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품절


육교에서 내겨다볼 때면 도시는 훨씬 아름답고 멋진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횡단보도는 서둘러 건너가야 할 곳이지만 육교는 그렇지 않다. 건너가지 않고 오래 머물러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길의 한가운데에서 오가는 차를 마음껏 내려다볼 수 있는 경험은 이제 귀해졌다. 육교들은 공룡의 운명을 따라 멸종해가고 있다. 횡단보도는 그것대로 만들되 육교는 육교대로 내버려두면 안 되는 걸까?-299쪽

사랑은 사랑이고 이해는 이해고, 그러니까 그것은 서로 아무 관계가 없다.-438쪽

그녀와 대화하다보면 가끔 그런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복숭아를 자르는 것과 비슷하다. 겉은 부드럽지만 어떤 지점에 이르면 더는 날이 들어가질 않는다. 진짜 감정은 딱딱하게 응결된 채 부드러운 과육 아래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13쪽

필사적이 되는 순간 애교는 더이상 애교가 아니라 공포가 된다.-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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