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모델,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유능한가 - 대의민주주의의 덫과 현능정치의 도전
대니얼 A. 벨 지음, 김기협 옮김 / 서해문집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관료집단지도체제, 시대정신에 맞는가, 오현철, 녹색평론 156, 2017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다. 정치학자 오현철 교수의 '차이나 모델'에 대한 서평을 읽으며 든 생각이지만, 마침내는 그의 강한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에 압도된다. 아니, 저 촛불정국이라는 '정치부재' 사태를 겪은 즈음에 누가 감히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그는 진작에 국회의원에 대한 낙천낙선운동을 "광복 후 처음으로 정치집단에 대한 대규모 저항운동이 폭력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며, "한국 민주주의 발전사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평가했던 바 있다.(시민불복종 - 저항과 자유의 길책세상,  2001)


대니얼 A. 벨은 선거 민주주의의 폐해를 네 가지로 지적한다. 첫째, 비이성적인 다수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소수를 억압하고 나쁜 정책을 채택하는 ‘다수의 전횡’, 둘째 경제력을 장악한 소수가 정치 과정에 개입해 公共善에 부합하는 변화를 가로막거나 자신들 이익에 맞는 정책을 관철할 위험, 셋째 미래 세대나 외국인처럼 정책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투표권을 갖지 못한 집단과 투표권을 가진 집단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후자의 입장이 언제나 관철되는 문제, 마지막은 ‘경쟁적 개인주의 전횡’으로 선거는 사회갈등을 완화하기보다는 격화시킬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 정체체제의 ‘1인1표’ 최고지도자 선출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서 선거민주주의의 치명적인 결함들을 보완하는 데 현능주의 이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그리고 현능주의 정치체제의 장점과 단점을 검토하고 민주주의와 현능주의를 결합하는 여러 방법을 살펴본 다음, 중국에서 빚어져온 민주적 현능주의 체제가 도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바람직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바닥은 민주주의, 꼭대기는 현능주의, 그리고 그 사이는 실험 공간으로 이뤄지는 이 체제를 그는 ‘차이나 모델’이라 부르며 다른 나라에서도 참고할 만한 점을 지적한다. 그는 중국에서 긴 역사를 가졌을 뿐 아니라 21세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발전의 지표가 될 가능성을 가진 현능주의 정치이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오 교수는 서구 만주주의가 부족한 점이 많다고, 벨처럼 유교 정치제제의 복원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의 재봉건화를 자청하는 시대착오적인 퇴행으로 간주한다. 벨의 차이나 모델은 중국공산당이라는 거대 권력집단이 자가수정을 통해 엘리트를 스스로 잉태하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유기적인 제도라며 엘리트주의를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차이나모델이 간과한 것으로, 1) 벨의 주장엔 인간에 대한 성찰이 없다는 세계관의 문제, 2) 중국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 통치계급이라는 정치체제의 정당성 문제, 3)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전문성을 특권화 하는 전문가의 속성의 문제, 4) 전문가의 집단적 편향성 문제, 5) 관점의 차이와 의견충돌 때문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부분의 문제에서 일치하지 않는 문제, 6) 주인에게 봉사해야 할 대리인이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주인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딜레마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요컨대 차이나 모델은 관료정치집단에 전권을 위임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여 그는 국민이 선거로 대표를 선출하고 대표들을 일상적으로 비판 감시하며, 중요한 국가적 문제는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민주주의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공론조사나 시민의회 같은 토의민주주의의 시민참여 제도는 관료정치체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대안 정치체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ps.

오 교수는 이 책의 핵심 주제인 'meritocracy'를 일반적으로 쓰이는 '능력주의' 대신 '현능주의'로 번역한 데도,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의 통치를 지향하는 유교적 가치판단이 개입되어 있다면서 이 용어에 대한 가치판단을 배제하고자 '능력주의' 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쯤에서 은근히 역자 김기협의 이 서평에 대한 반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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