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페이퍼에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고 싶지 않다'고 한 사람이 있다고 썼는데 그가 바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을 쓴 1985년생 젊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이다. 그와 관련하여 올해 (역시나 브루터스에서^^;;) 자신의 성장배경에 대해 짤막하게 언급해놓은 기사가 매우 재미있었기에 그 기사 내용 일부와 '왜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고 싶지 않은지'에 대해서 조금 언급해놓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공무원 아버지와 매우 자유로우며 개인주의적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으며 두 명의 여동생이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 그의 가족과 조부모는 함께 살았던 적이 있는 듯하다. '전형적인 쇼와 시대 가족'이라고 그는 술회하고 있지만 그러나 이 '7인 가족'의 양상은 한국의 삼대가 함께 모여사는 가족의 그것과는 매우 달랐던 것 같다.

 

이 7인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티비는 무려 여덟 대였다. 그러니까 개인별로 한 대씩 티비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거실에 한 대가 더 있었다고 생각하면 딱 맞다(한 집에 놓여 있는 엄마 테레비 아빠 테레비 할아버지 테레비 할머니 테레비, 란 얼마나 낯선 풍경인가...-_-;;). 각자 자기 방에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이 가족의 일반적인 시청 패턴이었다고 한다. 식사 역시 한 자리에 모여서 하는 법이 거의 없었던 것 같고 각자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시간에 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크리스마스 때도 케이크는 샀지만 가족들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그것을 먹거나 하는 '이벤트'는 없었다고.

 

부모님의 교육열은 높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방학 때 일년치 예습을 해두는 공부 잘하는 아이였다. 좋아하는 책은 도감류였고 드라마 본편보다는 예고편을, 음악을 직접 듣기보다 1위부터 100위까지의 차트를 보는 것을 좋아했으며 처음으로 본 <도라에몽>도 만화가 아닌 '해설서'였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예나 지금이나 제가 하고 있는 것은 변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보를 모으고 그 정보를 제 나름으로 다시 정리하는 작업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과 같은 거예요."

 

(이상은 <브루터스> 2014년 6월 1일자에서)

 

그는 결단코 독서광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냥' 책을 읽는 일은 없으며 그의 독서는 철저하게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일(연구) 때문에 난해한 사회학 책을 읽어야만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두 번 읽고 싶지는 않다고.

 

"제가 읽는 책은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합니다. 밑줄을 긋는 것은 제 목적에 필요한 부분이거나 나중에 인용, 참조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므로 산만하게 읽은 책은 나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처음 읽을 때 두 번 읽는 일이 없도록 하지 않으면 시간 낭비입니다."

 

"책은 그 내용을 전부 기억할 수 없습니다. 제가 쓴 책도 반년 정도 지난 후에 읽으면 마치 다른 사람이 쓴 책 같아요. 또 필자도 하나의 테마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써내려가는 것도 아니고 그 안에서 좀 비껴난 내용도 쓰는 법이지요. 그러한 것들을 전부 접할 필요도 없고 좋아하는 부분만 읽어도 괜찮습니다. 모든 걸 다 이해해야 한다, 쓰여진 내용 전부를 다 흡수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저도 통독하는 건 소설 정도예요(그나마 이야기에 빠지기 위해서도 아니라고 함.ㅠㅠ). 필요한 몇 페이지만 읽고 마는 책도 있어요. 책이란 사람에 따라 다중적인 독해 방법이 가능한 것이니까요."

 

