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생각한다 - 과학 속 사상, 사상 속 과학
이상욱.홍성욱.장대익.이중원 지음 / 동아시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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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온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황우석 박사의 사건을 떠올릴 때면 마음이 참 씁쓸하다. 국민적 영웅에서 순식간에 희대의 사기꾼으로 추락한 황 박사. 그가 정말로 연구결과를 조작한건지 아님 마녀사냥에 억울하게 누명을 쓴 건지에 대한 진실여부는 여전히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터라 왈가왈부하기 조심스럽지만, 그가 일부 인정한 배아연구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란은 나로 하여금 철학이 사라져가는 과학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불치병 환자치료를 위해 윤리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치료기술을 개발하는게 먼저라는 입장과 아무리 그런 공공의 목적을 위할지라도 생명을 다루는 과학에서 윤리적 문제는 쉽게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의 충돌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나는 생명을 위한 과학기술인 만큼 그 과정도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과학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과학을 하는 사람의 가치관-철학이 아닐까 싶다.

 

처음 <과학으로 생각한다>에 관심을 가진건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과학 콘서트>나 <시크릿 하우스>처럼 생활속의 과학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재밌는 과학이야기를 다룬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과학으로 생각한다>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과학 속 사상, 사상 속 과학'이란 부제처럼 이 책은 과학과 사상,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엔 과학자 뿐만 아니라 수많은 철학자와 사회학자 등이 등장하여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를 보여준다. 그런 연유로 <과학으로 생각한다>는 앞에 언급한 두 책처럼 우리가 쉽게 접하는 생활에서의 과학 이야기라기 보단, 우리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전반적인 과학에 대해 들려주는 책이다. 또한 과학과 인문학이 어떤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며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솔직히 나의 부족한 과학지식 수준에서 읽어가기엔 <과학으로 생각한다>는 그리 쉬운 책은 아니었다.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풀어 설명하고 있지만 나란 인간이 워낙 물리학과 철학이랑은 친하지 않은 터라 물리학적 과학이론이나 심도 깊은 철학적 관념을 언급하면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 그래도 이과생이라 철학보단 물리학 설명이 좀 더 나았다는;; 땀삐질;; ^ ^;; 오! 너무 심오한 철학이여! orz 

그렇다고 이 책이 어렵고 딱딱한, 펼쳐만 놓아도 잠이 오는 전문서적은 아니다. 일반인들을 위한 약간 수준있는(?) 과학 교양서라고나 할까. 뭐, 그정도니 미리 겁 먹을 필요는 없다. ^ ^ 저자들의 친절하고 쉬운 설명들은, 그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과학 이론이나 원리들을 쉽게 풀어내기도 하고 과학을 바로보는 전혀 새로운 시선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책의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는 집중해서 몇 번을 읽고 음미해야 하는 부분들이 적지 않지만, 그런 지식의 향연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자신을 만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과학으로 생각한다>는 크게 6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근대와 현대 과학의 토대를 마련하고 또다시 새로운 과학혁명을 이룩한 과학자들을 다루는 1장 / 과학자와 철학자의 관계를 심도있게 다룬 2장(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 진화에 대한 이야기에 한층 깊이를 더한 3장 / 과학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관점을 다룬 4장 /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5장 / 과학전쟁과 페미니즘적 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6장 /이 그것이다. 

내게 가장 친숙했던 부분은 역시나 뉴턴과 아인슈타인으로 대변되는 1장이었다. 그 시대와 사상과 어울어진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다시 읽는 것도 재밌었고, 평소 궁금했던 양자이론과 현대인의 필수품인 컴퓨터와 관계된 천재 알란 튜링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갠적으로 그의 사생활은 참 안타까웠다;;)

2장은 철학의 난해함이 나를 난처하게 만들었지만, 진화에 대한 논쟁들을 실은 3장과 과학 그 자체를 보는 이런 다양한 시각이 존재함을 알려준 4장은 무척 흥미로웠다. 5장에서는 올바른 철학이 서지 않은채 맹목적 과학 숭배가 낳은 인류의 비극인 '우생학'의 끔직함에 몸을 떨었고, 쉽게 풀리지 않을 숙제인 사회와 과학의 관계에선 어떤 것이 좀 더 바람직한지 책의 내용을 토대로 혼자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과학전쟁을 일으킨 앨런 소칼의 용감무쌍한 시도에 나름 감탄했던 6장에는, 또한 흥미진진한 여성과학자 이야기가 담겨있다. 과학의 세계에서도 역시나 남자들보다 몇 배 더 힘든 과정을 겪어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여성과학자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아직도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여전함에 대한 아쉬움과 그 역경을 이겨낸 그녀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동시에 만날 수 있었다.

 

<과학으로 생각한다>는 '과학'과 '생각'의 어울림을 적절히 풀어낸 과학서적이다. 즉 과학이 과학 자체만으로 존재해 온 것이 아니라 철학과 사회학 같은 인문학과의 교류를 통해 발전되어 왔음을 설명하며, 과학에 있어 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알려준다. 이 책을 읽으며 과학이 사회의 많은 부분들과 이렇게 많은 관계를 맺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내가 살짝 부끄러웠다. 오! 나의 무지여! ㅠ (그러나 지금이라도 아는게 중요한거 아닌가! 불끈! ㅎㅎ;;) 또한 이렇게 여러 학문들과 영향을 주고 받는 교류를 통해 발전해야 하는 과학을 전문화라는 명목하에 제각각 나누고 분류하여 독립시키기 바빴던 우리의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 반성하고, 보다 통합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기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과학이 문화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유럽에서처럼, 과학이란 특정한 어떤 곳에 독야청청 홀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바로 곁에서 함께 숨쉬는 학문이다. 철학이 과학이 되고, 과학이 사회현상이 되며, 사회현상이 또다른 철학을 구축하는 것처럼 이 학문들은 모두 우리 생활속에서 알게 모르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제 자연과학과 인문학으로 선을 긋기에 앞서 이들을 통합적으로 포용하는 과학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과학을 연구했고, 과학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던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과학으로 생각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과학에 대한 안목과 견해를 한층 넓혀준 책, <과학으로 생각한다>
당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고마운 책이 아닐까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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