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 배따라기, 김연실전 외 8편 한국문학대표작선집 13
김동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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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자의 슬픔>은 1919년에 발표된 김동인의 처녀작이다. 김동인이 1900년에 태어났으니.. 오옷. 대단하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최소한으로만 얘기하자면, 주인공 강엘리자베트는 가난한 고아로 K남작 집에 가정교사로 있으면서 학교를 다닌다. 그러다 억울한 일이 생기고, 그 일로 소송을 하게 되나 패소하고 시골 친척집에서 강한 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나이가 들어 일제하의 우리 소설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바는 그때도 지금 우리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21세기를 사는 강엘리자베트라면,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증거제출이 훨씬 수월하여 승소했을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소설 중 강엘리자베트가 패소한 이유는 일제치하의 우리민족의 설움도 아니요, '남작'이라는 것에서부터 친일 냄새가 솔솔 나는 K남작의 농간도 아니다.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20세기 초반의 한국에도 재판청구권이 보장이 되어 있었고, 서울에는 전차가 다니고, 현대식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강엘리자베트 같은 여성도 학교에 다니며 동무와 숙제를 같이 한다. 21세기초, 오늘날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져있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100년 전보다 실제 100년 전은 훨씬 모-단적이다. 사고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연실전>은 1939년작인데, 처녀작으로부터 20년이 지나 김동인은 아저씨가 되어 '요즘 여대생'을 비판하기 바쁘다. 여자 유학생은 행실이 나쁠 것이고, 따라서 여자 혼자 유학을 보내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는 우리 아버지와 똑같다. 당시 동경에 유학중이던 여대생들을 성적으로 깎아내림은 물론이요, 여성 지식인은 지능이 낮아 남자들이 하는 얘기는 알아들을 수 없으면서 유식한 척 허세만 부리는 것으로 묘사한다. 와~~미혼인 여자 유학생들이 고충을 호소하는 지금하고 너무 똑같애 ^o^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냥 넘겼던 부분들이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니 새롭게 다가온다. 한국 근대 소설 정말 재밌다. 번역을 거친 것이 아니라 작가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한국 소설의 최고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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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8-3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 > 넣으면 브리핑엔 안 뜹니다.
'약한 자의 슬픔'과 '김연실전'으로 고쳐주세요.^^

panda78 2005-08-31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대신 []이걸 쓰시오. ㅎㅎ

하치 2005-09-0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엘리자베스-_-;;;아..프란체스카가 떠올라...ㅋ

수퍼겜보이 2005-09-0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판다님/ 감사합니다 ^^

수퍼겜보이 2005-09-0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치님/ 지금은 할머니가 된 신여성들의 이름에서 애리시(앨리스)라거나 뭐 기타등등 영어가 심심찮게 발견이 되지요~ 하치님 동문 중에 많을 듯 ^o^ 흐흐 지금 보면 좀 재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