(<브루터스 2015년 1월 1일/15일자에서)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목적적인 독서(입시-_-;;)에 짓눌린 나머지 한편에서는 독서의 즐거움에 대한 논의나 혹은 입시와는 다른 '유용성'을 부각시키려는 독서론이 성행하는 듯하다.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독서는 어느 쪽에 속할까. 당연히 그는 독서의 즐거움 같은 걸 이야기하지 않는다. 또 힘겨움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독서를 하면 이런 게 좋고 저런게 좋고, 라는 식의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읽고 그것을 정리한 다음 두 번 다시 읽지 않는다고 말한다. 연구자에게나 어울릴 법한 독서이며 너무 건조하여 오히려 일반 독자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독서'가 아니라도 이런 형식의 글 읽기는 사실 누구나 하는 것이다. 특히나 인터넷에서의 글 읽기란 대부분 이런 패턴이라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그의 독서론이 신선하게 느껴진 이유가 있다면 '그냥 자신의 목적에 필요한 게 있다면 읽으면 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즐겁지도, 힘겹지도 않으며 읽으면 지식이 늘어나고 뭐가 좋다는 식이 아닌 독서. 여기에 딱히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그런 독서론에 오히려 어긋나는 일인 것만 같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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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터스>라는 일본 잡지가 있다. 다루는 분야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할 만한 분야 전부랄까. 보기 시작한 지는 몇년 되지 않았지만 대중문화, 책, 그리고 먹거리 관련 호는 거의 대부분 사보고 주택이나 잡화, 기타 예술 분야가 특집일 때도 가끔 사본다. 여행, 남성복 등이 특집일 때는 한번도 사본 적이 없다. 여기서 열거한 분야만 봐도 알겠지만 가히 '종합문화잡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하지만 본색은 남성지라는...).

 

그림만 보고 지나가는 호도 꽤 되지만 '책'이 특집일 때는 눈에 불을 켜고 보는 편이다. '꼭 읽고 싶은, 딱 들어맞는 한 권'이라도 건지고 싶기 때문이다. 여러 권을 사서 다 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니까 어떻게 해서든 정말 읽고 싶은(다른 목적도 있기는 하지만) 한 권만 만나도 족하다. 물론 대개는 책이 특집인 이 잡지 한 권만 달랑 남게 되지만.ㅠㅠ(다행히 이번 호에서는 관심 가는 책이 몇 권이나 있었고 또 주변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해보고픈 책도 있었다.)

 

 

<아래는 작년과 올해 발행된 책 특집호들ㅡ제목은 각각 '책, 남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책, 여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책 212권', '헌책방이 좋다', '책 특집 2014ㅡ이 책만 있으면 인생은 대체로 걱정없다'(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입문'이란 내게는 일종의 마법 같은 단어이다. '전문'이 없고 이것저것 찔러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고 접근해야 하는가는 일하는 데나 살아가는 데 내겐 무척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혹은 '시작하게 만드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는 걸 늘 실감하기도 하니까. 아마 독서도, 각 사회의 환경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일 터이다. 그리고 '편집자의 말'을 빌리자면 일본 사회 역시 서점도, 독서 인구도 줄어드는 것을 반영하기라도 하듯이 '책 특집'이 아닌 '독서 입문 특집'이라는 것을 브루터스에서 내놓았다. 책이란 늘 당연한 듯 존재하는 물건이지만 독서란 더 이상 사회 구성원들이 당연히 여기는 행위가 아니게 되어가는지도 모른다(하지만 여기서 개인적으로 오버랩되는 건 존 다우어의 <패배를 껴안고>에 나오는, 전후가 되자마자 독서에 굶주린 대중이 아귀같이(?) 책에 달려든 풍경이자 가이조샤와 이와나미 외 출판사[연맹]가 경쟁적으로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을 내놓고 서로 자기네 전집을 읽어야 한다며 내놓은 1920년대 말 <동아일보> 광고와 기사이다. 이런 단편들이야말로 '국가적'으로 몰아붙여봤자 쉽게 만들 수 없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닐까. 그것이 곧 책과 독서의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한 세기 가까이 형성된 책과 독서 행위의 레퍼런스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레퍼런스는 한번 갖춰지면 중심을 잃었을 때 손쉽게 되돌아갈 수 있는 지점이 된다는 점에서 무서운 것이다).

