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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여름휴가
안녕달 글.그림 / 창비 / 2016년 7월
평점 :

언젠가는 꼭 한 번 가고 싶은 휴가지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도 여름에 꼭 가고 싶은 휴가지가 있는데 그 곳에서의 휴가를 가끔 상상해보고는 한다.
그런 상상이 못가서 기분이 나쁘기 보다는 상상 속에서 가고 싶었던 휴가지의 모래사장을 거닐고 그 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맛집에서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들을 상상하면서 나는 오히려 행복해진다.
현실은 그저 방 안에 앉아서 선풍기를 앞에 두고 얼음을 두 덩어리나 넣은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잠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만 같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도 나는 여름 휴가를 상상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또 여행을 꿈꾸는 마음이 더 간절해지는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할머니 댁에 방학을 맞아 찾아온 것인지 손자와 며느리가 왔고 바다에 다녀 온 손자는 할머니에게 자랑을 한다.
할머니랑 또 바다에 가자는 손자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별다른 이유 없이 거절을 당하고 그 후 손자는 할머니에게 바닷소리를 들려드리겠다며 소라를 건낸다.
잠깐 밥을 먹고난 후 손자와 며느리는 다시 집으로 간다기에 인사를 하고 보내려는데 손자는 바다에서 가져온 소라를 바다가 그리울 할머니에게 드렸다.
할머니는 선풍기 앞에 강아지 메리와 앉아 TV 속 바다를 쳐다보다 소라를 가지고 놀던 메리의 냄새를 맡으니 바다냄새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그러던 할머니는 여름 휴가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소라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와 메리는 바다에서 함께 수영도 하고 돗자리에 앉아서 파라솔을 그늘삼아 챙겨온 수박도 먹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바다의 냄새를 흠뻑 느꼈고 그렇게 메리와 신나게 놀던 할머니는 우연히 기념품 가게에 들리게 되었다.
기념품 가게에는 정말 많은 물건들이 있었는데 구경하다가 할머니는 바닷바람 스위치를 구입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바닷바람 스위치를 선풍기에 꽂았다.
선풍기 바람은 바닷바람처럼 시원했다.
<할머니의 여름휴가>를 읽고난 후, 나는 마음 한 켠이 저려오기도 했다.
할머니도 떠나고 싶었을 그 휴가를 할머니는 손자가 선물해준 소라를 통해 다녀오셨던 것이다.
얼마 전 친구가 유럽여행을 다녀오며 나에게 선물을 줬었는데 나도 그 선물과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들만으로도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설레이고 기분 좋은 느낌이 있었기에 할머니가 다녀오신 그 휴가가 어떤 의미였는지 알 것 같다.
그리고 상상은 어느순간엔 우리의 곁에 와있고 그 것이 현실이 되어있다는걸 느낄 것이다.
할머니도 다녀오신 여름휴가 다음으로 또 다른 휴가를 꿈꿀 수 있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더운 여름에 지쳐있던 나에게 잔잔한 파도같은 그림책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