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우는 아무도 못 말려 길벗어린이 문학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조경숙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표지가 다른 절판된 책을 갖고 있는데, 옮긴이 외에 ‘우리말 바로잡기 이오덕’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말 번역 품질은 정말 최고다.

요즘은 번역서는 말할 것도 없고 처음부터 우리말로 쓴 책조차 읽다보면 정말 우리말로 제대로 쓴 글인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마치 외국어를 우리말로 직역한 듯한 어색한 말투. 그런 게 너무 흔하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이지 정말이지 읽다보면 내가 지금 영어로 쓴 동화를 우리말로 옮긴 걸 읽고 있는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우리말로 쓴 책을 읽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 마치 처음부터 우리말로 쓴 동화를 읽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아, 번역이란 이런 것이구나. 이런 게 정말 제대로 한 번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번역서를 내는 출판사에서 모범으로 삼아야 할 책이다.

그리고 동화 자체도 역시 최고다. 푸우는 디즈니 만화영화로 더 유명하지만 이 동화는 느낌이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만화영화에 비하면 무척 느리고 포근한데, 놀랍게도 그게 굉장히 좋다. 예전에 어느 외국인이 디즈니가 푸우를 망쳐놨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동화를 읽고나서 왜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젠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디즈니 만화영화에 나오는 푸우만 알았을 때는 푸우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동화를 읽고나서 비로소 푸우를 좋아하게 됐다. 어떻게 어른이 이런 동화를 쓸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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