 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6장 /이 그것이다. 

내게 가장 친숙했던 부분은 역시나 뉴턴과 아인슈타인으로 대변되는 1장이었다. 그 시대와 사상과 어울어진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다시 읽는 것도 재밌었고, 평소 궁금했던 양자이론과 현대인의 필수품인 컴퓨터와 관계된 천재 알란 튜링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갠적으로 그의 사생활은 참 안타까웠다;;)

2장은 철학의 난해함이 나를 난처하게 만들었지만, 진화에 대한 논쟁들을 실은 3장과 과학 그 자체를 보는 이런 다양한 시각이 존재함을 알려준 4장은 무척 흥미로웠다. 5장에서는 올바른 철학이 서지 않은채 맹목적 과학 숭배가 낳은 인류의 비극인 '우생학'의 끔직함에 몸을 떨었고, 쉽게 풀리지 않을 숙제인 사회와 과학의 관계에선 어떤 것이 좀 더 바람직한지 책의 내용을 토대로 혼자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과학전쟁을 일으킨 앨런 소칼의 용감무쌍한 시도에 나름 감탄했던 6장에는, 또한 흥미진진한 여성과학자 이야기가 담겨있다. 과학의 세계에서도 역시나 남자들보다 몇 배 더 힘든 과정을 겪어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여성과학자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아직도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여전함에 대한 아쉬움과 그 역경을 이겨낸 그녀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동시에 만날 수 있었다.

 

<과학으로 생각한다>는 '과학'과 '생각'의 어울림을 적절히 풀어낸 과학서적이다. 즉 과학이 과학 자체만으로 존재해 온 것이 아니라 철학과 사회학 같은 인문학과의 교류를 통해 발전되어 왔음을 설명하며, 과학에 있어 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알려준다. 이 책을 읽으며 과학이 사회의 많은 부분들과 이렇게 많은 관계를 맺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내가 살짝 부끄러웠다. 오! 나의 무지여! ㅠ (그러나 지금이라도 아는게 중요한거 아닌가! 불끈! ㅎㅎ;;) 또한 이렇게 여러 학문들과 영향을 주고 받는 교류를 통해 발전해야 하는 과학을 전문화라는 명목하에 제각각 나누고 분류하여 독립시키기 바빴던 우리의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 반성하고, 보다 통합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기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과학이 문화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유럽에서처럼, 과학이란 특정한 어떤 곳에 독야청청 홀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바로 곁에서 함께 숨쉬는 학문이다. 철학이 과학이 되고, 과학이 사회현상이 되며, 사회현상이 또다른 철학을 구축하는 것처럼 이 학문들은 모두 우리 생활속에서 알게 모르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제 자연과학과 인문학으로 선을 긋기에 앞서 이들을 통합적으로 포용하는 과학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과학을 연구했고, 과학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던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과학으로 생각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과학에 대한 안목과 견해를 한층 넓혀준 책, <과학으로 생각한다>
당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고마운 책이 아닐까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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