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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평점 :
참고로 나는 댈 데 안 댈 데 가리지 않고 '정치적으로 올바른'의 잣대를 갖다 댈 만큼 열정적이지도, 답답하지도 않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교양으로 러시아 문학 수업을 들었는데 러시아 소설에 여성주의를 갖다 대는 발표문을 들으면서 저 사람 눈엔 저것밖에 보이지 않는건가? 그런 시각에 가려 정말 중요한 것을 잃고 있는 건 아닌가? 도대체 19세기 러시아 소설에서 뭘 기대한다는 건가? 하는 생각으로 좀 답답했다.
그러나 박민규는 19세기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그는 21세기를 살아가며 부패한 세상에 멋지게 x침을 날리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왜 스스로가 부패한 x덩어리가 되었을까...
그가 성적 소수자에게 보내는 경멸의 시선은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세상이 경쟁의 낙오자에게 보내는 시선 못지 않다.
'카스테라'까지는 하루키식 글쓰기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에서부터 뭔가 아니라는 느낌이 왔다. "토익 고득점자 여자 두 명" 또는 '코리언 스탠더즈'에서 '농촌'과 '운동'을 모르는 '여상을 졸업한 ooo양', '입사 2년차 ooo양' 까지는 그저 박민규가 매우 평범한 아저씨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는 것만 알려줄 뿐이었다.(미안하게도 요즘은 아저씨들조차 회사 직원을 ~양 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남색가"인 부장이라니!!!
호모 포비아들의 공통된 특징은 '이반 남자(gay)=강간범' 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더구나 일반 남성의 경우 스스로의 성적 매력이 특출나다고 생각해서인지 언제나 강간의 공포를 지니고 있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기를... 이반 남자도 남자이기에 외모를 가장 중시한다 (BBC 다큐멘터리에서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원빈인들...이반 남자들이 모두 군침을 흘린다해도, 강간(우리 형법상 강제추행)범은 극소수일텐데... 여자들이 남자는 모두 늑대니 하는 소리를 하면 기분 나쁜 것처럼 일반이 이반을 모두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더구나 사우나에서 남자들이 가끔 희롱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어디선가 읽어서 알고 있으나, 회사에서 여직원이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해도, 그녀와 정을 통하고 싶어하는 김부장이 그녀를 굳이 회사로 부를 필요가 있을까? "남색가"인 부장이 당신을 범하고 싶다 해도, 여관방이 훨씬 편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코리안 스탠더즈'에서 몸무게가 불어난 아내는 순수를 잃어버리고 속물이 되어 가는 아내를 묘사하는 장치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진짜 속물은 날씬한 경우가 많다네. 애를 낳고도 몸매를 유지하는 여자연예인들은 순수한 정신세계가 몸매로 화하여 그리 된 것이 아니라, 돈을 처발라 운동하고 맛사지를 받기 때문이지.. 어찌됐건, 아내가 속물이 되었다. 거기까지는 화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지 않는 기하 선배의 순수함은 나도 고개가 숙여진다. 그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은 그의 인생역정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내는 처녀였다'를 그 선배의 순수함의 척도로 나타내는 저자의 빈약한 논리와 상상력에 배꼽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virgin cap 붙은 오렌지 쥬스병이 아닌담에야, 누가 마음대로 뜯어 마실 수 있는 존재가 아닌데. 기하 선배가 아내를 탐해보려고 100번쯤 시도했으나, 조신했던 아내가 혼전 관계를 거부하여 실패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혹은 기하 선배는 저자의 표현을 빌어 '남색가'였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리고 100번쯤 흑심을 표현했든, 남색가이든 기하 선배의 순수함에 어떤 흠집도 낼 수 없다.
너무 진부하다.
그저 보통 소설이었다면 충분히 용서받고도 남을 정도의 진부였다.
그러나 박민규이기에 불쾌한 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