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한때 바글대던 국밥집에 손님이 뜸해진 오후 시간이었습니다.
주인이 한숨 돌리고 신문을 뒤적이고 있을 때 가게 문이 열리고 한 할머니와 땟국이 줄줄 흐르는
한 아이가 들어섰습니다.
"저 ... 쇠머리국밥 한 그릇에 얼마나 하나요?"
할머니는 엉거주춤 앉은 채로 허리춤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헤아린 뒤 국밥 한 그릇을
주문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 한 그릇!
할머니는 뚝배기를 손자가 앉은 쪽으로 밀어 놓았습니다.
소년은 침을 꼴깍 삼키며 할머니를 바라보앗습니다.
"할머니, 정말 점심 먹었어?"
"그러엄, 어서 먹어라,"
할머니가 깍두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오믈오물 씹고 있는 동안 소년은 국밥 한 글릇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인이 두 사람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할머니, 오늘 참 운이 좋으십니다. 할머니가 우리 집의 백 번째 손님이세요, 저희 가게는 백 번째
손님에게는 돈을 받지 않거든요."
주인은 돈을 받지 않고 할머니에게 국밥 한 그릇을 말아주었습니다.
얼마 후, 할머니와 손자가 또 국밥집에 들렀습니다. 할머니는 이번에도 국밥을 한 그릇만 주문
했고 두 사람을 알아본 주인은 또 한번 백 번째 손님의 행운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남짓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무심코 창밖을 보던 주인은 깜짝 놀랐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국밥을 먹으러 왔던 그때 그 소년이 국밥집 길 건너에 쪼그리고 앉아
뭔가 헤아리고 있었습니다. 국밥집에 손님이 들어갈 때마다 돌멩이 하나씩을 동그라미 안에
넣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다 지나도록 돌멩이는 쉰 개를 넘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주인은 단골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자네, 마쁘지 않으면 국밥 한 그릇 먹으러 오라구. 오늘은 공짜야, 공짜."
그렇게 동네 방네 전화를 걸고 나자 국밥집에는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든하나, 여든둘, 여든셋...."
소년의 셈이 빨라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흔아홉 개의 돌멩이가 동그라미속으로 들어갔을때
소년은 황급히 할머니 손을 이끌고 국밥집으로 들어섰습니다.
"할머니, 이번에는 내가 사 드리는 거야."
진짜로 백 번째 손님이 된 할머니는 따뜻한 쇠머리국밥 한 그릇을 대접받고 소년은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깍두기만 오물거렸습니다.
"저 아이도 한 그릇 줄까요?"
국밥집 주인 아주머니가 아저씨에게 속삭였습니다.
"쉿! 저아인 지금 먹지 않고도 배부른 법을 배우는 중이잖소."
후룩후룩 국밥을 맛있게 먹던 할머니가 손자에게 말했습니다.
"좀 남겨 주랴?"
하지만 소년은 배를 앞으로 쑥 내밀고 말했습니다.
"아니, 난 배불러... 이거봐 할머니."
그날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국밥집에 손님이 몰려들어 정말로 날마다 백 번째 손님,
이백 번째 손님이 생겨난 것입니다.
(TV 동화 행복한 세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