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산수 범우문고 197
마해송 지음 / 범우사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글쓰기를 닮고 싶은 작가가 몇 명 있다. 그 중 한 분. 간결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글. 아름답기도 한 글. 배우고 싶다.

요즘엔 (요즘에만 그런 건지는 몰라도) 읽으면서도 뭔소린지, 거기 담긴 깊은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 문장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문장 구조를 뜯어봐야 하는 피곤한 글도 많다. 하지만 이 분의 글은 다르다. 읽으면 읽는 그대로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문장 구조를 뜯어보고 말고 할 게 없다. 어떤 낱말의 뜻을 모른다면 그건 단지 경험과 지식과 연배가 다르기 때문일 뿐이니 사전을 찾아 보면 된다.

게다가 글을 쓰면서 잘난 척하지 않고, 때때로 사회를 비판하며 할 말은 하고, 자연과 사람들에게 따뜻한 애정을 담고 있는 글. 정말 좋다.

여기 실린 글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대구 피난 시절 이야기를 쓴 「아름다운 광경」이다. 이걸 보면 요즘은 보고 듣고 즐길 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진짜로 감동받고 좋아하는 일이 어린 아이들에게도 어렵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예전에 이 분의 동화 「길에 사는 아이」와 「못 먹는 사과」를 읽으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니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편편상」에 실린 ‘구두닦이와 제사’에 살짝곰보의 얘기가 나온다. 역시 실화를 가지고 동화를 쓴 거였다.

그런데 이 수필집에는 언제 쓴 수필을 엮은 것이란 설명이 나와 있지 않다. 예전에 나온 수필집에서 일부를 엮은 건지 아닌지. 내용으로 봐서 1950년대 말쯤, 56, 57, 58년쯤 쓴 수필이라는 것만 추측할 수 있다. 또 어떤 제목에는 괄호 안에 초(秒)를 붙여 두었는데 이건 무얼 뜻하는 건지?

어쨌든 저쨌든 이 수필집 정말 추천한다. 책도 작고 가벼운 데다가 글 하나가 짧기도 하고 읽으면 읽는 그대로 쏙쏙 들어오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읽기에 무척 좋다. 집에서 한번에 모두 읽어 버리기엔 오히려 아깝다. 역시 지하철에서 조금씩 조금씩 읽는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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