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그림자 2004-06-05
쿡... 멀리 떨어져있는 친구와 참 오랜만에 통화를 했어요. 그 친구는 자기한테 문자 메시지는 보내지 말라는 거예요. 얘기인즉 화장실에 볼일을 보고 옷을 추스리다 좌변기에 폰을 빠뜨렸다는 거예요. 그 순간 더럽고 어쩌고 하는 생각은 안 들었대요. 얼른 폰을 건져 올렸다네요. 그런 살신성인의 자세(!)로 폰을 구출했는데도 불행히 폰이 고장나서 수리를 맞겼대요. 그래도 문자 메시지 수신이나 전송이 안된다는 거예요. 이런 이유로 수신도 답신도 할 수 없으니 메시지 보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막상 말로는 못할 진심이 꽤나 많았나봐요. 그 얘기를 듣고 퍽이나 안심을 하고는 문자 메시지를 거의 줄 잡아 열개 남짓 보냈어요. (휴대폰이 뜨끈뜨끈해지더군요.) 나의 지금 어지러운 마음을, 누구를 향한 분노인지 알수도 없는 감정을 말이예요. 감히 엄두도 못 내던 상소리도 겁 없이 지껄여댔죠. 그런데 한참 있다가 문자 메시지가 온 거예요. 봤더니 그 친구인 거예요. 모른 척할까 하다가 그래도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보낸다고. 우연인지 운명인지 문자 메시지가 받아진다고. 저의 참담함은 이루말할 수 없었죠.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들켜버렸으니까요. 그런데 또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넌 지금 니가 너무 싫겠지만 난 니가 참 사랑스럽다,고요. 바보가 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웃고 있습니다. 사랑스럽대잖아요. 내가 날 미워하고 있는데도...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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