 

'입문'이 주제인 데다 잡지의 성격상 안 읽히거나 하는 어려운 글은 없으며, 초등학교 4학년 아역배우부터 서평가, 전문 연구자들까지 골고루 갖춰진 스무 명 필진(대담자도 있지만)의 다양한 독서 방법에 대해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독서의 개인적 정의를 내리는 것부터 시작해서(호시노 겐-배우, 문필가) 책을 어디에 두고 읽느냐를 이야기한 사람도 있고(가쿠타 미쓰요, 작가) 책을 딱 한 상자만 보관한다는 사람도 있고(다가와 긴야, 디자인 회사 대표), 자신의 밑줄 긋는 법을 소개한 이가 있는가 하면(후루이치 노리토시, 사회학자), '낭독의 발견'을 이야기하는 시바타 모토유키(영문학자, 번역가) 같은 이도 있다. 같은 책을 백 번 이상 읽었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일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연기 전에 원작을 읽는다는 배우도 있다(한국에도 이름이 알려진 아오이 유.^^). 그 가운데 '세계문학'에 대한 글과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는 방법'는 몇 군데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옮겨놓는다(사실 이 글들은 전문을 다 옮겨놓고 싶긴 하다).

 

(* 밑에서 두번째 밑줄긋기에 언급되는 사토 마사루는 '독서'와 관련되는 책을 아마존저팬에서 찾으면 반드시라도 해도 좋을 만큼 자주 마주치는 저자라 읽어볼까 하다가도 국내에 나온 책들이 대개 안 팔리고 있어서ㅠㅠ 흥미를 갖지 못했는데 <현대사상(겐다이시소)> 최근호에서 무려 가라타니 고진과 대담을 하고 있어서 다시금 급 흥미가 생겼다. 아마도 그 <현대사상>이 내가 처음 만나는 사토 마사루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대담 내용을 다 이해한다는 보장은 언제나 그렇듯이 없다...ㅠㅠ)

국경 없는 문학과 접해보기 _고지 도코(영문학자, 번역가, 와세다대 교수)

세계에는 실로 많은 언어가 있는데 일본어로 쓰인 것과 그 이외의 것으로 나누는 것은 왠지 기묘합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세계문학전집은 나라별로 편집된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이상합니다. 왜냐면 작가가 태어난 장소와 살고 있는 장소, 그리고 소설의 무대와 사용하고 있는 언어가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오늘날 세계를 돌아보면 이들이 전부 제각각인 작가는 매우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어느 나라의 문학이라고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다면 언어라든가 국적 같은 기존의 지표를 일단 리셋하여 문학을 파악하여야 하지 않겠는가ㅡ이것이 제가 책 등을 통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세계문학`입니다.(36쪽)

생각해보면 음악은 비교적 하나의 장르로서 받아들이는 방식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방식이 가벼운 마음으로 해외에 나갔다 온다거나 정보를 외국어로 받아들이게 된 오늘날 우리 생활에도 딱 맞는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문학만은 거기서 뒤처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한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같은 쪽)

인터넷 시대야말로 독서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_하야미즈 겐로(저술가, 편집자)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누구라도 쉽게 접속 가능한 인터넷상의 정보는 금방 진부해지기 때문이다.
공업적 생산 중심의 시대에서 지식집약형 산업의 시대가 되면서 다른 사람과는 다른 정보, 아이디어만으로 비즈니스=돈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오늘날 다른 사람과 다른 정보를 어디에서 얻는가로 가치가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내 주위에서 어쨌든 책을 많이 읽는 직종은 작가나 저술가, 대학 강사나 교수, 학생(학생들은 놀라울 정도로 책을 안 읽는다!)이 아니라 아이티업계 종사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이다. 이 사실이 그야말로 현대를 상징하고 있다. (74쪽)

우선 자신의 인생관이나 철학 등에 영향을 끼치는 `교양`으로서의 독서 방법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인문학`을 몸에 익히는 것의 중요성이 이야기되고 있다. 인문학이란 기본적인 교양을 말한다.
박람강기형 저술가를 대표하는 사토 마사루의 책을 읽으면 옛 번역, 새 번역 성서부터 마르크스까지 종교, 철학 등의 고전의 내용이 재해석되어 있어 놀랄 만한 독서 방법을 보여줄 때가 많다. 새로운 지식은 새로운 책에 쓰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전에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75쪽)

