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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2번 & 차이코프스키 : 피아노 협주곡 1번 - 이 한 장의 명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외 작곡, 카라얀 (Herber / 유니버설(Universal)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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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것, 작은 것

1930년대 존 케인즈의 [일반이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소비자나 기업 같은 개별적 경제주체의 경제행위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었던
`미시경제이론`이 주류를 이루었던 반면, [일반이론]의 등장은 국민경제 전체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는 `거시경제이론`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케인즈는 대공황의 원인을 `수요의 부족`으로 인식했으며,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소위 `경제의 어려움`도 케인즈의 인식과 일맥상통한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음악을 감상하는데 있어서도 경제이론과 같은 `거시적 감상`과 `미시적 감상`으로 그 태도를 양분화시켜 설명할 수 있다.

흔히 음반을 구매하게 되면, `속지` 혹은 `음반 리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음반리뷰에서도 거시적 감상평과 미시적 감상평을 구분하여 찾아볼 수 있다.

한 아티스트의 새앨범이 발표되면,대개의 음반리뷰는 그 아티스트의 과거 활동상(데뷰, 멤버소개, 연혁 등)과 해당 앨범에 수록된 작품 개개의 음악학적 설명내지, 주관적 감상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어쩔때는 음악을 듣고자 하는 애호가들에게는 매우 부적절한 선입견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을때도 있고, 어쩔때는 음악을 듣고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한 `음악`을 세분화하여 분석하는 자세로 음악을 듣는 경우를 `미시적 감상`이라고 한다면, 그 `음악`의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 또는 느낌,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한 자세를 `거시적 감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느낌 등을 중시하는 보통 일반 대중에게는 전자와 같은 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음악적 `지식`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며,어렷을적에 최소한 피아노라도 배워본 사람이고 악보라도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차이를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냥 음악을 듣고 즐기고 감동하는데 익숙하다.
그러한 감정변화의 곡선에 따라 음악적 취향이 발달하는 것이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자기만의 `콜렉션`이 쌓여지게 되는 것이다.

경제이론에서도 미시와 거시가 존재하듯, 전자든 후자든 둘다 음악 애호가이기는 마찬가지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을 미시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음악을 듣고 있을때의 느낌이랄까, 미칠듯한 그 선율로 인한 감정곡선의 변화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살아생전에 유명한 연주가로도 유명하다.
몇년전 그가 직접 연주한 피아노협주곡 전곡(모노폴리)이 음반으로 발매되었을때 죽은자와의 만남(?)같은 야릇한 감상에 젖곤하던 기억이 새록하다.

자신이 작곡하여 직접 연주한 음악만큼 완벽한 음악이 어디 있겠냐만,
여기 소개된 스비야토슬라브 리히테르의 연주또한 감히 일품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독일의 세계적인 레이블 도이치 그라마폰(DG)은 1950년 후반 당시에 소문만 무성했던 구소련의 피아노 연주자 리히테르의 연주를 기록하기 위해 직접 폴란드의 바르샤바까지 찾아가 이 역사적인 녹음을 강행하게 된다.

리히테르와 비슬로츠키, 카라얀이 요리한 이 두개의 협주곡 모두 세간에선 불후의 명언으로 손꼽히고 있고 과거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만 LP로 발매되어 구비해 두었었는데, 최근에 다시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과 함께 한장의 시디로 나오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사실 난 개인적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중에서는 1번 2악장을 가장 즐겨 듣는다. 비록 과거 많은 사람들에게 혹평을 받았던 음악일지라도 1번 2악장만큼 나의 심금을 울려주는 선율은 없는 것 같다. (이는 2번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의 그 느낌과도 흡사하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1번 협주곡의 혹평으로 인한 노이로제를
말끔히 씻겨내려는 듯한 자신감과 듣는이의 감정곡선을 좌지우지하는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차 있다.

서양의 고전 음악(소위 클래식이라 부르는 것)은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연주하느냐에 따라 그 음악의 생명력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고전음악에선 악보에 그려져 있는 콩나물과 연주자의 손가락이 달리 움직이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해석하여 연주하느냐에 따라 음악이 달라진다고 한다.

고전음반을 콜렉션하는 일은 매우 쉽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음반이라고 이야기하는 음반만 골라 사면 된다.
그러나 좋은 음반은 너무도 많기 때문에 끊임없이 시간과 돈이 투자되어야 하는 것 또한 악취미를 둔 자의 서러움이기도 하다.

