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8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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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다. 만약 '세계문학전집'을 재미있는 것과 재미없는 것으로 나눈다면 이 책은 이의없이 재미있는 쪽으로 갈 뿐 아니라 상당히 상위권에 들지도 모를 정도로 쉽고 재미있다.

대하소설적 재미만 있을 뿐 아니라, 20세기초에서 지금까지도 타협을 보지 못한 여러가지 사회 문제에 대한 관점들이 녹아들어 있어서 또다른 재미를 준다. 요즘 머리가 아파서(혹은 나빠서) 재미로 넘겼지만, 읽고 토론할 만한 거리도 많은 작품인 것 같다.

다양한 인간상이 등장하고, 그들의 성격과 사상이 설득력 있게 묘사된다. 그래서 하이메, 미겔, 알바 (셋 다 생각이 다르지만 에스테반의 반대쪽으로 세워볼 때)보다는, 전체적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극우 보수인 에스테반에게 더 수긍하게 될 정도다. 또다른 에스테반 역시 사악하게 그려지기는 했으나, 이해할 수 없는 극악 캐릭터가 아니었다. 백작 장 드 사티니 역시 귀엽기만 하더만... 작가는 별로 안좋아하는 듯? ^^a

다른 재미는 우리나라와의 비교.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문경장 사건의 (피해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미 다 알고 계시겠지만) 사실관계를 읽게 되었다. 아마 공판조서의 일부쯤 되지 않았을까 싶은 건조한 투였으나, 사실관계가 워낙 충격적이어서 그것이 적혀있던 찌그러진 하얀 복사지가 아직도 생각이 난다. 얼마나 충격적이냐고? 사실
알바는 우리나라의 그 피해자보다 훨씬 더 심한 일을 겪었으나, 이사벨 아옌데는 독자들을 위해 또는 화해를 위해, 문경장 사건보다는 훨씬 약한 강도로 그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만...-_-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사실관계'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합시다.

영화로 된 '영혼의 집'은 예전에 TV에서 해줄 때 5분 정도 봤는데, 제레미 아이언스의 에스테반은 꽤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나 위노나 라이더는 초록색 머리가 아니라서...흠. 초록 머리가 어떤 것일까... 다른 분들은 로사와 알바의 머리카락 색깔을 어떻게 생각하셨을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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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9-05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머리 앤이 검은머리로 바꿔준다는 염색약 쓰고나서 초록 머리로 잠깐 있었지요. 그 생각도 좀 나더라구요. 이 책이 그리 마음에 드셨다니 운명의 딸과 세피아빛 초상도 읽어보셔요. ㅎㅎ

수퍼겜보이 2005-09-0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선물해준 판다님에게 감사~ 번역도 마음에 들고 좋았어요. 그런데 더 읽었다 실망할까봐 여기서 잠깐 정지.

panda78 2005-09-05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사벨 아옌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안 봤지만, 운명의 딸이 더 좋다는 사람도 많답니다. ^^

마태우스 2005-09-06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안읽어서 이해가 잘 안가는 대목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사벨 아옌데가 혹시 칠레 대통령 아옌데의 딸이라든지 그런 건 아니죠?

panda78 2005-09-06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옌데의 조카딸이죠. ^^;;

수퍼겜보이 2005-09-06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 아.. 그런가요? 나중에 읽어봐야겠네요.
마태님/ 이해가 가시면 안돼요~ 읽기 전에 재미없잖아요. ^^a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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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나는 댈 데 안 댈 데 가리지 않고 '정치적으로 올바른'의 잣대를 갖다 댈 만큼 열정적이지도, 답답하지도 않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교양으로 러시아 문학 수업을 들었는데 러시아 소설에 여성주의를 갖다 대는 발표문을 들으면서 저 사람 눈엔 저것밖에 보이지 않는건가? 그런 시각에 가려 정말 중요한 것을 잃고 있는 건 아닌가? 도대체 19세기 러시아 소설에서 뭘 기대한다는 건가? 하는 생각으로 좀 답답했다.

그러나 박민규는 19세기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그는 21세기를 살아가며 부패한 세상에 멋지게 x침을 날리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왜 스스로가 부패한 x덩어리가 되었을까...

