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오솔길을 가면서 - 해방시대 학자의 역사연구 역사강의
김용섭 지음 / 지식산업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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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 선생의 회고록이 출간되었다는 기사를 보자마자 곧장 책을 구해 읽었다. 팔순을 넘긴 노학자이기도 하지만 읽는 내내 이젠 당신 스스로를 '역사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앞부분은 선생의 농업사 연구를 정리하고 있고, 뒷부분은 근대사학사 강의를 싣고 있다. 얼핏 보면 양자가 별개인 듯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의 시대상황과 맞물려 선생이 어떤 역사인식을 가지고 농업사에 착목하여 평생의 연구과제로 삼게 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농업사 연구에 대한 정리는 지식산업사에서 간행한 총 8권의 선생의 저작집에 대한 계통을 세우고 개괄하고 있어 후학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하다. 학교 다닐 적 선생의 논문, 특히 조선 후기 및 근대농업사의 사례연구들을 끙끙대며 읽었던 기억이 있어 진작에 이런 글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책에 부록으로 실린 선생의 저작집 총목차를 살펴보면 그것만으로도 압도당한다. 농업기술사 뿐만 아니라 농업생산을 위한 국가의 제도, 정책, 농정운영, 농정사상 등 농업 전반에 걸쳐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근대사를 강의했던 담당교수가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선생의 제자분이기도 해서 그 연구결과를 제대로 소화해 낼 것을 주문하기도 했더랬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로써 방대한 선생의 우리 농업사 연구가 일단락 되고 있는 듯해 찬사를 드린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당신이 직접 쓰신 한국농업사 개설서를 읽고싶은 거다. 부디 후학들이 분발하여 이 분야의 통사를 빨리 대할 수 있게되길 기대한다. 그런가 하면 또 한편으론 선생의 연구작업에 대한 비판이 그 어디에서도 언급되고 있지 않아 많이 아쉽다. 기왕에도 그것들은 철저히 무시되어 왔지만, 적어도 자본주의 맹아를 검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수행된 경영형부농 연구에 대한 이영훈의 비판, 내재적 발전론이 '지식권력'의 역할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윤해동의 비판 등에는 눈여겨 볼 대목이 한 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워낙 당신께선, “그래서 회고록 부제가 ‘해방세대 학자의 역사연구 역사강의’ 잖아요. 저 같은 해방세대에게는 거기에 맞는, 또 필요한 관점이 있는 것이지요. 시대가 변했으니 그에 따라 또 다른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라고 에둘러 말씀하고 있긴 하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41302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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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0 0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한 언설보다『역사학의 세기』에 실린 윤해동의 <'숨은 신'을 비판할 수 있는가? - 김용섭의 '내재적 발전론'>을 직접 읽어보시는 게 빠를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