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무비 2006-05-13
하루종일 찔찔~ (소나기(nalda51) http://cafe.naver.com/shinhyunshoo/341 : 출처)
박영근
내 친구 영근이는 다만 술을 많이 먹어서 탈이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자기는 돈도 하나도 없으면서
만날 때마다,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딱 한 잔만 하자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잔 하고 나면
딱 한 잔만 더하자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그후로도 계속 술을 더 시킬 수 있는 사람이,
내 친구 영근이밖에 더 있겠는가
나야 아직 '실천문학'이나 '창비'에
시도 한 번 못 실어 본
일개 무명시인이지만
내 친구 영근이는
청사에서, 풀빛에서, 실천문학에서, 창비에서
시집도 네 권이나 내고
민족문학 진영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신동엽 창작기금까지 받은 중견시인인데,
그런 영근이에게
감히 이 세상은
모파상에 대하여 써보라는 둥,
졸업장을 가져와 보라는 둥 웃긴다.
중퇴해서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데
무슨 대학교 졸업장이냐
논술학원 교사채용 시험보고 와서
술을 먹는데
영근이는 눈물 글썽이며
자존심 때문에 졸업장 없다는 말은 못하고
문학단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되겠다고 했단다.
세상이여 제발
내 친구 영근이에게
예의를 지켜라.
시인에 대한 페이퍼를 쓰는 것도 간사하게 여겨져서 못하겠어요.
그와 관련된 모든 구할 수 있는 책들을 주문하는 걸로
그를 애도하고 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시인인데......
돌바람님, 잘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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