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tam에서 나온 거, 그러니까 미국판 빨강머리 앤입니다. 캐나다판 영어책하고는 느낌이 좀 다르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작가가 캐나다 사람이니까 캐나다판 영어로 쓰인 책이 더 낫겠지만 캐나다판 책은 잘 안 팔잖아요.
페이퍼백이 그렇듯 갱지 같은 종이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냄새도 심해지고 제본 상태도 썩 좋은 편이 아니라서 조금만 험하게 다루면 우두둑 뜯어지는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원서 페이퍼백은 별을 하나 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싼 값에 그 정도 품질은 감안할 수 있죠. 구할 수 있는 게 (거의) 페이퍼백뿐인걸요.
커서 이 책을 읽는데, TV에서 본 만화영화의 장면들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지더군요. 일본에서 만든 만화영화 빨강머리 앤은 드물게도 원작을 거의 그대로 충실하게 따랐거든요. 두 가지 정도만 원작에 없는 걸 추가했을 뿐이죠. 그러니까 이 책을 읽으면 눈앞에 장면이 펼쳐지면서 귀로는 성우들 목소리가 막 들려옵니다.
전 앤 시리즈 8권 전부가 종이 상자에 담긴 셋트를 사가지고는 10년쯤 지난 지금까지 (IMF가 터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샀군요) 4권까지만 읽었습니다. 그냥 한 권씩 사시길 바랍니다. 1권 Anne of Green Gables는 정말 정말 추천하지만 (특히 여자에게는) 2권부터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앤이 하는 일은 결국 어떻게든 다 잘 돼고, 앤을 싫어하던 사람도 결국엔 앤을 좋아하게 되고, 주변의 꼬였던 연애 사건은 결국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된다는, 다 비슷비슷한 얘기여서 짜증나니까요. 1권만 읽으면 참 좋아요.
영어도, 정상적인(?) 고등학교 교육을 마친 사람이라면 읽을 수 있습니다. 요즘 고등학교 영어 교육은 어떤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