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민용 선생이 자신의 학문적 행로를 되돌아 보는 글(<근대 불교/학의 형성과 아카데미즘에서의 위상>-서구 불교학 형성에 대한 반성적 성찰-, 2012)을 읽다가 서구 근대불교학의 전개와 한계 및 한국근대불교학과의 관계에 대한 글들을 좀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관련 도서와 논문들을 간추려 보았다.

선생은 근대 불교학의 형성이 서구의 빅토리아조의 문화와 식민주의적 방향에서 출발한 것을 의식하며 언어 문헌학적인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여야 하며, 불교연구를 기독교적 신학연구와 동일한 방향으로 진척시키는 것도 극복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서구에서 새로운 문화현상의 하나로 불교가 정착해가고 있는 가운데 신진학자들에 의해 불교신학(Buddhist Theology)이라는 학문의 이종교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성찰이라 하겠다.

2. 한편 근대 일본의 불교학은 문헌학, 언어학, 역사학에 기초한 통불교적 연구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는 바, 향후의 불교학 전개에 있어 방향타의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이들 연구는 그 근원에 있어 메이지 정부의 근대화 과정에서 자기 생존의 방편으로 촉발되었고, 결과적으로 반기독교적 정서와 제국주의적 침탈에 암묵적으로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이 지적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본 근대에 있어서 ‘불교학’은 근대 불교의 한 부분 혹은 산물이라기보다, 불교에 대한 인식전환을 수반하여 재구성된 ‘불교’를 통해 ‘근대’가 전개되는 근대불교의 인식적 기반으로 이해되고 있기에, 우리 불교학에 대한 반성적 고찰을 위한 한 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 한국 전통불교는 타불교 전통의 존재와 불교의 역사적 발전 과정에 대한 근대적인 조망을 얻기 전까지 자신을 타자화하고 객관화해 볼 기회가 없었다. 그 결과 우리는, 중국이라는 문명의 관점과 선호에 의해 걸러지고 편집․구성된 한역 불교의 선이해에 철저히 갇혀 있었다. 중국이 인도불교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 자파의 종의를 중심으로 체계화한 통시적이고 초역사적인 ‘敎相判釋’의 관점이 우리가 불교를 바라보는 유일한 관점이 되었던 것이다.


한국근대불교의 성립은 단지 한국적 상황만이 아니라, 세계적 흐름 속에서 일정 부분 그 영향을 반영하면서 형성했다고 파악되고 있다. 하여 한국불교의 근대적 형성에 미친 영향관계를 살펴보는 동시에, 우리의 불교전통에 대한 역사적 이해와 인식의 심화가 어떠한 새로운 전통을 창출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물음들이 제기되고 있다.

4. 그러한 논의들 중에서 조성택 교수의 주장은 유난히 시선을 끈다. 자신이 속한 지역 불교가 전승하는 전통의 역사적 실체를 확인하고자 하는 '근대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불교 사상과 교리에 대한 '유럽적 해석'으로 대변되는 근대 불교학에 대한 비판에 나선 그는 '방법론적 불가지론'을 제시한다.

 

불교 전통의 중요한 일부였고, 종교적 체험이나 수행보다는 텍스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철학적 논리 전개를 주로하는 교학과 근대의 산물인 불교학의 근본적인 차이를 그는 불교에 대한 역사적 이해의 문제로 본다. 다양한 지역 불교의 전통을 그 기원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하나의 역사'로 조감하고자 한 것은 전통적인 불교 문화권을 식민지로 경영하던 유럽인들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그러하기에 근대 불교학은 태생적으로 식민주의의 성격을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불교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위해 불교의 종교적 철학적 특성을 감안한 새로운 경전 독법으로 그가 제시하는 방법론은 근대 불교학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그 영향을 반성 없이 받아들인 동아시아 불교와 한국 불교에 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수미일관하게 적용되고 있다. 깨달음의 경험에 대한 기록인 불교 텍스트들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이성적 사유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구분하고 후자의 영역에 대해선 '알 수 없다'는 입장을 우선 방법론적으로 전제하자는 것이다. 즉, 깨달음의 세계는 이성적 사유를 통해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그 세계를 표현하는 '경전 언어'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며 그것은 대상과 나의 언어적 이성적 세계가 관련성을 맺는 것이기에 '깨달음'의 세계에 대한 담론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불교와 불교학: 불교의 역사적 이해》, 2012)

 

빅토리아 시대 유럽인의 시각이 아닌 우리 자신의 문제의식과 관점으로 불교학을 새롭게 보고자 하는 제안이다.