그가 성적 소수자에게 보내는 경멸의 시선은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세상이 경쟁의 낙오자에게 보내는 시선 못지 않다.

'카스테라'까지는 하루키식 글쓰기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에서부터 뭔가 아니라는 느낌이 왔다.  "토익 고득점자 여자 두 명" 또는 '코리언 스탠더즈'에서 '농촌'과 '운동'을 모르는 '여상을 졸업한 ooo양', '입사 2년차 ooo양' 까지는 그저 박민규가 매우 평범한 아저씨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는 것만 알려줄 뿐이었다.(미안하게도 요즘은 아저씨들조차 회사 직원을 ~양 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남색가"인 부장이라니!!!

호모 포비아들의 공통된 특징은 '이반 남자(gay)=강간범' 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더구나 일반 남성의 경우 스스로의 성적 매력이 특출나다고 생각해서인지 언제나 강간의 공포를 지니고 있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기를... 이반 남자도 남자이기에 외모를 가장 중시한다 (BBC 다큐멘터리에서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원빈인들...이반 남자들이 모두 군침을 흘린다해도, 강간(우리 형법상 강제추행)범은 극소수일텐데... 여자들이 남자는 모두 늑대니 하는 소리를 하면 기분 나쁜 것처럼 일반이 이반을 모두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더구나 사우나에서 남자들이 가끔 희롱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어디선가 읽어서 알고 있으나, 회사에서 여직원이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해도, 그녀와 정을 통하고 싶어하는 김부장이 그녀를 굳이 회사로 부를 필요가 있을까? "남색가"인 부장이 당신을 범하고 싶다 해도, 여관방이 훨씬 편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코리안 스탠더즈'에서 몸무게가 불어난 아내는 순수를 잃어버리고 속물이 되어 가는 아내를 묘사하는 장치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진짜 속물은 날씬한 경우가 많다네. 애를 낳고도 몸매를 유지하는 여자연예인들은 순수한 정신세계가 몸매로 화하여 그리 된 것이 아니라, 돈을 처발라 운동하고 맛사지를 받기 때문이지.. 어찌됐건, 아내가 속물이 되었다. 거기까지는 화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지 않는 기하 선배의 순수함은 나도 고개가 숙여진다. 그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은 그의 인생역정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내는 처녀였다'를 그 선배의 순수함의 척도로 나타내는 저자의 빈약한 논리와 상상력에 배꼽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virgin cap 붙은 오렌지 쥬스병이 아닌담에야, 누가 마음대로 뜯어 마실 수 있는 존재가 아닌데. 기하 선배가 아내를 탐해보려고 100번쯤 시도했으나, 조신했던 아내가 혼전 관계를 거부하여 실패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혹은 기하 선배는 저자의 표현을 빌어 '남색가'였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리고 100번쯤 흑심을 표현했든, 남색가이든 기하 선배의 순수함에 어떤 흠집도 낼 수 없다.

너무 진부하다.
그저 보통 소설이었다면 충분히 용서받고도 남을 정도의 진부였다.
그러나 박민규이기에 불쾌한 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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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 2005-09-0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삼미슈퍼스타즈...를 재미나게 읽은 방군이 이 책 샀다기에 빌려읽을려고 그랬는데...보류.해야겠다...아직 안 읽고 쌓아놓은 책도 산더미인데...-_-;;;

panda78 2005-09-0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사실은 다 안 읽었다는... ;; 삼미는 진짜 좋았는데...

수퍼겜보이 2005-09-05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미를 빌려달라고 할 걸...

panda78 2005-09-05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미는 없소..

쭈니야 2005-09-0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세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외모 얘기를 비롯한 몇몇 부분에서 '작가 자신'과 '소설 속 화자'를 처음부터 겹쳐놓고 판단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전적 이야기라도 작가와 화자는 완전 일치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설 속 화자가 일단 호모포비아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소설 속 설정이 그렇다 할 뿐, 작가가 이반에 대한 편견 내지는 범죄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성애자 중에도 제대로 된 사람이 있는 반면 강간범이 있듯이, 양성애자나 동성애자 중에도 제대로 된 사람이 있는 한편 강간범이 충분히 있을 수 있지요. 그중의 한 모습을 잡아 그린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성 상사가 남성 부하를 건드리는 내용으로도 충분히 심리 묘사가 가능한 것을, 굳이 남색가를 등장시켜 흥미 위주로 짰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말입니다.

