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데기 죽데기 - 보급판
권정생 / 바오로딸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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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복수를 위한 모험에서 오히려 불쌍한 사람을 만나게 된 늑대 할머니가 사람들을 위해 똥으로 꽃가루를 만들어 뿌려준다는 이야기이다. 옛이야기의 판타지성과 캐릭터의 희화화를 통해 발랄한 이야기가 되었으나, 실은 우리 나라 역사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에 대한 위로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사람들은 계속 이토록 상처받으며 살게 되어야 하나. 이런 물음 앞에 복수의 화신이었던 늑대 할머니는 똥으로 꽃가루를 만들어 주고 자신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인간의 똥이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꽃가루가 된다는 것은, 아마도 <강아지똥>에도 표현된 권정생이라는 작가의 메시지일 것이다. 황새아저씨라는 신비로운 캐릭터는 <밥데기 죽데기>에서 작가가 열어둔 선한 존재인 듯하다. 독자들은 그가 하느님인가? 세상에 존재하는 남을 돕는 사람들인가? 사람들이 총으로 쏘아 죽인 황새의 화신인가 궁금해 한다고 한다. 광주사태, 전쟁, 노동자의 현실 등에 대해 액면 그대로 이야기하는 작품들도 많이 있다. 이런 현실에 어린이들 역시 살아가고 있기에 그것을 어린이들에게 마냥 가려둘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어린이들에게 현실의 비극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보다는, 따뜻한 마음과 희망을 주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동화의 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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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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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위고의 <레미제라블>의 스케일에 비견되며, 독자들에게 파란만장한 인생에 대한 기대감, 시공을 뛰어넘는 이국적인 상상력, 흥미진진한 추리 등으로 독서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저는 참으로 흥미진진한 스토리다,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로 얽혀 있고, 그것은 사랑과 행복, 욕심과 증오, 배신, 억울함, 복수 등 인간 감정의 징한 것들을 파란만장하게 체험하게 한다 싶었습니다. 에드몽 당테스라는 주인공이요. 이 연약하나 엄청난 한 인간을 눈여겨 보게 되었습니다. 감옥에서 갖은 인간의 학문과 지혜를 배우고, 의지와 삶의 희망을 품고요. 그가 똘똘하고 순진한 청년이었을 때, 사람들은 그의 아버지와 신부감, 직업과 꿈 등 모든 것을 박탈하고 그를 고립시켰습니다. 한 인간을 말살시킨 것이지요.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러나 작가는 한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그런 악의 요소들을 모두 징벌한다는 것을 말하는 듯합니다. 쉽게 말하면 권선징악이나, 달리 말하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신뢰이지요. 그런데 그의 용의주도한 복수는 정당한 것일까요? 그의 인생은 행복했을까요? 여러 가지 질문이 맵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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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는 아이 산하세계어린이 9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임현숙 옮김 / 산하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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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등 거대담론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평범한 어린아이가 가족의 문제로 인해 아픔을 느끼고 성장해 나가면서, 자신의 글쓰기를 배워나가고, 그로 인해 성숙해가는 과정이 진솔하게 담겨 있습니다. 리는 헨쇼 선생님과 글로 나누는 대화를 통해 좋은 글에 대해 끊임없이 더듬어 나갑니다. 그리고 <어린이작가 문집>에 <아빠의 트럭을 타고 다닌 날>이라는 글을 써서 내는데요. 그것은 결국 자신이 떨어져 살고 있지만 사랑하는 아빠와 함께 트럭을 타고 보낸, 가장 행복했던 날에 대해 쓴 것이었습니다. 

작가는 엄마와 아빠의 이혼이라는 문제에 대해, 재결합을 한다거나 하는 결말을 맺지 않습니다. 하지만 리는 아빠가 자신을 그리워했음을 알게 됩니다. 아마도 아빠에 대한 마음의 응어리와 헨쇼 선생님과의 편지 왕래를 통해, 리는 소위 말하는 성숙을 하였겠지요. 가족을 이루어 사는 삶과 트럭을 몰며 살아가는 삶 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가운데, 각자 원하는 삶의 방식이나 기질이 다를 때, 가슴아픔을 느낍니다. 그것은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기에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초등학생 아이에게 도시락 도둑을 잡기 위해 경보기를 장치할 수 있는 것처럼,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심하면 작은 깨달음 같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아빠와 트럭을 타고 다닌 날에 대해 쓴 아이가 사랑스러워서 이 책에 애착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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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겨울 방학 - 소년한길 소년소설 3
이소완 지음, 양상용 그림 / 한길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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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어린이문학의 번역작가 이소완의 두 번째 창작집입니다.