 

서구 근대불교학의 전개

J. W. de Jong,《현대불교학 연구사: 문헌학을 중심으로》, 강종원 편역, 동국대학교출판부, 2004

이민용,〈불교학 연구의 문화배경에 대한 성찰〉, 《종교연구》19, 2000

  ---  ,〈서구 불교학의 창안과 오리엔탈리즘〉,《종교문화비평》 8, 2005

Andre Bareau,〈인도불교연구의 역사〉, 윤병식 역,《동국사상》23, 1990

카린 프라이젠단쯔,〈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불교학과 인도학: 배경, 역사, 맥락들과 방법론〉, 우제선, 강성용역, 《불교학보》 43, 2005,

배상환, 〈근대시기 서구 불교문헌학과 인도불교학〉,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엮음, 《아시아 불교, 서구의 수용과 대응》, 동국대학교 출판부, 2011

황순일, 〈리즈 데이비스와 빨리경전협회의 성과〉, 《불교평론》26, 2006

Hubert Durt,〈Etienne Lamotte, 그 생애와 저작들〉, 조성택 역, 《불교연구》3, 1987

일본의 근대불교학 성립 관련

한국유학생 인도학 불교학 연구회 편,《일본의 인도철학· 불교학 연구- 그 역사와 현황》, 아세아문화사, 1996

조승미,〈메이지 시대 서구 불교문헌학의 수용과 난죠 분유(南條文雄)- 영국 유학시절 활동을 중심으로〉,《불교연구》29, 2008

    ---, ​<일본의 근대불교학 형성과 대승 비불설(非佛說) 문제―아네자키 마사하루(姉崎正治)와 무라카미센쇼(村上專精)의 비교―>,《불교연구》30

김용태,〈근대불교학과 일본적 특수성〉,《불교평론》39, 2009

야마오리 테츠오, <근대 일본 불교학의 공과>, 이태승 역,《인도철학》5

​허남린, <일본에 있어서 불교와 불교학의 근대화>,《종교문화비평》8, 2005

​이자랑, <인도불교 교단사에 관한 일본학계의 최근 연구 동향: 대승불교의 기원을 중심으로>,《佛敎學報》3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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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불교학의 성격과 한계에 대한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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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관,《탈식민시대 우리의 불교학》, 책세상, 2001

김용태,〈동아시아 근대 불교연구에 투영된 오리엔탈리즘〉,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엮음,《아시아 불교, 서구의 수용과 대응》, 동국대학교 출판부, 2011

황순일,〈근대 돈황학의 성립과 오리엔탈리즘〉,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엮음, 《아시아 불교, 서구의 수용과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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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근대불교학의 형성과 한국 근대불교의 관계

조성택,〈근대불교학과 한국 근대불교〉, 《민족문화연구》 45,  2006

    ---,《불교와 불교학: 불교의 역사적 이해》, 돌베개, 2012

김용태, 〈근대불교학의 수용과 한국불교 전통의 창출〉,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엮음, 《아시아불교, 전통의 계승과 전환》, 동국대학교출판부, 2011

김영진,〈한국 근대불교학 방법론의 등장과 불교사 서술의 의미〉, 《한국학연구》 23, 2010.

송현주, <서구 근대불교학의 출현과 '부디즘(Buddhism)'의 창안>, 《종교문화비평》22, 2012

김영진, <근대시기 한국불교계의 유럽불교학 인식과 그 영향>, 《한국불교학》6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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