마지막으로 이 독서 방법에 대한 책에 관한 글을 전부 부정하는 듯한 변화구와도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 <사고정리학>의 저자로 친숙한 도야마 시게히코의 <난독의 세렌디피티>이다.
이 책은 난독, 속독을 권장한다. 아니, 오히려 책 같은 건 제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쭉 훑어보는 편이 오히려 얻는 게 많다는 것이다. (중략) 책을 읽으면 사람은 자기 분야에는 정통해도 다른 부분에서는 상식조차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데 이는 창의성을 잃어가는 일이기도 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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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 내게 가장 반가운 책 소식 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이게 나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은 기세가 꺾였다고는 하나 일본에서는 여전히 대중음악 관련서가 많이 출간된다. 원서가 출간된 건 올해 5월이었고, 이 책의 출간에 즈음하여 저자가 일본에서 가진 행사에 대한 소식도 자주 봤으며 책 출간 자체가 무척 반갑고 보고 싶기는 했으나 번역되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나온 대중음악 관련서가 번역되는 일은 아주아주아주 드무니까.

 

근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거였다... 양평형의 인기를 무시한 건 아니지만ㅠㅠ '일본-대중음악-책'이라는 것에 너무 사로잡혀 있었던 듯하다. 평론집 같은 건 정말 국내에 나올 일이 없고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더 유용한 책은 디스크가이드인데 이런 책도 국내에서는 매우 드물게 만들어지고 시장도 작으니 번역서도 나올 일이 없다. 십중팔구 이 책은 디스크가이드의 성격도 겸하고 있을 터인데 과연 나올 것인가. '한국-대중음악-책'도 거의 나오지 않고 팔리기도 힘들 텐데 나올까. 이런 생각만 줄곧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분했던(?) 건 결국 '수입'의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국내에서 먼저 기획하여 수출하는 것이 일종의 '원칙'이라면 원칙이 아닐까 해서였다.

 

물론 그게 잘 안 되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도 가고 이해도 간다. 불만을 말할 여지가 거의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번역서든 뭐든 이런 책이 나왔을 때는 나로서는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수밖에 없다. 별로 들은 게 많지는 않지만 육칠십년대 서구 대중음악, 일본 대중음악은 혼자서도 대강 찾아들을 수도 있고 디스크가이드 같은 책이 정 필요하다면 어떻게 입수해야 하는지도 알고는 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한국 대중음악에 관한 책은 사실상 공백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나는 통사 스타일의 책도, 논문도, '평론'이라고 했을 때 금방 떠오르는 스타일의 글도 별로 원하지 않으며 그러한 외피를 씌웠으되 결국은 개인의 감상에 그치고 마는 평범한 에세이도 선호하지는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일종의 계보도이다. 물론 그 계보도는 처음에는 어떠한 '충격'에서 시작된다. 무언가를 들었을 때의 놀라움이나 일순 빠져드는 것과도 같은. 그러나 그 충격 자체보다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 거기서부터 이걸 들은 다음에는 저것을 듣고, 저것 다음에는 다시 어느 것을 들어나가는 과정. 그리하여 이걸 들은 다음에는 저것을 떠올리거나 듣게 되는, 온갖 영향관계를 머릿속에서 거미줄처럼 엮어나가는 계보이다.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잘 모르겠으되, 듣는 과정에서는 그 이상 가는 즐거움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 즐거움은 사실 글을 읽거나 쓰는 즐거움과는 매우 달라서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느낄 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언어로밖에 전달될 수 없는 개인의 노력과 체험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가 쫓아가야 하는, 간접적으로 체험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하세가와 요헤이라는 걸출한 뮤지션이자 프로듀서의 그러한 노력과 체험이, 그리고 그로 인해 얻어진 육칠십년대 한국 록의 계보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그 계보의 끝에 일본인인 그가 서 있다는 것ㅡ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남겨줄 것이다.

 

(* 간만에 주절거리며 썼지만 그냥 다 필요없고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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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목차, 안 매력적인ㅜㅜ 표지... 실물로 본 뒤 사야 할 것 같고, 원서와의 비교대조도 필수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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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 그저 살다보니 해직된 MBC기자, 어쩌다 보니 스피커 장인이 된 쿠르베 이야기
박성제 지음 / 푸른숲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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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해직이 되고 그러다 보니 스피커를 만들게 되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뉴스와 스피커에 대한 닮은 듯 다른 저자의 열의에 이끌리게 되는 책. 다 읽고 나면 저자의 복직과 사업 모두 순조롭기를 바라게 된다. MBC가 `엠빙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약사로도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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