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커플제국인들의 축제일이 되었다.

난 오늘 회사에 나가지 않는 토요일이니까, 다행히 회사로 꽃바구니가 배달되어오는 꼴은 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후 2시에 친한 선배 언니의 결혼식이 있으므로, 외출을 피하기는 어려울 터인데.. -.-

강남이고, 종로고, 신촌이고, 서울 중심거리에는 다정한 연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고, 이들의 손에는 과대포장으로 환경단체들의 지탄을 받는 초콜릿 바구니가 들려 있을 것이다.

난 마치 애인을 만나러 갈 시간이라는 듯 이들 사이를 종종 걸음으로 돌아다니겠지만, 결국 결혼식장에서 갈비탕 한 그릇을 얻어먹고 남을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하겠지..

결혼하는 선배 언니가 '부녀회'의 멤버라 내일 결혼식에는 부녀회 동지들이 모두 모일 것이다. 그 중에 커플 제국인이... 넷, 솔로부대가 셋, 아직까진 커플 제국 소속이나 곧 솔로부대로 복귀가 예상되는 친구 하나.. 이리하여 결혼식이 끝나도 특별히 할일 없는 인간이 넷, 그 중 맨날 바쁜 척하는 친구 한명을 제외하면.. 셋이나 남았다. 휴우..

우리는 남은 해를 지구 반대편으로 넘겨버리기 위해 영화를 하나 보자고 제안할 것이다. 장안의 화제라는 태극기 휘날리며, 소피아 코폴라 열풍을 몰고 왔다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등등 볼만한 영화가 두어개 있겠지만, 모든 극장이 매진이라 우리처럼 게으른 솔로부대들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별수없이 카페 같은 데서 시간을 떼우다 꺼지지도 않은 배에 저녁을 먹고, 우린 단란주점에 가서 술을 진탕 마실 것이다. 신부가 나이뜨 자금을 넉넉히 쥐어줬다면 단란주점이겠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면 검소한 술집에서 작은 양주를 하나 시켜 폭탄주를 제조해 마실 것이다. 그리고 남은 에너지를 모아 모아 노래방에서 발산하고 나면 그럭저럭 커플 제국인들의 축제일은 끝나가겠지...

오늘도 무사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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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4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2-14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다. 오늘이 그날이군요! 다들 뭐 하나씩 들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면 조금은 우습지요. 쵸코렛 먹으면 살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