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ra Haskil / Rudolf Baumgartner - Mozart Piano Concertos - 이 한 장의 명반
클라라 하스킬 (Clara Haskil)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어머니같은 음악


어렸을적....
추석하면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맛없는 송편`이었다.

송편을 만드려고 할머니랑 동네 뒷동산에 올라가 솔잎을 따오고,
그걸 물에 씻어 신문지에 바르게 펴서 말려,
그리고 하루 왼종일 쭈그려 앉아 쌀가루 반죽에 송편 빗기....

맛없는 콩고물을 넣고, 찜통에 솔잎을 깔아 한시간 정도 찌면
맛없는 송편이 만들어지는데, 떡 속에 꿀을 넣는다면 모를까
왜이리 맛없는 콩고물을 넣어 떡을 만들어 먹는지 어렷을적엔
그것처럼 재미없는 먹거리는 일찌기 없었던 것 같다.

거기다 송편에 달라 붙은 솔잎을 떼야 하는 귀찮음이
먹거리로서의 재미를 더 떨어트리지 않았을까 여겨지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시집생활 30년동안 어머니께서는 단 한번도 송편 만들기 반죽을 안하셨단다.

송편의 미학은 `반죽`에서 시작되어 `반죽`에서 끝난다는 할머니의 음식 철학이 30년동안 고집을 피워 절대 송편 반죽만은 어머니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재작년부터인가 송편 반죽을 직접 하시는 어머니는 `이거 안해보다가 하려니까 꽤 힘드네`하시며,
친정식구들보다 더 오랫동안 정이 든, `30년 시어머니`가 갑자기 그리워지신다고 했다.


세상에는 어머니같은 음악이 있다.

엄마의 뱃속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음악,
태어나서도 엄마가 가장 많이 들려주는 음악,
엄마의 심장박동과 가장 비슷하다고 하는 음악,
그래서 편안함을 주는 음악.

모짜르트의 음악이 그런 음악이 아닐까 한다.

모짜르트의 음악에는 오랜시간 고민 끝에 작곡 한 것 같은 무게감보다, 마치 누구처럼 몇년에 걸쳐 교향곡 하나 겨우 완성했다는 풍문을 무색케 할 만큼의 간결함과 단순성이 다수의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그 간결하면서도 단순한,
어머니의 `무조건 사랑`처럼 `절대단순미학`이
모짜르트 음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데...

피아노의 어머니 클라라 하스킬과 루돌프 바훔가르트너의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13번과 20번(쾨헬 넘버 415, 466)
그리고 `아, 어머니 들어주세요`가 담긴 이 음반에서,
우리는 송편 빗는 시어머니의 단아하면서도 청초한 기품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점점 어린애처럼 단순해진다고 한다.
음악 듣는 사람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복잡한 음악을 피해간다고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사는 것이,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늘 고민하는 명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아닐까... 하고 추석때가 되면 이 음악과 함께 단순미학에 젖어본다.

2004.09.21
sun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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