시간과 돈이 부족하다면, 오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2악장만이라도 들어보는게 어떨까?

sun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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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8-1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예전에도 읽었덕 적이 있었는데 다시 꼼꼼히 읽으니 새롭습니다^^
흐리긴 하지만 덕분에 시원하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Sergiu Celibidache - Tchaikovsky Symphony No.5 - 이 한 장의 명반
세르게이 첼리비다케 (Sergiu Celibidache)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유니버설(Universal)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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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 즐겨하는 농담에서부터,
다수의 사람 앞에서 보여지는 언변과 제스처, 눈동자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한치의 빈틈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보편적 상식에서 벗어난 모난 행동이나 말 실수를 하지만,
그것을 정당화 또는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자신을 위로하고
사람들에게 투영되는 자신의 모습까지도 긍정적 평가를 서슴치 않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많다.
10원 더하기 100원이 110원이 되는 완벽은 있을지언정,
사람에게 있어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완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벽에 가깝게 노력하는 모습 등을 보며,
(완벽을 `지향`한다고 해서) `완벽주의`라는 말을 쓰곤 한다.

여기 음악의 완벽(지향)을 위해 한평생 살다간 `완벽주의자`가 한명 있다.

`세르지우 첼리비다케 (1912~1996)`

<아래-인용>

첼리비다케가 평생 존경한 지휘자는 훼라라(Ferrara), 바인가르트너, 후르트뱅글러였다.
그에게는 대부분 소위 `인기 지휘자`란 존재가 `자동차 유리의 와이퍼`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의 신랄한 야유는 정곡을 찌른 예리한 것이었다.
그는....
카라얀을 `유능한 비즈니스 맨이거나 아니면 귀가 안 들리는 인간`이라고 단정했고,
무티는 `재능은 있으나 지나치게 무식`하다고 깎아내렸으며,
아바도에게는 `아주 무능한 사나이다. 3주 동안 굶고도 견딜 수 있지만 3시간 계속하여 아바도의 연주를 들으면 심근경색이 일어난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칼 뵘은 `감자 포대`이고,
토스카니니는 `완벽한 음표 공장`이며,
번스타인은 `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예 무시해 버렸다.
토스카니니에 대해 남달리 신랄했다. `만약 음악이 토스카니니가 주장한 것처럼 음표(악보)에만 있다면 그는 위대할지 모른다`고 전제하고 나서 첼리비다케는 자기의 음악론을 피력한다.

` 음악에 기적은 없다. 다만 노력이 있을 뿐이다. 음악은 본래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음악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음향(음악)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강한 집중력으로 오랜 기간 연습을 거듭해야 한다. 적당주의와 타협하느니 차라리 아무 일도 안 하는 편이 낫다 `
<인용 - 끝>


1948년 7월, 런던 킹즈웨이 홀 실황을 담은 위 음반은 (비록 모노 녹음이지만) 세르지우 첼리비다케의 `완벽주의` 성향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완벽한` 음악이다.
레코딩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후세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귀중한 유산이다. 평생 녹음을 좋아하지 않고 실연만 즐겨왔던 고집불통 노인네라서인지 그의 녹음(음반)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 중에서도 차이코브스키의 유명한 5번 교향곡은 값지고 또 값지다.

시퍼렇게 선 칼날 위를 맨발로 조심스럽게 걷는 듯한,
또는 금방이라도 깨져 버릴 듯한 살얼음 위를 사뿌사뿐 걸어가는 조심스러움...
게다가 차이코브스키 특유의 러시아적 아름다움을 철저히 추구하여
그지없이 세련되고 격조높은 음악을, 우리는 이 음반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 어떤 차이코프스키 음악에 익숙한 감성이라도
첼리비다케의 차이코프스키를 듣지 않고는 시베리아의 그 넓은 설원을 만끽할 수 없으리라.

2004.08.20
sun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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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6-11-28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첼리비다케가 여성들을 폄하한 적이 있어서 그닥 호감이 가지 않는 지휘자로 기억되는 면이 있습니다^^;; 내적 성숙보다는 기술적 완성이 앞서는 것 같아서^^

., 2008-06-1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지휘자의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는
굳이 윤리적인 접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RkfRmal 2018-02-1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 번 들으니,
그의 음악괴 다른 지휘자의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겠네요.
대단한 분이셨어요.
깔끄미 .
 
Clara Haskil / Rudolf Baumgartner - Mozart Piano Concertos - 이 한 장의 명반
클라라 하스킬 (Clara Haskil)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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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같은 음악


어렸을적....
추석하면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맛없는 송편`이었다.

