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국 연구 - 미국 예외주의 신화를 넘어 너머의 글로벌 히스토리 10
앤서니 G. 홉킨스 지음, 한승훈 옮김 / 너머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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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읽어 나가다 보니 마침내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다. 1400쪽도 더 되는 책을 한 권으로 펴낸 출판사도 참 대단하다. 부피가 커,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해가며 읽는 내겐 너무 불편했다. 하드커버만 아니었더라면 분책이라도 하고픈 심정이었다.

부제가 ‘미국 예외주의를 넘어서’인 이 책은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이보형 선생의 미국사 개설과 배영수 교수의 미국 예외론 연구서를 옆에 두고 수시로 확인해가며 읽었다. 특히 후자에서 미국 예외론 및 제국론 연구동향과 관련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미국 예외론은 미국을 역사의 보편적 발전 과정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경우로 간주하는 관념이다. 그것은 미국인들의 집단적 정체성에 기초를 제공한 면면한 지적 전통으로서 시대적 상황에 따라 강조점을 바꿔온 담론이다. 미 예외론은 유럽 근대의 산물이자 그 극단적 자기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전 시기 ‘자유세계의 리더십’, 9.11 이후 ‘문명의 수호자’, 심지어 인류세 담론에서의 ‘지구 관리 주체’라는 형태로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는가. ‘보편의 주체로서의 예외’라는 신화를 체계적으로 해체하고 미국사를 유럽 제국주의 발전이라는 더 넓은 틀 안에서 재구성하고 있는 홉킨스의 연구는 미 제국을 이해하기에 시의 적절한 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이 독자적이고 예외적인 길을 걸었다기보다는 영국, 유럽 제국들과 유사한 궤적을 공유했으며, 따라서 예외적 미국사가 아니라 제국사 속의 미국사로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그는 세계화의 세 시기를 초기, 본격적 산업화-제국화, 탈식민 이후의 포스트식민/세계화로 나누어 각각의 시기에 미국이 어떻게 제국적 글로벌 전략을 전개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미국 제국론에서 거대하고 포괄적인 ‘제국-세계화’ 관점의 대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책은 미국사를 유럽 제국사 및 세계사와 연결 짓고, 미국 내부만이 아니라 국제적-제국적 틀에서 제고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저자는 미국이 식민지 또는 제국으로서 갖는 의미를 재조명함으로써 지금까지의 미국사 서술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미국 제국성’을 역사적 맥락 속에 놓고자 한다.

그러나 그가 제국이라는 개념을 영토제국과 같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형태로만 설정함으로써, 더 복잡하고 ‘비 영토적 제국’ 혹은 비 정형 지배구조(네트워크형 헤게모니) 부분을 상대적으로 경시하고 있으며, 중심 분석이 영국 제국과 유럽 제국 중심의 비교 틀에 머물러 아시아-비서구권 맥락, 비 영토 지배구조, 군사기지 네트워크 등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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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를 읽다가 반가운 이름을 만났다. 이 책의 서평에 관여하고 있는 김광민 교수가 그 장본인이다. 그는 P. 퍼듀의 ‘중국의 서진’에 대한 역사학보의 기획서평에도 필자로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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