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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쿠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에 큰 돌림병, 그것도 남자만 걸리는 돌림병이 돌아서 남자가 거의 전멸할 지경에 이르게 되고, 그 때문에 쇼군까지도 여자가 대체하게 된다는 만약에·····로 시작하는 가상역사물입니다. 쇼군이 여자이긴 하지만 그건 우리끼리(권력자층끼리)만 아는 비밀입니다.
그림체가 제 취향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밌네요. 실제 역사를 가져다가 그럴 듯하게 잘도 비틀어두었습니다. 실제 일본 역사를 잘 모르니까 그런지 몰라도 정말 그럴 듯합니다.
1권은 이미 이 병이 크게 돈 뒤의 이야기입니다. 새 쇼군이 된 사람은, 왜 쇼군이나 가문을 잇는 여자들이 남자 이름을 써야 하는지, 어째서 겉으론 쇼군이 여자란 사실을 숨겨야 하는지, 오오쿠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궁금해하죠. 그러면서 2권부터는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겠죠. 1이 그렇게 끝나네요.
오오쿠는 우리나라 궁궐과는 좀 다르지만, 일본에서 실제 권력을 가졌던 쇼군의 아내와 여자들과 여궁인들과 자녀들이 지내던 곳입니다. 이곳 얘기는 밖으로는 철저하게 감춰진 듯하네요. 유명한 사람이라도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걸 보면.
그리고 조선 시대 궁궐에서는 대개 중전이라든가 아들을 낳은 사람이 실권을 가졌지만, 오오쿠는 다릅니다. 실제 쇼군의 정실부인이 실권을 가진 일은 거의 없고, 오오쿠를 지배(?)하는 사람은 따로 있더군요. 그리고 정실부인이 대를 이은 아들을 낳은 일도 딱 한번인가밖에 없다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냄새가 나지 않나요? 아들 낳는 걸, 오오쿠의 실세께서 조종한 것 같은걸요.
아참, 특히 1권에서 이 돌림병에 걸린 사람의 얼굴을 끔찍하게 그려놔서, 실제 같은 건 아닌데 그래도 끔직합니다. 그래서 다시 펼쳐보기가 싫어요. 이 책을 보고 한동안은 그 그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좀 괴로웠습니다. 그래도 1권에선 작은 사랑 얘기가 행복한 결말을 맺어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