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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 신문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김태수 지음 / 황소자리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원래 소심한 성격이라서 꼭 자잘한 것을 문제 삼는 내 리뷰. 이 책도 피해갈 수 없다.
글쓴이는 특이하게도 약력을 가렸다. 어디 출생, 무슨 대학 졸업, 무슨 상을 받았다로 끝나는 약간은 속물적으로 비칠 수도 있는 약력들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인지, 글쓴이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북의 시골마을 과수원집 아들로 자라 신문사에 취직했는데, 겸손한 성품에 일도 잘 한다는 것이다. 으음... 학벌에 대한 자랑만큼이나, 성격에 대한 자랑도 좀 띠꺼워 보일 뻔 했지만 넘어갔다. 이건 좀 괜한 트집이다.
그런데 중립적인 시각으로 쓰겠다더니, 자기 마음대로 '친일파'를 갖다 붙인다. 예컨대 박가분의 박승직에는 친일파가 한 번도 붙지 않았는데, 어떤 이들은 아까 얘기해놓고도 문맥에 어울리지 않게 이름 앞에 계속 '친일파'를 붙이고 나온다.
외국 선교사들도 어떤 이는 이름이 다 나오는데, 어떤 이들은 미스 xx로 나오고 만다. 좀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미주의 논문 목록으로 보아 논문의 일부를 베껴 쓰느라고 인물 소개가 빠진 건 아닌가 함부로 의심하게 된다.
또 글쓴이는 한국 여인네가 물동이를 이고 있느라 가슴을 보이고 있는 사진을 보고 '아프리카 원시 부족' 같다며 괜히 부끄럽단다. 우리나라에서 가슴이 성적인 대상으로 인식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을 뿐더러, 노출이 문화의 우열을 가리는 척도라면 탈레반 정권하의 아프가니스탄이 양반 중의 상양반이고,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일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는 서양 여인네들은 얼마나 천한 것들이란 말인가? 글쓴이가 어느 문화권을 '선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되, 현재 우리처럼 모유수유할 공공장소가 부족한 나라가 이제는 과연 창피할 게 하나도 없는 '선진국'이 되었는지도 아리까리 하다.
그리고 창씨개명 얘기를 하면서 일본의 무시무시한 창씨개명의 망령이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쳐서 신모의원이 의장직을 내놓고, 모당의 박대표가 고통을 받았다는데... -_- 신모의원이 의장직을 내놓은 거야 객관적인 사실이지만, 박대표는 무슨 고통을 받았을까? 옆에서 지켜본 듯이 말하는, 그 고통까지 배려하는 마음이 아름답소이다.
무엇보다도... 이보쇼, 그게 창씨개명한 탓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