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짓말 하나 안보태고, 하루에 약 300 통 정도의 스팸 메일을 받는다. 회사에서 쓰는 메일로 200 통, 한메일로 100 통 정도다. 희한하게 한미르 메일로는 스팸이 한 통도 오지 않는다.

지금 쓰고 있는 메일들이 워낙 오래 되어서, 여기저기 노출이 많이 된 탓인지.. 스팸의 홍수는 퍼내도 퍼내도 막을 수가 없다.

스팸 메일을 최대한 빠르게 가려서 삭제하는 것도 일이다. 아침에 컴텨를 켜고, 쏟아지는 스팸을 한눈에 일별하고는 shift 와 delete 키를 이용하여 신속하게 제거한다.

가끔 제거 작업에 오차가 있기도 해서, 친구나 업무상 메일 주고 받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도 한다. 아주 익숙한 수신자 이름이나 제목상 내용이 확실하지 않고서는 거의 다 지운 편지함으로 직행하기 마련이므로.

스팸메일 거부설정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예전에 한번 '광고'라는 단어가 들어간 메일을 지운편지함으로 바로 보냈다가 광고 관련 업무에 차질을 빚은 적도 있기 때문에.. 몇번 그런 일이 있고 난 후에는 설정을 마음 놓고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가끔 시간이 나면 스팸 메일의 제목을 유심히 보기도 한다. 스팸 메일 제목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메일을 지우지 않고 열어볼까 하는 고민들의 결정체이다. 나를 멋지게 속여넘기는 기발한 스팸 메일 제목을 보면 마케터로서 새삼 배울 점이 있기도 하다.

오늘 결국 나의 더블 클릭을 이끌어낸 제목의 메일은 '수신자 - 비 팬클럽 시삽님께' 어쩌고 하는 것이었다. 나? 물론 '비'에 관심 많다. 요즘 젊은 여자 분들 중 비한테 관심 없는 분이 몇이나 되겠나? 무슨 얘기일까 하고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야한 사이트 광고 메일이다.

왜 제목을 그렇게 지었을까? 이유는 수신자들의 이메일에 있다. 나의 한메일 아이디는 'beani ... ' 이다. 나뿐만 아니라 메일 받은 사람들 모두다 'bea' 로 시작하는 메일 주소를 갖고 있었다.

아마도 스팸 메일 발송자는 몇 만원을 주고 이메일 주소 리스트를 구입했을 것이다. (물론 노가다로 어디선가 긁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는 분류 작업을 했을 거다. bea ... 로 시작하는 메일은 '비'의 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그런 제목의 메일을 보냈을 테고.. 메일 주소에 7, 또는 seven 이 들어가는 주소에 대해서는 '세븐 팬클럽 시삽님께' 뭐 이런 식의 메일을 보내지 않았을까?

bea 로 시작한다고 해서 '비 팬클럽' 어쩌고로 보낸 것은 그리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차라리 'rain' 이 들어간 메일이 비 팬이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돋보이는 것은 이메일 주소를 근거로 분류 작업을 했다는 것이고 그마다 각기 다른 제목으로 메일을 보냈으리라는 것이다. 스팸 메일 발송자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이다.

한메일을 보면 영어 제목의 스팸이 많은데 여기도 골 때리는 제목이 많다. 제목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단어가 'viagra' 인데 외국에서도 당연히 스팸 필터 기능이 있을터.. 이를 피하기 위한 고심은 'Vi,agra', 'Vi@gra', 'V1agra' 'V1agr@' 등의 버전에서 엿보인다.

얼마 전에 나를 한바탕 웃게 만들었던 메일 제목은 '정보통신부 선정 유해 사이트 1위...' 하는 제목이었는데, 아침에 보자마자 어찌나 웃었는지.. 나에게 어떤 영감을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문화관광부 선정 도서정가제 위반 횟수 1위 인터넷 서점... ' 뭐 이런 거다. ㅋㅋ 

스팸 때문에 메일 주소를 아예 바꿔버릴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냥 쓰구 있다. 또 아는가? 정말 기가 막힌 스팸 메일에서부터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얻어낼 수도 있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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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4-03-18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비 팬클럽 시삽...이란 제목이었다면 저라도 클릭했을겁니다! ㅎㅎㅎ

sunnyside 2004-03-1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요즘 비가 시리즈루다가 나오는 모 이동통신 CF 멋쥐지 않습니까? 전 그 광고만 나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헤벌레 쳐다보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