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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 얼떨결에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처방전
주서윤 지음, 나산 그림 / 모모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2020년은 코로나때문에 모든게 다 망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아니 기분이 아니라 아마도 이건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 일을 일시적으로 쉰 적도 있었다. 올해는 적어도 그게 자주 반복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엄청 힘들게 일하다가 막상 갑자기 쉬게되니 좋긴 좋았다.
왜냐면 일이 그만큼 힘들었기에 갑자기 쉼을 얻게되니 좋았다.
집에서 쉬면서 몸도 좀 추스리고 무너졌던 내 멘탈도 좀 잡아주고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솔직히 이게 쉬면서도 쉬는게 아니였다.
갑작스럽게 쉬게 되었을 때의 극초반을 돌이켜보면 아마도 그게 3월정도 일 듯 싶다.
그 때의 나는 저녁에 잠들 수가 없었다.
불안함 때문이었는지 그냥 쉬게 되는게 아주 많이 길어지면 곤란한 상황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을 보고 이 책에게 이끌렸는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닮은 모습의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말이다.
저자의 첫 글을 읽자마자 코끝이 찡해왔다.
아메리카노를 먹게 된 이유를 읽게 되자마자 항상 무엇이든 사먹을 때마다 계산하고 고민하고 걱정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나인 것을 말이다.
저자의 힘든 시기의 일기가 지금와서 읽었을 때 절대 나태해질 수 없다고 꼭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정말 세상의 끝자락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직전의 나는 3년 정도 일기를 써왔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여서 눈을 감으면 내가 다시 눈을 못 뜰 것 같고 무서웠다.
그리고 매일매일 모든 걸 기록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스스로가 불안해졌고 그 시기의 나는 우울함이 극에 달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때의 내 일기를 읽으면 정말 안쓰럽고 불쌍하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우울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저자와는 상황이 조금은 다르지만 정말 노는데에 돈을 써도 될까 싶은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정말 단 하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냈던 세월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줄여야 저금을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아끼고 아꼈다.
그런데 뒤돌아보니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해둔거라고는 그저 아껴서 아껴서 정말 필요한 것만 사고 쓰다보니 즐거운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러다 작년에 정말 큰 용기를 내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혼자 갔던 여행인데 그 여행이 내 인생에서 정말 오랜만에 준 휴식이었다.
그 시간이 너무 소중했었는데 최근엔 그런 시간도 낼 수 없고 뭐 상황도 좋지 않아서 여행을 갈 수는 없지만 혼자만을 위한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고 또 하고 싶은건 해야 하는게 맞는 것 같다.
최근 무기력해진 나를 위한 솔루션이 하나 생겼다.
나는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에 대해 적어보라고 했다.
은근 많이 나오지 않을까? 나도 저자처럼 꽤나 많은 목록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나도 목록을 적어볼까 한다.
우울해서 벗어날 수 없어서 고민만 하던 나에게 이걸 이겨내면 그냥 이겨내어버리면 그게 사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조금은 마음을 고쳐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글과 그림으로 위로를 받고 다시 힘을 내어서 나아가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아서 힘을 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