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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모두에게 다른 말을 건다 - 위태로운 정신과의사의 행복한 산티아고 피신기
김진세 지음 / 이봄 / 2016년 7월
평점 :

너무 지치고 힘들때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짜증과 힘듦이 올라오고는 한다.
그런데 그게 올라와도 꾹꾹 참아내서 일을 계속 이어서 하거나 공부를 이어서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인데 환자에게 짜증을 내는 상황까지 이르러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그 후 그 버킷리스트를 실천해나가는 도중 산티아고 길 순례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최근에서야 산티아고 길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이 역시 내 버킷리스트에 들어가기도 했다.
영화 한 편을 보고난 후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떤 느낌일지 책, 영화를 통해서 많이 느끼고 알아보려고 하고 있어서인지 저자의 이야기도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내 성격과는 다르게 느릿느릿 조금은 천천히 차분하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인지 읽는 나까지 차분해지는 느낌이였다.
그런데 저자는 지도를 보다가 등산용 스틱을 놓고오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같이 걷던 청년의 긍정적인 말에 다시 한 번 정신차리고자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나는 저자가 첫 날 이런 실수를 겪은 것은 오히려 앞으로 펼쳐질 순례길에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는 징조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둘째날은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일어나서 준비를 하다가 수건을 빼놓고 갈뻔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는 다시 길을 나서는 저자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했다.
셋째날에는 비도 내리고 아홉째 날에는 개를 뭇워하는 여자를 만나 함께 걷기도 했다.
이렇게 우연치 않게 다가오는 순간순간들이 이 여행의 목적이 아닐까 싶었다.
열셋째 날쯤엔 발에 있는 진물도 통증도 괜찮아졌다고 했다.
하루하루 함께 걷는듯한 느낌을 받으며 열셋째 날도 함께 걷는 느낌으로 읽어내려갔다.
언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까지 숨이 차오르고 힘들었다. 저자 역시 너무 걷다보니 힘이 들어 혼란스럽고 완주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를 두다가도 결국 오르막 끝에 서게되면 완주를 목표로 하게 된다고 한다.
걸으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스칠까하는 생각이 들고 또 나는 어떤 생각들로 저 길을 채워나갈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스물넷째 날쯤엔 다리가 너무 아픈데 자꾸 몸이 말하는 소리를 무시하고 있었다고 했다.
파스를 붙이고 약을 먹으면서 다시 준비를 해서 길을 나서려고했는데 굉장한 짐의 무게때문에 결국은 자신의 미련이 남아있던 물건들을 마지막 도착지에 보내두기로 한다.
애초부터 가벼웠다면 몸도 마음도 조금 더 가볍게 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나조차도 꽤 많은 짐을 챙겨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과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저자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힐링할 수 있었다.
내가 함께 걷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감정적으로 힘들고 가끔은 저자가 그로 그려주는 그 풍경에 미소짓기도 했다.
책을 읽고나니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적으로 꼭 걷고야 말거라고 다짐하게되는 책이 되어주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그 여행을 위해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