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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은 놈, 이대장
김순이 지음, 김병하 그림 / 도깨비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만만치 않은 놈, 이대장>은 아빠 엄마가 이혼한 뒤, 할머니와 아빠와 함께 사는 초등학교 3학년짜리 남자아이의 이야기이다. 이대장은 매일매일 할머니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싸우고 떼를 쓴다. 선생님께는 매일 혼나고, 시험도 제일 못보고, 준비물이나 운동복 같은 것도 잘 맞춰 입지 못한다. 친구들과는 매일 싸우고, 시험을 보는 날에는 일부러 학교에 늦게 가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대장은 선생님들의 골치덩어리에 말썽꾸러기이다.
그런데 이대장은 미워할 수 없는 아이이다. 이대장이 말썽을 부리는 것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대장의 엄마는 아빠와 이혼한 후, 다른 아이의 새엄마가 되어 있다. 이대장은 다른 친구들의 엄마를 보고 부러웠다. 그래서 아빠에게 새엄마를 데려오라고 떼를 쓰는 것이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매를 때리기 때문에 학교에 늦게 가는 것이고, 이대장에게 엄마가 없다고 놀렸기 때문에 친구와 싸운 것이다.
골치덩어리 이대장은 어쩌면 말없고, 풀이 죽은 아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대장은 할머니 생신 선물로 반지를 사다 주는 다정다감한 아이이다. 가장 좋아하는 카레라이스를 먹고 싶은 마음에 새엄마를 만들어달라고 떼를 쓰던 이대장은, 잠드신 할머니가 돌아가신 줄 알고 손을 잡고 꺽꺽 울 정도로 순진하고 귀여운 녀석이다.
이 책은 이대장과 같은 또래인 초등학교 3학년부터 5,6 학년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말썽꾸러기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같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또한 아이 엄마와 선생님이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학부모들과 선생님이 바라보는 골치덩어리 말썽꾸러기 녀석들의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만만치 않은 놈, 이대장이 정말로 자랑스러웠다. 운동복 대신에 런닝셔츠를 입고 가도 기죽지 않고, 치킨 파는 아줌마와 이야기하다가 넉살 좋게 닭다리 하나 얻어먹을 수 있는 그 녀석이 믿음직스러웠다. 매맞을 줄 알면서 선생님이나 할머니에게 거짓말 안하는 이대장. 엄마 없는 아이라고 자신을 놀렸던 손성래가 실은 엄마 아빠 둘 다 없는 녀석임을 알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이대장을 보면서, 우습고 기특해서 코끝이 시큰했다. 참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