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책이 초등학생용 동화로 바뀌어 나온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리고 나도 딱따구리 그레이트북스의 햄릿이니 그리스신화니 하는 책들을 읽고 자랐지만 이건 좀 아니다. 정말 아니다.
중고등학생 혹은 다 큰 어른이 읽고도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새 이름은 아프락사스 어쩌구..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그것말고는 기억하는 게 없고 글귀를 적어 책상 귀퉁이에 붙여놓은 뒤 뿌듯해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 대문을 장식하곤 하는 걸 보면 기가 막힌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society를 사회로밖에 번역할 수 없었던 분..결과적으로는 은근히 괜찮은 제목이 되었습니다) 를 보고 나서 carpe diem이 수험생들의 책상을 점령했던 것 같은 느낌을 받기때문이다.
솔직히 죽은 시인의 사회를 썼던 사람이나, 감독이나, 심지어 거기 출연했던 어린애들마저도 carpe diem이 시간을 아껴 공부해서 대학가자는 뜻이 되어, '내가 딴생각을 하는 이 순간에도 라이벌의 책장은 넘어간다' 옆에 붙게 될 줄 알았겠는가? :)
새가 아닌 다른 얘기를 하는 걸 한 번 봤으면 좋겠다.
데미안은 나의 199x년의 책이었고 그 뒤로 헤르만 헤세를 찾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은 유리알 유희에서 멈췄다.) 내가 한때 정말 좋아했던 책을 이런식으로 난도질해서 동화를 만들다니 기분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