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죠 2004-09-24  

소근소근...
오즈마의 선인장님, 안녕하세요. 잘 자고 있지요. 오즈마는 뭘하고 있었냐면 일을 하고 있었어요. 이건 하나 하면 삼만 오천원을 줘요. 저는 전부 네개를 해야 하는데 지금 하나만 해놓고 몇시간째 멍하게 무릎만 만지작거리고 있겠지요.

처음엔 망설였는데요...왜냐면 창피하고 죄송하고 그랬는데요...저는 오늘밤 그냥 선인장님에게 칭얼거릴래요... 사실은 처음부터 그럴려고 맘먹고 왔어요. 대신에 다음에 선인장님이 저한테 오셔서 푸념하셔도 좋아요. 제가 그 먼 나라에 있는 동생 선인장님처럼 선인장님을 안아드리겠어요... 그러니까, 오늘밤은 오즈마 한번만 봐주세요.

...나쁜 생각만 해요. 나쁜 말만 하고, 나쁜 행동만 하고 있어요. 제가 만약 죽는다면 미치거나 자살할 거라는 생각만 하고 있겠지요. 정말 나쁘죠. 근데 더 나쁜 건, 더 나빠지려고 하고 있다는 거에요,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요.

성질이 못되놔서 친구가 없어서 선인장님만 괴롭혔어요. 무언가 고해성사를 한 기분이에요. 이젠 힘을 좀 내서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리고, 어젯밤 오즈마의 꿈 속에 택배로 보내주신 북한산 노을은 잘 받았어요. 착불로 하지 그러셨어요 :)



 
 
선인장 2004-09-2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아일랜드에서요, 재복이가 중아한테 그러거든요. 슬픈 병에 걸리고 싶다고, 백혈병에 걸릴 거라고. 그러니까 중아가 그래요. 세상에 슬픈 병은 없다고, 아픈 병만 있다고... 토하고, 머리 아프고, 어지럽고, 머리도 다 빠지고, 온몸이 아프고, 그래도 살고 싶은 게 그 병이라고...
언젠가 엄마가 팔이 빠져서 응급실에 간 적이 있어요. 옆 침상에 약을 먹은 한 환자가 있었는데, 온 몸이 어찌나 퉁퉁 부었는지 주사바늘 꽂을 데가 없다고 간호사들이 투덜거렸어요. 그 여자의 입술과 손톱은 진한 보라색이었는데, 그게 어찌나 참혹하던지, 나는 빨리 울 엄마 병실로 옮겨달라고 간호사들에게 짜증을 냈어요. 하얀 얼굴에 가느다란 손목, 그리고 애달픈 숨, 약 먹은 사람들을 그렇게만 표현한 영화며 드라마가 다 우스워보였지요. 제가 눈 앞에서 본 죽음은 다 그런 것들이었어요. 온 몸이 퉁퉁 붓거나, 아니면 뼈만 앙상해서 눈을 돌리고 싶은 모습들... 그렇지만요, 그것도 역시 사람의 한 모습이니까 눈 돌리지 않으려고 해요.
오즈마님, 생각이 나쁜 건, 말이 나쁜 건, 행동이 나쁜 건, 그것들이 아마도 자신을 괴롭히기 때문이겠지요?

선인장 2004-09-2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님을 괴롭히다니, 정말 나쁘네요....
사실은요,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은요, 저도 잘 그러거든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그냥 혼자만 괴롭히는 거, 그래서 며칠 동안 내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미운 사람, 가장 나쁜 사람 취급하는 거, 제가 아주 잘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병이에요. 슬픈 병도 아닌, 아프기만 한 병... 그러니까 전요, 그냥 오즈마님이 빨리 나으시기만을 바랄래요...

그리고 오늘 밤, 북한산이 노을을 또 그렇게 오즈마님의 꿈 속에 보내드릴게요. 오늘밤은 퀵서비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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