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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좋을 그림 - 여행을 기억하는 만년필 스케치
정은우 글.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9월
평점 :

문구덕후로써 최근 만년필에 빠져들었다. 정말 매력적인 펜이라고 생각이 든다.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만년필로 연습을 했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만년필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림에 소질이 없는 나지만 만년필로 그림이라니 나는 글씨쓰기도 아직 어색해서 조금 더 익숙해져야겠다고 생각했던 만년필인데 말이다.
그 정도로 펜 자체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그림은 커녕 글씨도 쓰기 힘든 것이 만년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정말 멋진건 저자는 아직 우리는 메모를 하려면 휴대폰보다는 연필을 드는 사람들이라며 연필이나 만년필과 가까워질 것을 권한다.
아날로그적인 느낌의 여행을 흠뻑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펼치면서 기대가 된다.
미안하다는 말, 오사카로 여행을 갔던건지 츠텐카쿠 모양의 음료와 쿠시카츠 집 사장님과 쿠시카츠가 그려져 있다.
내가 먹었던 쿠시카츠가 생각나면서 나도 미안하다는 말 부터 떠올랐다.
부모님과 함께 갔던 여행이 아니라서 그런지 부모님께 미안했다.
그 여행을 갔을 시에 많이 미안했기에 저자와 저자의 아버지가 맥주를 마시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미안하면 내가 더 미안해야 하는게 맞는다는 저자의 글에 나 역시도 그렇다고 느꼈다.
미안할거면 내가 더 미안한데 왜 부모님은 항상 미안한 마음이신건지 모르겠다.
서로 미안한 마음을 느끼는건 서로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만간 교토로 여행을 가고 싶어 계획까지 미리 짜두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여행 전 그 곳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저자에게 교토 기요미즈테라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그래, 내가 좀 모르면 어때!> 라는 마음이 생겼다.
저자 역시 건축에 대해서 잘 모르고 나도 잘 모르기에 모르는 나름 느끼는 것 또한 공부가 되고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평가하는 것도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가 만년필로 그린 그림을 구경하면서 여행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만년필과 잉크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다시 한번 감사했다. 사실 만년필에 대해 더 알고 싶어도 전문적으로 올라온 글은 찾아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책을 통해서 만년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저자가 추천하는 만년필도 있으니 우선 저자 말대로 만만해 보이는 놈 하나를 골라서 써보고 싶어졌다.
동남아에 관한 편견과 비하하는 사람때문에 불편했던 저자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 또한 저자의 의견에 공감했다.
읽으면서 꽤나 저자의 생각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끼기도 했다.
동남아가 못산다는 편견은 버려야 하고 한국보다 더 똑똑하고 발전해있는 나라도 많으니 제발 건방진 소리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적어도 더 착한 것은 사실이니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비하는 삼가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누군가를 판단하려드는 사람은 결국 자신에게 편견과 비하가 돌아가게 되어있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좋을 그림을 읽으면서 만년필로 그려진 그림과 나름 짧은 글이 내 감성을 건드렸다.
그림은 못그리지만 내 나름 남길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처럼 마음 속에 많은 걸 담을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