3편 중에서 <만우절 연극>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어린 아이를 어린 아이로 보지 않고, 내면 세계를 지닌 한 명의 자아로 그려내면서, 치밀한 심리묘사와 군더더기 없는 서술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찬찬히 풀어놓았다는 점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만우절 연극>에서는 한 명의 아이를 진지한 시선으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 아이는 태수의 짝꿍 경태. 태수의 눈을 빌어 드러나는 경태라는 캐릭터는 사춘기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갈등과 응어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경태는

‘눈에 띄지 않는 아이’에서 -> ‘조금 이상한 아이’ -> ‘모형 비행기만 좋아하는 아이’ -> ‘혼자 가사일도 잘하는 아이’ -> ‘선생님에게 당당히 대드는 아이’ -> ‘학교를 싫어하는 아이’ -> ‘친구 물건을 훔친 아이’ -> ‘기계의 조립이 전부인 아이’로 이해의 폭이 깊어집니다.

  그리고 도둑과 피해자라는 두 아이의 관계는 서로를 알아주는 친구의 관계로 변화합니다. 그러면서 ‘학교가 싫다’는 경태의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은 ‘태수’라는 친구와의 사건을 통해, ‘학교를 좋아함’으로 해결되지는 않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통해 ‘고민의 나눔’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요컨대, <만우절 연극>은 사춘기 주인공의 내면 갈등과 심리를 들여다보고, 그것이 ‘우정’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진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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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은 놈, 이대장
김순이 지음, 김병하 그림 / 도깨비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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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은 놈, 이대장>은 아빠 엄마가 이혼한 뒤, 할머니와 아빠와 함께 사는 초등학교 3학년짜리 남자아이의 이야기이다. 이대장은 매일매일 할머니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싸우고 떼를 쓴다. 선생님께는 매일 혼나고, 시험도 제일 못보고, 준비물이나 운동복 같은 것도 잘 맞춰 입지 못한다. 친구들과는 매일 싸우고, 시험을 보는 날에는 일부러 학교에 늦게 가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대장은 선생님들의 골치덩어리에 말썽꾸러기이다.

그런데 이대장은 미워할 수 없는 아이이다. 이대장이 말썽을 부리는 것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대장의 엄마는 아빠와 이혼한 후, 다른 아이의 새엄마가 되어 있다. 이대장은 다른 친구들의 엄마를 보고 부러웠다. 그래서 아빠에게 새엄마를 데려오라고 떼를 쓰는 것이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매를 때리기 때문에 학교에 늦게 가는 것이고, 이대장에게 엄마가 없다고 놀렸기 때문에 친구와 싸운 것이다.

골치덩어리 이대장은 어쩌면 말없고, 풀이 죽은 아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대장은 할머니 생신 선물로 반지를 사다 주는 다정다감한 아이이다. 가장 좋아하는 카레라이스를 먹고 싶은 마음에 새엄마를 만들어달라고 떼를 쓰던 이대장은, 잠드신 할머니가 돌아가신 줄 알고 손을 잡고 꺽꺽 울 정도로 순진하고 귀여운 녀석이다.

이 책은 이대장과 같은 또래인 초등학교 3학년부터 5,6 학년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말썽꾸러기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같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또한 아이 엄마와 선생님이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학부모들과 선생님이 바라보는 골치덩어리 말썽꾸러기 녀석들의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만만치 않은 놈, 이대장이 정말로 자랑스러웠다. 운동복 대신에 런닝셔츠를 입고 가도 기죽지 않고, 치킨 파는 아줌마와 이야기하다가 넉살 좋게 닭다리 하나 얻어먹을 수 있는 그 녀석이 믿음직스러웠다. 매맞을 줄 알면서 선생님이나 할머니에게 거짓말 안하는 이대장. 엄마 없는 아이라고 자신을 놀렸던 손성래가 실은 엄마 아빠 둘 다 없는 녀석임을 알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이대장을 보면서, 우습고 기특해서 코끝이 시큰했다. 참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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