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아시아 - 1945-1991 동아시아 냉전의 재인식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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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루 꼬리 만 한 오후 햇살이 서산에 걸리더니 이내 어둠이 내린다. 뒷산 대숲을 찾아드는 잘 새들의 시끄러운 울음소리와 함께.


2. 지난 가을부터 현대사를 읽어내는 방법으로서 ‘발전사’와 ‘냉전사’ 등의 관련연구동향을 찾아보고 있는데, 레이섬 (Latham, Michael E.)과 개디스 (John Lewis Gaddis), 베스타(Odd Arne Westad) 등의 책들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3. 코로나 시국이라 해가 바뀌어도 움직이기가 싫어 조용히 들어앉아 책장만 넘기고 있다. 프레시안에 오랫동안 연재했던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을 흥미진진하게 읽으며 그 패기만만함이 싫지 않았다. 오늘 그의 학위논문(중화세계의 재편과 동아시아의 냉전, 2015)을 간행한 《붉은 아시아》2019를 손에 잡았다. 뚜렷한 문제의식과 방법론에 다양한 자료를 동원하여 엮어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고, 이끌어낸 논지가 설득력이 있다. 그는 지역사의 지평, 즉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구조 변동의 측면에서 냉전을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상대적으로 사회주의진영의 역사에 소홀했던 냉전기 동아시아사를 온전히 복구하는 방편인 동시에, 냉전 구도의 연장선에서 오늘날 세계 판도를 G2(미중 양극 구도)로 바라보는 세계인식에 일정한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을 수 있는지를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작금에 중국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이 활발한 편이다. 주지하듯이 역사학 영역에서 중국대륙 중심의 역사서술에서 벗어나 그것을 상대화하려는 시도가 크게 두 가지 범주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하나는 중국의 동북공정 이후 중국대륙 중심의 중국사 서술을 비판적으로 해체하기 위해 중화민족 담론이나 중국 변경지역과 소수민족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높아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사 자체를 상대화하려는 연구가 ‘동아시아적 시각’에 입각하여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의에 비추어 볼 때 그의 작업은 어떠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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