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우사에서 나오는 범우문고는 책마다 종이질이 다르다. 지금 갖고 있는 범우문고가 다섯 권인데 정확히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종이가 미색에 고급스런 편이고, 미색 코팅 표지인 책. 2800원이다.

둘째, 종이가 갱지 같고, 코팅되지 않은 주홍색 표지인 책. 게다가 종이질 때문이 미색 종이를 쓴 책에 비해 책이 70% 정도나 더 두껍다. 영어 페이퍼백에 쓰이는 구린 종이를 떠올리면 된다. 표지는 물이 묻으면 주홍색이 묻어난다. 3900원이다.

제목엔 범우문고의 책이 왜 종이질이 다른지 궁금하다고 썼지만, 직접 따져가며 비교해 보니 추측한 이유가 맞긴 하네.

다섯 권만 갖고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그래도 이 다섯 권만 갖고 비교하면 인쇄 날짜를 기준으로 봤을 때 2008년 7~10월 이후에 나온 책이 값은 1100원이나 올랐으면서 오히려 품질은 떨어진다.

사실 먼저 나온 책이 품질이 떨어지고 나중에 나온 책이 품질이 좋아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반대다. 나중에 나온 책이 품질이 나쁜 거다. 종이는 갱지가 되고, 코팅이 없는 표지는 물 묻으면 색까지 빠지고, 두께도 70% 정도 두꺼워졌다. 하지만 값은 올랐다. 종이값이 그 정도로 올랐나?

어이없지만, 이왕이면 예전에 나온 범우문고를 사는 게 좋다는 말씀. 만약 지금 팔고 있는 책이 어떤 표지와 어떤 종이로 된 건지 궁금하다면 책값을 보면 된다. 정가가 2800원이면 좋은 책이고, 정가가 3900원이면 구린 책이다.

이런 갱지 같은 종이를 쓴 책, 요즘엔 보기 힘들다. 몇 년 지나면 먼지와 종이 냄새 때문에 책을 펼치기가 두려워질까 겁난다. 책 뒤에 10장, 그러니까 20여쪽이나 되는 광고나 좀 줄이지.

아, 표지가 달라서 책장에 꽂아놔도 영 보기에 좋지 않은 것도 별루······. 이거야 뭐 거의 번갈아가며 표지가 달라지다보니.


116
복덕방
이태준 지음 / 범우사
2008년 6월 초판 6쇄
2800원
미색 코팅 표지에 미색 내지.

알라딘에 있는 표지 그림은 파란색. 이게 언제적 표지인지 알 수 없으나, 지금 팔고 있는 2008년 6월 초판 6쇄는 표지가 미색이고 비닐로 코팅돼 있다. 종이질도 좋다. 아래 고향 산수와 같은 표지와 종이질이다.




134
가난한 날의 행복
김소운 지음 / 범우사
2009년 9월 4판 1쇄
3900원
주홍색 표지에 갱지 같은 내지.

값은 더 올랐는데 오히려 종이질은 구리다. 갱지 같고 책은 더 두껍기까지 하다.

표지는 비닐 코팅되지 않았는데, 코팅되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니라 물이 묻으면 주홍색이 묻어나는 게 문제다. 적어도 물감이 묻어나지는 말아야지.


197
고향 산수
마해송 지음 / 범우사
2004년 4월 3판 1쇄
2800원
미색 코팅 표지에 미색 내지.









210
조선해학 어수록
장한종 지음 / 박훤 엮음 / 범우사
2008년 10월 2판 1쇄
3900원
주홍색 표지에 갱지 같은 내지.

알라딘에는 미색 표지가 올라와 있지만 지금 팔고 있는 책은 이 표지가 아니다. 2008년 10월 2판 1쇄는 코팅되지 않은 주홍색 표지에 종이질도 갱지 같다. 표지와 종이는 위의 가난한 날의 행복과 같다.





211
조선해학 파수록
부묵자 지음 / 박훤 엮음 / 범우사
2005년 6월 초판 1쇄
2800원
미색 코팅 표지에 미색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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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 2010-03-2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느 시점부터 재생지 쓰나보군요.
재생지가 질은 떨어지고 값은 비싸죠.

sulfur 2010-04-01 01:14   좋아요 0 | URL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좋은 재생지도 있던데.

내지는 문고판이니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만, 같은 쪽수라도 더 두꺼워진 거, 책장에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니까 싫구요. 무엇보다도 진한 귤색 표지에서 색이 묻어나는 게 용서가 안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