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 2005-10-23
늦었습니다. 가끔 한강을 자전거로 가로지르곤 합니다. 오늘 오후 영동대교 아래를 지날 무렵이었나요. 비둘기와 장난치고 있는 아이 옆에서 오후의 햇살이 수만 개의 비늘을 만드는 한강을 화폭 삼아 셔터를 누르는 어느 여자분이 계셨어요. 저는 그 분이 돌바람님일지도 모른다고 멋대로 믿어버렸습니다. 눈 한번 잘못 깜빡거리면 강가로 튕겨져 나갈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내리막과 오르막의 되풀이 속에서 저 역시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핸들을 꼭 잡으면서도 서늘한 풍경들, 그리고 사람들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문득 기형도 시인이 떠올랐더랬어요. 병 들기 쉬운, 그래서 우리 몸에 단풍 드는 계절이었네요, 어느덧. 너무 많이 아픈 나무가 되지 않기로 해요. 저는 수확할 것이 많지 않아 고된 가을을 보내고는 있지만 용기를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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