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큰 명절 한가위가 다가온다. ...된장.

명절이 무섭다는 올드미쓰들의 한탄이 남의 농담인 줄만 알았다.

바로 전 설날까지만 해도 울 엄니 증세가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기회만 잡으시면 시집 가라고 성화 또 성화다. 붙어서 대들어도 봤지만, 엄마 맘에 상처만 주고 내 속은 잠시 시원하다 내내 불편하다.

어제도 전화하여 선 자리를 봐놨다고 준비하고 있으란다. 명절 전에 해치우든가 명절에 내려와 하든가 둘 중 하나인데... 이는 필시 명절에 어른들이 오셔서 내 현재 스코어를 물어오실 때에 "사귀는 사람 있어요" - 이 한마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에서일 것이다.

한때 모든 싱글즈의 희망이셨지만 지금은 결혼하여 잘 살고 계신 K 전(前) 상사께서 이런 상황의 대처방법에 대해 짤막한 강의를 하신 적이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렇게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올줄 알았다면 메모라도 해두는 건데 T.T) 요지는 이랬다. 매우 진지하게 '나도 노력하고 있다, 당신 자식이 그렇게 못미더우냐'며 오히려 정색을 하고 대꾸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재빨리 다른 주제로 넘어가야 하겠지.

그래, 나도 이제 이 방법을 쓸 때인 것 같다. 지난 명절까지는 내가 너무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걱정을 붙들어 매시라!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한 트럭이라도 데리고 올 수 있다! 이렇게 호언장담을 하면 꿀밤 한 대 맞고 넘어갔었는데... 이젠 통하지 않는다.

된장, 된장... 어머니 제발 날 유치한 시트콤에서 감초 역할 밖에 못하는 상투적인 인간으로 만들지 말아주. 제 한 몸 쿨함을 유지하기도 점점 버거워진다오. 플리즈, 리브 미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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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9-14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 못구했다는 핑계를 5년째 대고 있는 선배가 하나 있습니다. 당일 가서 7남매 친척들에게 십자포화 맞는것보다 명절 전후로 부모님만 상대하는게 낫다나요. ㅎㅎㅎ

sunnyside 2004-09-14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저도 그러고 싶어요. 연휴 기간 여행가는 선배 따라 훌쩍 나갔다 오고도 싶지만... 집에 음식할만한 사람이 없어서 도저히 배신하기가 힘드네요. 우리집도 차라리 7남매였다면 덜 미안스러울 것을.. -.-

비로그인 2004-09-14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진짜 그런 애로사항이 있겠네요. 어쩐답니까? 인력으로 안되는것을....^^:::

sunnyside 2004-09-14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은 안 겪어보셨죠? 저도 이제 실감하는데.. 정말 '애로틱'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