수퍼겜보이 2005-09-06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중에 언급한 내용은 극히 사소한 일부이기때문에 안읽은 분들께 미리 작품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만큼 상세하진 않다고 생각했어요. 작가가 일부러 화자와 거리를 두지 않으면, 보통 화자가 작가의 입이 되는 것 같아서 미안하게도 머리의 주인공 박민규씨까지 구박을 했습니다... 아마 여성 상사로는 남성 상사만큼 수치심을 주기 힘들기때문에 남색가를 등장시켰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작가가 호모포비아가 아닐 듯도 합니다. 책을 읽은 직후 짜증이 나서 쓴 리뷰라서 제가 봐도 좀 삐죽삐죽합니다.

수퍼겜보이 2005-09-09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짝 고쳤습니다.
 
감자 - 배따라기, 김연실전 외 8편 한국문학대표작선집 13
김동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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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자의 슬픔>은 1919년에 발표된 김동인의 처녀작이다. 김동인이 1900년에 태어났으니.. 오옷. 대단하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최소한으로만 얘기하자면, 주인공 강엘리자베트는 가난한 고아로 K남작 집에 가정교사로 있으면서 학교를 다닌다. 그러다 억울한 일이 생기고, 그 일로 소송을 하게 되나 패소하고 시골 친척집에서 강한 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나이가 들어 일제하의 우리 소설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바는 그때도 지금 우리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21세기를 사는 강엘리자베트라면,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증거제출이 훨씬 수월하여 승소했을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소설 중 강엘리자베트가 패소한 이유는 일제치하의 우리민족의 설움도 아니요, '남작'이라는 것에서부터 친일 냄새가 솔솔 나는 K남작의 농간도 아니다.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20세기 초반의 한국에도 재판청구권이 보장이 되어 있었고, 서울에는 전차가 다니고, 현대식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강엘리자베트 같은 여성도 학교에 다니며 동무와 숙제를 같이 한다. 21세기초, 오늘날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져있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100년 전보다 실제 100년 전은 훨씬 모-단적이다. 사고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연실전>은 1939년작인데, 처녀작으로부터 20년이 지나 김동인은 아저씨가 되어 '요즘 여대생'을 비판하기 바쁘다. 여자 유학생은 행실이 나쁠 것이고, 따라서 여자 혼자 유학을 보내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는 우리 아버지와 똑같다. 당시 동경에 유학중이던 여대생들을 성적으로 깎아내림은 물론이요, 여성 지식인은 지능이 낮아 남자들이 하는 얘기는 알아들을 수 없으면서 유식한 척 허세만 부리는 것으로 묘사한다. 와~~미혼인 여자 유학생들이 고충을 호소하는 지금하고 너무 똑같애 ^o^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냥 넘겼던 부분들이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니 새롭게 다가온다. 한국 근대 소설 정말 재밌다. 번역을 거친 것이 아니라 작가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한국 소설의 최고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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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8-3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 > 넣으면 브리핑엔 안 뜹니다.
'약한 자의 슬픔'과 '김연실전'으로 고쳐주세요.^^

panda78 2005-08-31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대신 []이걸 쓰시오. ㅎㅎ

하치 2005-09-0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엘리자베스-_-;;;아..프란체스카가 떠올라...ㅋ

수퍼겜보이 2005-09-0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판다님/ 감사합니다 ^^

수퍼겜보이 2005-09-0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치님/ 지금은 할머니가 된 신여성들의 이름에서 애리시(앨리스)라거나 뭐 기타등등 영어가 심심찮게 발견이 되지요~ 하치님 동문 중에 많을 듯 ^o^ 흐흐 지금 보면 좀 재밌지만...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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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스밀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미혼처녀는 37살밖에 되지 않았으면서 다 늙어버린 것처럼 군다. 부유한 덴마크인 아버지덕분에 바지 안감에 대어진 실크의 촉감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냥꾼이었던 이누이트 어머니만을 자신의 유전자 제공자로 여기는 듯한 모순적인 여자이다. 남에게 말 한 마디 지는 법이 없고, 강하며, 자신의 뜻대로 인생을 살아간다. 

