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내게 가장 반가운 책 소식 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이게 나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은 기세가 꺾였다고는 하나 일본에서는 여전히 대중음악 관련서가 많이 출간된다. 원서가 출간된 건 올해 5월이었고, 이 책의 출간에 즈음하여 저자가 일본에서 가진 행사에 대한 소식도 자주 봤으며 책 출간 자체가 무척 반갑고 보고 싶기는 했으나 번역되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나온 대중음악 관련서가 번역되는 일은 아주아주아주 드무니까.

 

근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거였다... 양평형의 인기를 무시한 건 아니지만ㅠㅠ '일본-대중음악-책'이라는 것에 너무 사로잡혀 있었던 듯하다. 평론집 같은 건 정말 국내에 나올 일이 없고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더 유용한 책은 디스크가이드인데 이런 책도 국내에서는 매우 드물게 만들어지고 시장도 작으니 번역서도 나올 일이 없다. 십중팔구 이 책은 디스크가이드의 성격도 겸하고 있을 터인데 과연 나올 것인가. '한국-대중음악-책'도 거의 나오지 않고 팔리기도 힘들 텐데 나올까. 이런 생각만 줄곧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분했던(?) 건 결국 '수입'의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국내에서 먼저 기획하여 수출하는 것이 일종의 '원칙'이라면 원칙이 아닐까 해서였다.

 

물론 그게 잘 안 되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도 가고 이해도 간다. 불만을 말할 여지가 거의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번역서든 뭐든 이런 책이 나왔을 때는 나로서는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수밖에 없다. 별로 들은 게 많지는 않지만 육칠십년대 서구 대중음악, 일본 대중음악은 혼자서도 대강 찾아들을 수도 있고 디스크가이드 같은 책이 정 필요하다면 어떻게 입수해야 하는지도 알고는 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한국 대중음악에 관한 책은 사실상 공백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나는 통사 스타일의 책도, 논문도, '평론'이라고 했을 때 금방 떠오르는 스타일의 글도 별로 원하지 않으며 그러한 외피를 씌웠으되 결국은 개인의 감상에 그치고 마는 평범한 에세이도 선호하지는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일종의 계보도이다. 물론 그 계보도는 처음에는 어떠한 '충격'에서 시작된다. 무언가를 들었을 때의 놀라움이나 일순 빠져드는 것과도 같은. 그러나 그 충격 자체보다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 거기서부터 이걸 들은 다음에는 저것을 듣고, 저것 다음에는 다시 어느 것을 들어나가는 과정. 그리하여 이걸 들은 다음에는 저것을 떠올리거나 듣게 되는, 온갖 영향관계를 머릿속에서 거미줄처럼 엮어나가는 계보이다.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잘 모르겠으되, 듣는 과정에서는 그 이상 가는 즐거움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 즐거움은 사실 글을 읽거나 쓰는 즐거움과는 매우 달라서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느낄 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언어로밖에 전달될 수 없는 개인의 노력과 체험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가 쫓아가야 하는, 간접적으로 체험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하세가와 요헤이라는 걸출한 뮤지션이자 프로듀서의 그러한 노력과 체험이, 그리고 그로 인해 얻어진 육칠십년대 한국 록의 계보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그 계보의 끝에 일본인인 그가 서 있다는 것ㅡ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남겨줄 것이다.

 

(* 간만에 주절거리며 썼지만 그냥 다 필요없고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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