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라딘 중고샵에 올라온 매물이 23권. 저처럼 충동구매한 사람이 많은가 보군요. 만화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재밌게 봐서 줄거리가 다를 걸 뻔히 알면서도 샀습니다. 배우(하울) 보고 영화를 보긴 처음이었죠. 줄거리는 영화랑 많이 다릅니다. 특히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마치 전혀 다른 작품 같습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는데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영화에서 본 것처럼 떠오르지 않고 전혀 다른 성이 상상될 정도니까요. 줄거리를 보자면, 소설 속 소피는 영화에서와는 달리 성격이 좀 막됐달까 거칠달까 그렇고, 하울은 차라리 범생이 같아요. 영화 속 하울도 외모 땜에 그렇지 대놓고 바람둥이 같은 모습이 나오진 않았는데 오히려 영화 속 하울이 더 바람둥이 같더군요. 소피와 하울의 연애는, 글쎄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어, 쟤네가 언제 연애란 걸 했어? 싶을 만큼 거의 잘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이 작가가 연애를 글로 쓰는 데 그다지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만. 그리고 영화에서럼 권력과 전쟁에 대한 비판은 전혀 없습니다. 이건 그냥 재미만 있는 소설이거든요. 하지만 저처럼 영화에 푹 빠진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을 얼마나 재미나게 읽을지는 의문이네요. 이 소설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전체적으로 좀 산만하기도 하고 확 끄는 매력은 없습니다. 전 책을 받고는 순식간에 읽었지만 별로 권하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