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이렇게 생각이 안날까?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읽는 법이 없는 나쁜 버릇을 가지려면 기억력이나 좋을것이지 ... 새로산 책처럼 10년도 더 지난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새록새록 나에게 실망을 하는중이다.

눈꽃

나는 책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난 항상 책을 고를때 누구나 다 알고있는 이름의 작가 책을 고르곤 한다. 역시 책에 문외안인 내가 좀더 쉽게 흥미를 갖기위한 자구책일것이다. 

눈꽃은 드라마 작가로 더많이 알려진 김수현씨의 소설이다. 아마도 내가 처음 미국에 와서 영어에 지치고  치여서 쉬고싶던차에 한국 서점에서  반갑게 골라든 책이였지싶다.  모든 책을 읽을때 건성 건성 급한 성격대로 읽는 나에게 김수현씨의 말할수 없이 쏘는듯한 문장은 시원 시원하게 말못하는 내 영어 벙어리 시절에 내대신 쏟아붓는 경쾌함이 느껴져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책속의 주인공인 작가라는 직업의 엄마와 다미라는 이름의 딸이 첨부터 끝까지 서로를 긁어가며 퍼부어대는 엄청나게 치명적인 대화가 주를 이루는 이책은 너무나 사랑하지만 자꾸만 표현에 있어 서로 엇나가는 모녀의 아픈 사랑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이중결혼으로 이혼한 엄마의 이혼 이유를 모르며 받지 못하고 자란 부정을 아쉬워하며 엄마를 의식적으로 괴롭히는 딸의 시각과 그토록 잘 안다고 여겼던 사랑하는 딸에게 호되게 상처를 입으며 또다른 모녀지간의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 이다.

아직 다 끝내지는 않았지만 어렴풋하게 생각 나는듯도 싶다.  결국 작가 엄마는 암에 걸려 딸에게 더 아픈 죄책감의 상처를 남겨주고 딸곁을 떠나는 결말.

그때는 나에게 자식이 없었으니 가슴에 와 닿기 보다는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서 책장을 얼른 얼른 넘겼었다면 지금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는것이 사실이다. 물론 상황은 다르지만 내 딸이 나에게 이렇게 한다면 ....난 어떨까? 내지는, 책속의 엄마가 딸에게 바랬던 평범한 여자의 삶을 나도 내 딸에게 바라면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다시 읽고 있다.  아마도 난 끝나는 부분즈음 가면 울게 될것이다. 분명 슬픈 책일테니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났는데 이렇게 결과를 알고 책을 읽는 느낌 또한 나쁘지 않구나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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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04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는 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으로는 정이 느껴지게 하는... 김수현의 대사는 그런 거란 생각이 드네. 언젠가 읽었던 김수현의 수필집에 친구 이야기가 하나 있었거든. 뭔가 뜻이 안 맞아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감정까지 상하구 그랬대. 주위에서들 말리고 그래서 이차저차 한수씩 접고 식당에 가 자리에 둘러앉았는데 그 친구가 생선찌개 그릇에서 커다란 생선 하나 숟가락으로 떠주면서 옛다, 너 이거 먹어라, 그랬단다. 그니깐, 뜻이 다를 순 있어도 정은 남겨놓는 친구, 뭐 이런 의미였던 듯... 난 이런 친구가 좋다,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별거 아닌 것 같은데도 이렇게 오래 맘에 남는 걸 보면 나 정말 김수현 왕팬인가봐.

Emerald Green 2004-02-06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 책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님,비슷한 수필이었는지도..김 수현씨 상황하고 많이 비슷하거든. 이혼하고 딸하고 살고..딸이나 엄마나 예민해서 뭔가에 열중하거나 스트레스 받으면
머리카락 쥐어뜯는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았지..^^ 김 수현이 내 취향은 아니다만..오랫만에
네 글을 접하니 기쁘다~

sungcho 2004-02-06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희야 맞아, 나도 읽으면서 혹시 김수현이 자기 이야기를 쓴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 책의 결말은 엄마의 죽음으로 끝나는데 가위로 싹뚝 잘라버린 느낌이 들 정도로 끝이 허망하게 끝이 나서 아쉬웠단다. 아마도 책 속에 누누이 얘기했던 신파나 구질스러운 느낌을 읽는 독자들이 느끼는것 조차 싫어하지 않았나 싶더구나. 그래도 난 영선이 처럼 김수현 왕팬이란다. 어떤이들은 말장난 이라고도 하지만 난 그 말장난이 너무 신기하리만큼 시원할때가 많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