이런 스밀라같은 여자들은 약한 척 하고,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친구보다 데이트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나 같은 여자를 무시하거나 불쌍히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은 주로 스밀라의 글쓰기 대상으로 혹은 곁다리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밀라의 길들여지지 않는 강함과 솔직함은 슬슬 나를 끌어들였다. 물론 나는 몰래 그녀의 글을 읽으며 좋아하거나, 어쩌다 마주치는 그녀의 재치있는 말솜씨에 즐거워할 만한 사람이지, 수리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의 가장 놀라운 점은 -아직도 믿을 수 없다!- 스밀라의 창조자가 남자라는 점이다.
남자가 그려내는 여자는 대부분 죽어있는 인형에 불과하다. 남자가 그려내는 여자 중 가장 실물과 비슷한 인형은 어머니이지만, 그마저도 아들 앞에서만 존재하는 신기루, 여자의 한쪽 껍데기일 뿐이다.
피터 회의 스밀라는 살아있다. 피터 회가 사실은 여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추리 소설로서도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추리'만 놓고 보더라도 다빈치코드보다 34배쯤 괜찮았다.
'액션' (ㅎㅎ) 면에서도 긴박한 상황 묘사가 실감난다. 스케일도 크다.
밤에 혼자 이 책을 읽다가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갔는데, 방밖이 크로노스호의 복도가 아니며,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해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그린란드, 눈, 얼음에 대한 묘사를 읽을 때면 찬바람이 부는 듯 했고, 수리공이 커피를 만드는 부분에선 휘핑크림과 우유가 1:2 비율로 섞여 내는 향기와 눈보다도 예쁜 그 모습(냠냠)이 그려지곤 했다.

왜 스밀라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그녀의 매력에서 빠져나오려고 용을 썼는데도...
1000원 할인쿠폰을 깜빡하고 사서 마음에 한이 맺혔는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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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 2005-08-3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이가 아닐까?ㅎㅎ

수퍼겜보이 2005-08-3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자식도 있대.^^
특히 1인칭 소설에서 성별 바꾸기는 허접으로 가는 지름길인데 신기해...

col1983 2005-09-0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가 그려내는 남자도 남자의 탈을 쓴 허수아비에 불과하지요.

수퍼겜보이 2005-09-0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ol1983님/ 당연하지요 ^^ 박완서 소설 중에서도 1인칭 남자가 등장하는 게 있었는데 (제목은 기억이 안나네요) 조금 마음에 안들었구요. 성별 바꾸기는 아니지만(계급 바꾸기일까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1인칭 사장 아들도 옥의 티라고 생각했지요.

수퍼겜보이 2005-09-11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만 col1983님이 다른 시점까지 얘기하시는 거라면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겠군요. 여성/남성 작가를 불문하고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의 성격은 상당히 다양하고, 복잡하며 현실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보통 남성 작가가 그리는 여자의 성격은 너무 평면적이고, 몇 가지 유형에 한정되어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 작가의 역량에 따라 그 유형이 한 가지일 수도, 다섯 가지일 수도 있겠죠. ex)만화가 히로카네 겐시 - 3유형. 그리고 상당히 비현실적인 캐릭터도 많이 등장하구요. 특히 남성 작가의 여성 '나'는 '그녀'보다 비중이 크다보니 바닥이 쉽게 드러날 수밖에요. 이문열이 '선택'을 남성 화자로 썼다면 그만큼 욕을 먹진 않았겠죠. 박완서의 '나'는 어디까지나 관찰자의 입장이었기에 훨씬 나았다고 봅니다.

수퍼겜보이 2005-09-03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지 (그럼에도 피터 회의 역량이 뛰어나서 깜짝 놀랐다는 것이죠) 남자가 여자보다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거나 결함이 있다는 것이 아니었는데요...

릴케 현상 2005-09-13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냥 게으른 작가는 비웃음거리가 된다는 정도만 알면 되겠죠.

