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한의학 - 근대, 권력, 창조
김종영 지음 / 돌베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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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좀 충격적이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실험실이라는 ‘근대적 공간’을 인류학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한의학에 대한 과학적 사실의 구성이 데이터와 논문의 끊임없는 생산이며 이를 통해 어떻게 한의학 연구자들이 과학자본과 과학 시민권을 획득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실험실 연구의 대표적 사례로 라투르와 울가의 연구(Latour and Woolgar, 1986) 사례를 든다. 이들은 실험실에서 과학적 사실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탐구했다. 라투르는 1880년대 파리고등사범연구소에서 탄저균을 발견한 것과 이에 대처하는 백신의 개발이 어떻게 프랑스 사회를 바꾸어놓았는지를 설명한다. 라투르는 파스퇴르의 실험실이 탄저균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관심을 '등록'시키고 이 문제를 해결하여 프랑스 농업의 실행과 구조 자체를 바꾼 권력의 창출자라고 분석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한의학의 근대화에서 다양한 변화들이 일어났다. 국가 의료 체계로의 진입, 국민건강보험의로의 편입, 한의대의 설립, 근대 병원의 도입, 실험실에서의 한약과 침의 과학화, 한의학의 산업화, 진료실에서의 양의학과의 퓨전은 하나의 원칙이나 원리에 따라 한의학이 근대화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장소와 행위자들에 의해 '다양한 논리와 다양한 방식'으로 근대화된 것이다. 이는 어떤 법칙이나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우발적이고 집합적인 성취물이다. 한의학의 '변화의 세트들의 세트들'이 곧 한의학의 근대화로 간주된다.

저자는 경험연구로부터 추출하고 과학기술학 이론에서 응용한 ‘창조적 유물론’과 ‘권력지형’이라는 개념을 통해 한의학의 근대화,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를 탐구하고, 나아가 한국 사회의 근대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기한다. 저자에게 한의학은 ‘식민화된 약자의 근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서, 한국 사회의 ‘근대성’과 ‘권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저자는 한의학의 근대를 양의학과 과학, 그리고 국가와의 권력관계 속에서 이해하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한의학의 근대는 혼종적 근대인데, 이는 한의학세트들의 세트들을 생산함에 있어 과학, 양의학, 병원 조직 체계 등 이질적인 요소들이 혼합되어 생산된다는 의미다. 그리하여 한의학의 근대는 심대한 권력지형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과학/양의학과의 투쟁인 동시에 구집합체로서의 전통의학의 권력을 사회적, 물질적으로 변화시키고 확장시키는 신집합체로 만드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요컨대 근대를 '총체적이고 단일한 거대변화'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창조와 갈등의 신집합체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한의학의 근대를 양의학과 과학, 그리고 국가와의 권력관계 속에서 이해하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한의학의 근대는 혼종적 근대인데, 이는 한의학세트들의 세트들을 생산함에 있어 과학, 양의학, 병원 조직 체계 등 이질적인 요소들이 혼합되어 생산된다는 의미다. 그리하여 한의학의 근대는 심대한 권력지형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과학/양의학과의 투쟁인 동시에 구집합체로서의 전통의학의 권력을 사회적, 물질적으로 변화시키고 확장시키는 신집합체로 만드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요컨대 근대를 '총체적이고 단일한 거대변화'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창조와 갈등의 신집합체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근대를 바라보는 눈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의학이 타고 넘은 근대가 이렇게 힘들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저자의 시선을 빌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기에 그렇다.


근대를 바라보는 눈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의학이 타고 넘은 근대가 이렇게 힘들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저자의 시선을 빌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기에 그렇다.

덧. 저자는 양한방병원이라는 새로운 의료 집합체의 전개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비록 병원이나 진료실 같은 의료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두 의학이 결합되도록 법적,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지만 현실에서는 ‘의료기사 지휘권’이 양의사에게 있어 한의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양한방협진 체제와 한의대의 교육 과정에서 한의사는 근대적 시선을 기꺼이 체득하고 환자의 몸의 신호들에서 포착할 수 있는 ‘현상학적 시선’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양자는 진단과 처방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입장에 서있다. 한의학의 인식론이자 한방 진료 과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變症論治’가 그것이다. 한의사는 통상 사진(望聞問切)에 의해 몸의 신호와 징후를 포착하고 여러 병인론을 통해 해석하고 처방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서양의학과 대비되는 인간 중심적, 신체 중심적 접근방식이다. 따라서 오늘날 한의학이 근대 사회의 의학이 되려면 새로운 사회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이 점, 이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가 살펴보고 있듯이, “실험실에서의 한의학의 과학화가 새로운 권력지형을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과학과 투쟁하고 타협하는 창발적인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는 양의학과 한의학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는지는 행위체의 창조적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며 동서협진을 '세트들의 세트들'로 명명한다. 정체성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변해나가는 것이라지만 세트들의 세트들이 이루어내는 혼종성을 한의학의 정체성으로 강변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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