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그림자 2004-09-15  

바빠요.
거의 정신을 놓고서 살아가진다는 게 이런 건가 싶어요. 아침잠이 상당히 많은데도 하루하루에 대한 부담감때문에 눈이 번쩍 떠져요. 읽어야할 책들은 쌓여가고 써야할 글들도 점점 늘어가요. 그리고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고요. 이걸 늘 얼마간은 해치우고 있다고 자각하는데도 도통 줄어들진 않아요. 당황 돼요. 기운 없어요. 이상한 건 큼직큼직한 일들을, 그러니까 작년까지 오긴지 뭔지 끝까지 놓지 않을 것처럼 기어이 붙들고 있었던 교지편집위원회 활동같은 걸, 올해들어 완전히 접었는데도 이러네요. 정신없이 뭔가에 같이 휘둘려 가는데 간혹 시간날 적에 생각하는 건 재능에 대해 회의네요. 이런 감정이 자꾸 드는 건 분명 슬픈 일인 거죠? 바쁜 척하면서도 충분히 즐거웠던 시간들이 너무 그립네요. (간만에 칭얼칭얼대네요. 쿡..)
 
 
선인장 2004-09-15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사실 그다지 바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어수선해요. 자야할 시간에는 잠이 오지 않고, 이상한 시간에 이상한 장소에서 문득문득 졸음이 쏟아져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종종거리는 때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재능에 대한 회의라...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회의도 깊어지지요. 그러다 한 순간, 그 열망이 내 안에 가득하면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거 같은데.... 한 동안 재능뿐만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에 서글펐을 때, 저는 열망의 부족이라고 결론 내리고 내 자신을 다독였어요. 내 안에 무언가가 꽉 차서, 더 이상 빈 공간이 없어질 때를 기다리자구요....

우리, 이제라도 정신을 한 번 붙들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