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의 한국전쟁 전사
와다 하루키 지음, 남상구 외 옮김 / 청아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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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 1, 2》1981, 1990에 이어 와다 하루키의 《한국전쟁 전사》2002가 거의 동시에 번역되어 이제 두 대작을 함께 읽을 수 있게 되었다.

2. 와다의 ‘전사’ 한국어판 서문을 읽다 보니 눈에 걸리는 지점이 있다. “남북한 국민이 3년간의 전쟁을 과거의 일로 흘려보내고 평화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가려면, 쌍방 모두 무력으로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에 발을 담갔다는 공통인식을 가져야 한다. 또 그러한 전쟁을 함께 반성하고 서로에게 사죄할 필요가 있다. 이 전쟁에 대한 공통 인식이 없는 한, 나아가 반성과 사죄의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는 한, 공존과 평화를 향해 도약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3. ‘일본인’의 전후 민주주의와 평화주의가 식민지 지배나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 없이도 성립 가능하다는 인식을 와다의 자기배반으로 보는 비판이 있다.

“와다의 한반도 연구를 지탱하던 기본 관점은 1950년대부터 견지해온 탈식민과 침략비판이라는 관점인데, 반제국주의와 탈식민주의가 지적영위의 출발점이었음에도 동시에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와 평화주의가 ‘일본인’의 자연스러운 감각이라 평가하는 자기모순”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반성의 결여와 평화주의가 분리되는 순간 전후의 새로운 식민주의는 고개를 든다는 지적으로까지 이어진다.

(김항, 2017, 평화, 천황 그리고 한반도 : 와다 하루키와 전후 일본 평화주의의 함정, 동방학지 179)

4. 하여 한국전쟁 시기의 일본을 연구한 남기정의 《기지국가의 탄생》2016은 더욱 시선을 끈다. 아시아태평양전쟁을 거치면서 총력전 체제를 갖추고 ‘고도국방국가’가 되어 있던 일본은 전후 평화 헌법하에서 ‘평화국가’로 재기를 다짐했지만,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기지국가’가 되어 국제사회에 복귀했던 바, 전후 일본인들의 의식 속에 계승되어야 할 자산이거나 부정되어야 할 유산으로 자리 잡은 평화국가의 실상은 기지국가였다는 것이다.

‘기지국가’란국방의 병력으로서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동맹국의 안보 요충에서 기지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집단안전보장의 의무를 이행하고, 이로써 안전보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를 말한다. , 기지국가에는 평화헌법과 미일동맹이라는 모순이 동거하고 있었던 것으로, 일본은 기지국가였기 때문에 평화국가일 수 있었으며, 평화국가이고 싶다는 지향이 기지국가라는 현실을 묵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구호 하에 '정상국가'를 재촉하는 거친 발걸음은 전쟁 재발을 향한 가능성을 높여가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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