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나온 책인데 나는 이제야 발견했다. 발견했다고 말하는 건 내가 찾던 책이어서 그렇다. 이 책의 7할은 사진이다. 페레토는 서울을 주도적 서사가 없는, 어떤 식별 가능한 경계도 없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크고 작은 ‘순간’들로 구성된 도시로 보고 있다. 그걸 건출물에 한정해 몇 개의 고리로 묶어서 보자면 교회, 아파트, 도시의 문신인 간판, 과거를 인식하는 한옥과 인공적 전통, 플라스틱 건축인 비닐하우스, 서구형 성채인 예식장, 가진 적 없는 서구의 근대형 대학 건물, 골프장과 골목형 익명의 건축 등이다. 음악으로 표현하면 유럽과 아메리카 주요 도시가 재즈라면 서울은 한가지로만 설명할 수 없는 유튜브와 비슷하다는 관점. 그것을 “관찰하라, 묘사하라, 해독하라, 탐지하라, 분류하라, 되살려라.” 그리하여 “더 평범하게 보는 법을 익혀라.”라는 조르주 페렉의 철학으로 펼치고 있다. 사진의 뷰를 지면으로 옮겨 “알프스 속의 맨해튼”이 되어버린 서울을 숙고하고 비밀을 누설하며 추론하는 책.