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학사 강의 세트 - 전3권 한국고전문학사 강의
박희병 지음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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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사회과학서들을 손에 잡으면서 시와 소설책들은 자연스레 멀어졌다. 도착한 박희병 교수의 《한국고전문학사 강의》를 펼치니 낯설기까지 하다. 문학사를 처음 접한 건 아마도 도남 조윤제 선생의 《국문학사》였던 듯하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손위 형 덕분이다. 그러다가 계간지 ‘문학과 지성’에 연재되던 김윤식, 김현 공저 《한국문학사》를 읽을 수 있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듯했다. 당시 이기백 선생의 《한국사 신론》을 함께 읽었더랬다. 그땐 나도 ‘문청’이었을까. 시인 황지우는 쉽게 읽히지 않는 이인성의 소설이 제법 많이 팔리자 어디선가 그들이 ‘멍청’이로 읽힌다며 놀리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원시반본(原始返本)이랬다. 증산 강일순은 인간의 삶이 근본을 떠나면서 시작되지만 반드시 인류생존의 근본으로 회귀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젠 한국문학사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인다.

개설서는 아무래도 막 학위를 취득한 소장학자가 자신의 방법론을 가지고 패기만만하게 논지를 펼치거나, 정년을 앞둔 학자가 일필휘지로 그려내는 노회한 솜씨가 구미를 당기게 하는 법이다. 이 책은 박희병 교수가 정년을 앞두고 강의한 내용을 정리하여 출간한 것이다. 서문을 읽고 목차를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선생은 고전문학사에서 문학이란 근대문학에서 규정하는 문학의 의미와 크게 달라, 근대문학에서 문학에 포함시키지 않는 여러 다양한 장르들이 문학으로 간주된다며 얘기를 시작한다. 문학사는 ‘문학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다루는 학문분야이며, 크게 ‘주제’와 ‘형식’의 측면에서 그 전개과정을 살피는 것임을 언명하고 있다. 강의는 무려 32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시대 전개과정에 따라 강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기준에 의해 (시대)구분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미흡해 아쉽다. 선생은 진작부터 국문학 연구의 외연을 사상사와 예술사 연구로까지 확장함으로써 통합인문학으로서의 한국학 연구를 해 오고 있으며, 시각이나 입장에 따라 '여러 개의 문학사'가 가능하다는 논지를 견지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도 역사의 한 분야일진대 시대의 특징에 따라 세밀한 구분과 함께 들여다 보는 것이 마땅치 않는가 하는 생각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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