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음반을 한장한장 모으는 취미를 가진 대다수의 음악 애호가들은
음반 수집을 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좋은 음악을 듣고는 싶은데 요즘처럼 MP3를 돈주고 사야하고 마땅히 음악을 찾아듣는
채널도 부족한 현실에서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아누아르 브라헴 (Anouar Brahem)과 같은
아티스트의 음악은 직접 씨디를 사서 들어보지 않고서는 그 맛을 느낄 없는 아쉬움이 많은게
사실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익숙치 않지만 우드(oud)라는 만돌린 비슷한 악기의 명인인
아누아르 브라헴 (Anouar Brahem)이라는 이름은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진 - ECM 음반을
즐겨 찾는 - 사람들 사이에서는 친근한 이름일 것이다.
특히 [Astrakan Cafe]의 훌륭한 앨범 사진이 음악관련 잡지등의 매체를 통해 빈번히 소개된
적이 많았다.
사실 ECM에서 키스 자렛이나, 팻 메스니, 얀 가바렉, 랄프 타우너, 케틸 비욘스태드,
그 옛날의 칙 코리아 등 유명 아티스트를 제외하곤 대다수의 아티스트는 세간에 많이 알려지지
않는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것이 키스 자렛이나 과거 팻 메스니등의 유명 앨범들 팔아서
모은 돈으로 20세기 현대 음악의 재해석이나, 유럽권 재즈 아티스트, 민속음악가 등에 투자하니
뭔 돈이 되겠으며, 대중성과 상업성이 맞물려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간과해선 안되는게 있다면, 음악에 대한 프로듀서 맨프래드 아이허의
열정과 확고한 음악철학이 상업성과의 타협을 멀리하고 있다는데 있다.
돈 떨어지면 키스 자렛 실황 앨범 팔아서 새로운 음악과 아티스트 발굴에 투자하더라도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는 ECM의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음악 사업도 일종의 비즈니스인데 먹고는 살아야되지 않겠는가. 직원들 월급도 줘야되고.
각설하고.
아누아르 브라헴 (Anouar Brahem)의 최근 앨범인 [사하라의 여행 (Le Voyage De Sahar)]은
사실 자주 꺼내듣지는 못하는 앨범 중 하나이다.
음반이라는게 한번 구매를 하면, 최소한 다섯번 이상을 꺼내 들어야 그 음악을 좋아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데, 아쉽게도 ECM에서 제작한 앨범들 중에서는 그런 음반들이 많지 않은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만큼 대중의 기호와는 관계없이 엄격한 작품 검열(?) 시스템이 회사와
프로듀서, 관련 아티스트 사이에 만연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누아르 브라헴의 음악은 지극히 토속적이다.
모래 먼지 날리는 중동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동네 사람 몇명 모아놓고 흰 두건 머리에 둘러 쓰고
연주하던 동네잔치 음악을 좀더 세련되게 승화시켰다는 표현을 한다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앨범 전체적으로 한곡 한곡 뜯어봐도 특별한 감정의 상하곡선이 변화하지는 않지만,
프랑수아 쿠트리에의 피아노 연주와 어코디언이 어울려 묘한 앙상블을 이루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사서 들어볼 만하다.
PS : 더불어 [Astrakan Cafe]도 한번 들어보시길. 좋다.
2008.03
sun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