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데기 죽데기 - 보급판
권정생 / 바오로딸 / 1999년 8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복수를 위한 모험에서 오히려 불쌍한 사람을 만나게 된 늑대 할머니가 사람들을 위해 똥으로 꽃가루를 만들어 뿌려준다는 이야기이다. 옛이야기의 판타지성과 캐릭터의 희화화를 통해 발랄한 이야기가 되었으나, 실은 우리 나라 역사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에 대한 위로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사람들은 계속 이토록 상처받으며 살게 되어야 하나. 이런 물음 앞에 복수의 화신이었던 늑대 할머니는 똥으로 꽃가루를 만들어 주고 자신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인간의 똥이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꽃가루가 된다는 것은, 아마도 <강아지똥>에도 표현된 권정생이라는 작가의 메시지일 것이다. 황새아저씨라는 신비로운 캐릭터는 <밥데기 죽데기>에서 작가가 열어둔 선한 존재인 듯하다. 독자들은 그가 하느님인가? 세상에 존재하는 남을 돕는 사람들인가? 사람들이 총으로 쏘아 죽인 황새의 화신인가 궁금해 한다고 한다. 광주사태, 전쟁, 노동자의 현실 등에 대해 액면 그대로 이야기하는 작품들도 많이 있다. 이런 현실에 어린이들 역시 살아가고 있기에 그것을 어린이들에게 마냥 가려둘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어린이들에게 현실의 비극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보다는, 따뜻한 마음과 희망을 주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동화의 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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