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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꽤 괜찮은 작품이라고 봐줄 수도 있겠다. 고대 설화와 별 차이가 없는 (절대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없다. 우리것에 애정을 갖는 이유는 우리가 세계 최고이기때문이 아니므로) <혈의누>가 1906년, <무정>이 1917년에 나왔다는 것을 감안할 때, 가스통 르루는 '공포추리소설'이라는 재미있는 장르의 작가로서 개인적으로 중국인의 유머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하는 프랑스식 능청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리뷰가 있는데, '실화'임을 강조하는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난생 처음으로 학교 앞 헌책방에서 (수험서가 아닌) 책을 파는 경험을 하게 해준 이 책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을 팔고 웃돈을 얹어준 뒤, 문제의<오페라의 유령>을 사게 되었기때문이다.
그나마 유태인의 교육이라든지, 유태인이 돈을 모으는 방법 따위를 소개하는 일본인들의 책, 또는 왜 유태인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가 안되는 목사님들의 책 중에서 이 책은 단연 돋보였다. 그러나..... 차라리 유태인이 어떻게 돈을 많이 버는지를 알게 되었다면 더 보람찼으리라. ㅡㅡ 내 지적 수준이 저자를 따라가지 못해서인지도 모르나, '입문'이라고 보기엔 너무 체계가 없고, 유대교의 의식들에 대한 합리화 (어떤 의식이 있는지나 먼저 말해줘야 할 거 아냐)에 급급하다. 그렇지만 유대교를 기독교의 형뻘로 생각해왔던 내 생각이 아주 틀렸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이제 슬슬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일단 불어를 전공한 분이 번역하신 거라서 뭔가 다르다. 고유명사의 번역과 표기도 흠잡을 데가 없으며. 옮긴이의 글 중
"너무나도 유명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알아도, 그것이 20세기초(1910년) 프랑스에서 나온 공포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의 정확한 번역은 아마도 '오페라 극장의 유령'이나 '오페라좌의 유령', '오페라 하우스의 유령'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파리에 실재하는 2,300여 석 규모의 오페라 극장에 출몰하는 '유령'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소개도 영어 번역본을 놓고 번역하는 분들에게 기대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본다.
오페라극장
이 소설의 거의 모든 이야기는 이곳을 배경으로 하며, '유령'이 사는 곳이 바로 이 '오페라'이다. 오페라는 파리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오페라극장 또는 그 주위를 의미하는 지명으로 쓰인다.
프랑스의 추리소설 하면 뤼팽이 떠오르는데, 이 소설 역시 뤼팽과 같은 썰렁한 사건해결과 우스꽝스러운 인물묘사, 시덥지 않은 농담으로 점철되어 있다.(난 뤼팽보다는 홈즈) 앞서 얘기한 대로 홍콩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간의 만담류 코미디... 중국과 프랑스의 농담은 묘하게 비슷한 느낌을 준다. 허풍도 비슷하다. ^^ 크리스틴 다에의 노래에 대한 찬사가 실린 신문기사는 읽어놓았다가 나중에 누군가에게 아부할 필요가 있을 경우 노래방에서 써먹어도 좋을 법 하다.(ㅋㅋ)
하지만 19세기말의 파리의 풍속과 오페라극장에 오르는 무용수, 가수들에 대한 묘사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원제가 제대로 Le fantome de l'opera로 표기되어 나와있는 세련된 표지도 마음에 들었다.
<비교>
영어 번역본을 번역한 이 책은 표지마저 별로다. 반드시 '성귀수 번역'으로!
1910년에 나온 프랑스식 추리소설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만 않는다면 초반이 좀 지루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히며, 훌륭한 작품이다. 뮤지컬의 성공을 봐도, 원작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는 증거가 아닌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