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커서는 소설은 잘 사지 않는 편이다. 둘 데도 마땅치 않고. 이 책도 나는 절대로 사지 않았을 책이지만. 예전에 선물로 받았다.

문체가 상당히 거슬리긴 하지만 읽다보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이런 류의 소설은 읽어본 일이 없었으니까. 배경이 현재 대한민국, 특히 서울인 장편소설은 이게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사실감이 느껴지는 건 아니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의 현재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 때문에 뭐랄까 굉장히 익숙하고 가깝고 편하다.

뭐,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어도 소설을 다 읽고는 막 분개해서, 지금은 까먹었지만 (지금 찾아보니 ㅊ이 들어간 성이네) 책에 나오는 모 성을 가진 세상 남자가 다 미워지기까지 했으니 나도 참 단순하다. 그런데 그때 그 기분이 꽤 오래 갔다.

문체에 대해 말하자면, 계속 현재형으로 쓰는 게 영 아니었다. 현재형으로 쓴 게 딱히 어떤 영향을 준 건 전혀 없고 그저 끝까지 어색하고 불편했을 뿐.

그리고 이 소설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쓰는 말투. 하오체. 여태 살면서 실제로 하오체를 쓰는 남자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번역소설이든 우리나라 소설이든 남자가 여자에게 이런 말투를 쓰는 걸 보면 어이가 없다. 내용은 현대지만 말투는 여전히 과거. 답답하다. 소설에서 이렇게 하오체를 쓰는 남자가 나오면 그 장면이 아무리 진지해도 막 웃긴다. 실제로 여자에게 하오체를 쓰는 남자를 만났다고 한번 상상해 보겠소? 어떨 것 같소?

끝으로 이 소설 말고 이 책에 대해 말하자면, 정말 점수 주고 싶지 않다. 책 뒤에 이 소설에 대한 해설이 무려 22쪽이나 실렸다. 소설은 283쪽으로 끝나지만 해설이 붙어 306쪽으로 끝난다 (뒤에 작가 후기 3쪽이 더 있음).  이 소설이 나온 지 오래돼서 무슨 설명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제 막 나온 소설인데 무슨 해설이 필요하냐고?

왜 이 소설에 해설을 붙였을지, 두 가지로 생각해 봤다.

첫째, 소설이 300쪽이 되지 않으니까 억지로 해설을 붙여서 300쪽 이상으로 만들었다.
둘째, 해설을 쓴 사람에게 고료를 주기 위해 아님 해설 쓸 기회를 주기 위해 그랬다.

쪽수 늘리기도 끼워팔기도 정말 싫다. 이거 생각하면 별 세 개도 과분하지.

그리고 서점들, 책 뒤에 스티커 좀 붙이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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