송편을 만드려고 할머니랑 동네 뒷동산에 올라가 솔잎을 따오고,
그걸 물에 씻어 신문지에 바르게 펴서 말려,
그리고 하루 왼종일 쭈그려 앉아 쌀가루 반죽에 송편 빗기....

맛없는 콩고물을 넣고, 찜통에 솔잎을 깔아 한시간 정도 찌면
맛없는 송편이 만들어지는데, 떡 속에 꿀을 넣는다면 모를까
왜이리 맛없는 콩고물을 넣어 떡을 만들어 먹는지 어렷을적엔
그것처럼 재미없는 먹거리는 일찌기 없었던 것 같다.

거기다 송편에 달라 붙은 솔잎을 떼야 하는 귀찮음이
먹거리로서의 재미를 더 떨어트리지 않았을까 여겨지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시집생활 30년동안 어머니께서는 단 한번도 송편 만들기 반죽을 안하셨단다.

송편의 미학은 `반죽`에서 시작되어 `반죽`에서 끝난다는 할머니의 음식 철학이 30년동안 고집을 피워 절대 송편 반죽만은 어머니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재작년부터인가 송편 반죽을 직접 하시는 어머니는 `이거 안해보다가 하려니까 꽤 힘드네`하시며,
친정식구들보다 더 오랫동안 정이 든, `30년 시어머니`가 갑자기 그리워지신다고 했다.


세상에는 어머니같은 음악이 있다.

엄마의 뱃속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음악,
태어나서도 엄마가 가장 많이 들려주는 음악,
엄마의 심장박동과 가장 비슷하다고 하는 음악,
그래서 편안함을 주는 음악.

모짜르트의 음악이 그런 음악이 아닐까 한다.

모짜르트의 음악에는 오랜시간 고민 끝에 작곡 한 것 같은 무게감보다, 마치 누구처럼 몇년에 걸쳐 교향곡 하나 겨우 완성했다는 풍문을 무색케 할 만큼의 간결함과 단순성이 다수의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그 간결하면서도 단순한,
어머니의 `무조건 사랑`처럼 `절대단순미학`이
모짜르트 음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데...

피아노의 어머니 클라라 하스킬과 루돌프 바훔가르트너의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13번과 20번(쾨헬 넘버 415, 466)
그리고 `아, 어머니 들어주세요`가 담긴 이 음반에서,
우리는 송편 빗는 시어머니의 단아하면서도 청초한 기품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점점 어린애처럼 단순해진다고 한다.
음악 듣는 사람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복잡한 음악을 피해간다고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사는 것이,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늘 고민하는 명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아닐까... 하고 추석때가 되면 이 음악과 함께 단순미학에 젖어본다.

2004.09.21
sun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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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셋 박스세트 (2disc) - [할인행사]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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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이 됐다.

영화 '비포 선 라이즈'에 등장하는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발자취를 따라 이름 모를 비엔나의 쓸쓸한 밤거리들을 헤매인지.

어느 한 소녀의 무덤을 찾으려다, 우연히 베토벤과 슈트라우스의 무덤을 찾게되었고

손금 봐주는 점쟁이가 스쳐간 카페를 찾으려다, 우연히 슈테판 성당에 들어서게 되었고

밀크 쉐이크로 싯구를 지어준 거렁뱅이 시인을 찾으려다, 우연히 비엔나 하수처리장 옆을 지나가게 되었고

음악에는 열중 않고 서로의 시선만 피하는 중고 레코드점을 찾으려다, 우연히 한 여름밤의 음악축제장에서 이름 모를 국수를 먹게 되었고

이른 새벽 세상의 아침을 깨우는 하프시코드의 선율을 찾으려다, 포도주 한병 다 비우고 겨우겨우 유스호스텔로 돌아오던 그 날.....

 

난 '비포 선 라이즈'를 보고 유럽 여행을 꿈꿨다.

'비포 선 라이즈'가 날 유럽으로 마구마구 불러냈다. 그것도 비엔나로.

그래서 결국 비엔나 다녀왔다. 그게 벌써 10년이 되었구나.

아직도 난 이 영화를 가끔 꺼내 보곤 한다.

이른 새벽 세상의 아침을 깨우는 소리는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이걸 아는데만도 10년.

내 인생의 비포 선 라이즈, 그대는 잠들어 있는가?

 

2006.11.27 sun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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