수퍼겜보이 2005-09-15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작가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지요 ^^

릴케 현상 2005-09-15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굴까^^
 
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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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작품이라고 봐줄 수도 있겠다. 고대 설화와 별 차이가 없는 (절대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없다. 우리것에 애정을 갖는 이유는 우리가 세계 최고이기때문이 아니므로) <혈의누>가 1906년, <무정>이 1917년에 나왔다는 것을 감안할 때, 가스통 르루는 '공포추리소설'이라는 재미있는 장르의 작가로서 개인적으로 중국인의 유머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하는 프랑스식 능청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리뷰가 있는데, '실화'임을 강조하는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난생 처음으로 학교 앞 헌책방에서 (수험서가 아닌) 책을 파는 경험을 하게 해준 이 책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을 팔고 웃돈을 얹어준 뒤, 문제의<오페라의 유령>을 사게 되었기때문이다.



그나마 유태인의 교육이라든지, 유태인이 돈을 모으는 방법 따위를 소개하는 일본인들의 책, 또는 왜 유태인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가 안되는 목사님들의 책 중에서 이 책은 단연 돋보였다. 그러나..... 차라리 유태인이 어떻게 돈을 많이 버는지를 알게 되었다면 더 보람찼으리라. ㅡㅡ 내 지적 수준이 저자를 따라가지 못해서인지도 모르나, '입문'이라고 보기엔 너무 체계가 없고, 유대교의 의식들에 대한 합리화 (어떤 의식이 있는지나 먼저 말해줘야 할 거 아냐)에 급급하다. 그렇지만 유대교를 기독교의 형뻘로 생각해왔던 내 생각이 아주 틀렸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이제 슬슬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일단 불어를 전공한 분이 번역하신 거라서 뭔가 다르다. 고유명사의 번역과 표기도 흠잡을 데가 없으며. 옮긴이의 글 중

"너무나도 유명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알아도, 그것이 20세기초(1910년) 프랑스에서 나온 공포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의 정확한 번역은 아마도 '오페라 극장의 유령'이나 '오페라좌의 유령', '오페라 하우스의 유령'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파리에 실재하는 2,300여 석 규모의 오페라 극장에 출몰하는 '유령'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소개도 영어 번역본을 놓고 번역하는 분들에게 기대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본다.



오페라극장

이 소설의 거의 모든 이야기는 이곳을 배경으로 하며, '유령'이 사는 곳이 바로 이 '오페라'이다. 오페라는 파리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오페라극장 또는 그 주위를 의미하는 지명으로 쓰인다.

프랑스의 추리소설 하면 뤼팽이 떠오르는데, 이 소설 역시 뤼팽과 같은 썰렁한 사건해결과 우스꽝스러운 인물묘사, 시덥지 않은 농담으로 점철되어 있다.(난 뤼팽보다는 홈즈) 앞서 얘기한 대로 홍콩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간의 만담류 코미디... 중국과 프랑스의 농담은 묘하게 비슷한 느낌을 준다. 허풍도 비슷하다. ^^ 크리스틴 다에의 노래에 대한 찬사가 실린 신문기사는 읽어놓았다가 나중에 누군가에게 아부할 필요가 있을 경우 노래방에서 써먹어도 좋을 법 하다.(ㅋㅋ)

하지만 19세기말의 파리의 풍속과 오페라극장에 오르는 무용수, 가수들에 대한 묘사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원제가 제대로 Le fantome de l'opera로 표기되어 나와있는 세련된 표지도 마음에 들었다.  

<비교>
 영어 번역본을 번역한 이 책은 표지마저 별로다. 반드시 '성귀수 번역'으로!

1910년에 나온 프랑스식 추리소설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만 않는다면 초반이 좀 지루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히며, 훌륭한 작품이다. 뮤지컬의 성공을 봐도, 원작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는 증거가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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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 2005-08-3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쪽 오페라의 유령 표지는
꼭 뮤지컬이나 영화의 내용을 소설화한듯한 느낌을 주는군.
영화같은 거 흥행에 성공하면 같은 제목 소설로 나오잖아.-_-;;;
위쪽 표지는 뭔가 있어 보인다.
근데 검은색은 재질에 따라 느낌이 너무 달라서
사진만 보고는 모르겠다.

수퍼겜보이 2005-08-30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꽤 이뻐. 광택이 있어서 먼지 붙은 게 잘 보인다는 단점이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